경계측량으로 인접 토지 침범이 확인되면 토지 인도 청구와 점유취득시효 항변이 맞서게 됩니다. 이 다툼은 점유기간의 계산보다 점유의 성질, 곧 자주점유인지 여부에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 판결을 기준으로 판단 순서를 정리합니다.
점유자의 소유의사는 추정되고, 이를 깨뜨릴 책임은 소유자에게 있습니다
민법 제245조 제1항은 20년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부동산을 점유한 자가 등기함으로써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규정합니다. 민법 제197조 제1항은 점유자의 소유의사를 추정합니다.
따라서 시효취득을 주장하는 점유자는 소유의사를 증명할 책임이 없고, 이를 다투는 소유자가 타주점유임을 증명해야 합니다. 소유의사의 유무는 점유자의 내심이 아니라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과 점유에 관계된 모든 사정에 의해 외형적·객관적으로 결정됩니다.
악의의 무단점유가 증명되면 추정은 번복됩니다
대법원 1997. 8. 21. 선고 95다28625 전원합의체 판결은,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이 증명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진다고 판시했습니다.
인접 토지와의 사이에 있던 철조망을 임의로 제거하고 차고와 마당으로 사용해 온 사안이었고, 시효취득을 인정한 원심은 파기되었습니다.
이 판결의 적용 범위는 무단점유에 한정됩니다. 대법원 2000. 3. 16. 선고 97다37661 전원합의체 판결은 매매로 점유를 취득한 경우 그것이 타인 토지의 매매라는 사정만으로는 추정이 번복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매수 토지의 경계를 넘은 점유는 초과 면적에 따라 성질이 달라집니다
대법원 1998. 11. 10. 선고 98다32878 판결에 따르면, 대지와 건물을 매수하면서 착오로 인접 토지 일부를 매수 대지에 속한다고 믿고 점유한 경우 그 점유는 자주점유입니다. 공부상 228㎡인 대지를 매수해 270㎡를 점유한 사안에서 시효취득이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실제 면적이 등기부상 면적을 상당히 초과하면 당사자들이 그 사실을 알았다고 보는 것이 원칙이고, 초과 부분의 점유는 권원의 성질상 타주점유가 됩니다.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다41335 판결은 매수 면적과 같거나 그 절반을 넘는 넓이를 추가로 점유한 사안에서 원심을 파기했습니다.
실무에서는 침범 면적과 비율, 경계 구조물의 설치 시기와 주체, 매매 당시의 측량 여부가 판단 자료가 됩니다.
기산점과 소유자 변동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점유는 승계할 수 있고(민법 제199조), 대법원 1998. 5. 12. 선고 97다34037 판결은 취득시효기간 중 등기명의자가 동일하다면 전 점유자의 점유 개시 이후 임의의 시점을 기산점으로 삼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기산점은 법원이 당사자 주장에 구속되지 않고 소송자료로 인정합니다.
한편 시효 완성 후 등기 전에 제3자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가 마쳐지면 점유자는 그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1998. 4. 10. 선고 97다56495 판결). 같은 판결은 소유자가 시효 완성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경우의 처분은 불법행위가 되고, 제3자가 적극 가담한 처분은 무효라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등기부상 소유자 변동의 유무와 시점은 기산점 선택의 가부, 그리고 청구 상대방을 정하는 전제가 됩니다.
압류·가압류는 취득시효의 중단사유가 아닙니다
취득시효에는 소멸시효 중단 규정이 준용됩니다(민법 제247조 제2항). 다만 대법원 2019. 4. 3. 선고 2018다296878 판결은 부동산에 대한 압류 또는 가압류가 점유 상태의 계속을 파괴하지 않으므로 취득시효의 중단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소유자가 시효 진행을 끊으려면 점유자를 상대로 한 인도 청구 등 재판상 청구를 20년이 차기 전에 해야 합니다.
Q&A
Q. 점유자가 경계 침범 사실을 나중에 알게 되면 그때부터 타주점유가 되는가?
소유의사는 점유 취득의 권원과 사정으로 판단하므로, 사후에 타인 소유임을 알게 된 사정만으로 점유의 성질이 바뀌지는 않습니다(대법원 2001. 5. 29. 선고 2001다5913 판결).
Q. 소유자는 시효 완성 후 토지를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가?
시효 완성 사실을 알 수 없는 상태의 처분은 불법행위가 아닙니다. 그러나 점유자가 시효취득을 주장하거나 등기를 청구한 뒤의 처분은 손해배상책임 문제를 낳을 수 있습니다.
맺음말
경계 침범 분쟁에서 점유취득시효의 성패는 점유 개시의 경위, 초과 면적, 등기명의의 변동이라는 세 가지 사실에 달려 있습니다. 측량 성과도와 등기부, 매매 당시 자료를 먼저 확보한 뒤 청구와 항변의 방향을 정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