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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지체상금의 발생 기간과 감액: 시기·종기, 지체일수 공제, 민법 제398조 제2항의 적용

공사도급계약의 지체상금 조항은 문언만 보면 단순하다. 지체일수에 요율과 계약금액을 곱하면 된다. 그러나 실제 분쟁에서 다투어지는 것은 곱셈이 아니라 그 앞뒤의 문제, 곧 지체일수를 어디서 끊을 것인지와 산출된 금액을 그대로 인정할 것인지이다.

대법원은 이 문제를 네 가지 층위로 나누어 판단해 왔다. 지체상금의 시기와 종기, 수급인에게 책임 없는 기간의 공제, 과다한 예정액의 감액, 지체상금과 그 밖의 손해배상의 관계이다. 아래에서 판결별로 정리한다.

지체상금 약정은 공사 중단으로 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지체상금 약정은 수급인이 완공기한 내에 공사를 완성하지 못한 경우 완공 지체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예정한 것이다.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하여 도급인이 계약을 해제한 경우에도 이 약정이 적용되는지가 먼저 문제된다.

대법원 1989. 7. 25. 선고 88다카6273 판결은 이를 긍정하였다. 일부만 시공된 상태에서 계약이 해제되었다는 이유로 지체상금 청구를 배척한 원심은 파기되었다.

종기는 실제 해제일이 아니라 해제할 수 있었던 때를 기준으로 정해집니다

위 판결은 적용을 긍정하는 동시에 기간을 한정하였다. 지체상금은 약정 준공일 다음 날부터 발생하되, 그 종기는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하거나 기타 해제사유가 있어 도급인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었을 때를 기준으로, 그때부터 도급인이 다른 업자에게 의뢰하여 공사를 완성할 수 있었던 시점까지이다.

대법원 2010. 1. 28. 선고 2009다41137, 41144 판결은 이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약정 준공일이 2004. 1. 10.인 건물 신축공사에서 수급인이 2003. 8. 16. 공사 타절과 정산을 통지하였고, 원심은 그때부터 잔여 공사의 완공에 필요한 224일이 지난 2004. 3. 26.을 종기로 삼아 76일의 지체일수를 인정하였다. 대법원은 이를 수긍하였다.

도급인이 해제권 행사를 늦추었다는 사정은 종기를 늦추지 못한다. 반대로 수급인은 해제 가능 시점과 잔여 공사 소요 기간을 다툼으로써 지체일수 자체를 줄일 수 있다.

수급인에게 책임 없는 지연은 불가피성이 입증되어야 공제됩니다

수급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공사가 지연된 기간은 지체일수에서 공제된다. 다만 대법원 2005. 11. 25. 선고 2003다60136 판결은 그 요건을 엄격히 설정하였다. 공사도급계약에서 예상하지 못하였던 사정이 발생하였고, 그로 인하여 일정 기간 예정된 공사를 진행할 수 없어 공사 지연이 불가피하였음이 입증되어야 한다. 이에 이르지 못한 사정은 배상예정액의 감액에서 고려될 뿐이다.

대법원 2002. 9. 4. 선고 2001다1386 판결도 같은 방향이다.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에 의한 지연은 지체상금 면책사유가 되나, 이른바 IMF 사태와 그로 인한 자재 수급 차질은 불가항력으로 볼 수 없고, 천재지변에 준하는 이례적 강우가 아닌 한 강우 역시 면책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감액 여부는 요율이 아니라 산출된 총액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지체상금은 손해배상액의 예정이므로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부당히 과다한 경우 법원이 감액할 수 있다. 대법원 1996. 4. 26. 선고 95다11436 판결은 과다 여부를 지체상금률이 아니라 산출된 지체상금 총액을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고 하였고, 약 14억 3,300만 원의 지체상금이 3억 9,500만 원으로 감액된 원심을 유지하였다.

2001다1386 판결에서는 약 4억 1,400만 원이 1억 8,000만 원으로 감액되었다. 도급인 측이 계약 조건을 주도적으로 정한 점, 공사 규모에 비하여 공사기간이 짧았던 점, 자재 가격이 폭등한 점이 참작되었다. 공제 단계에서 배척된 사정이 감액 단계에서 다시 의미를 갖는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별도의 손해배상 약정이 있으면 불완전급부로 인한 손해는 지체상금에 갇히지 않습니다

지체상금이 예정하는 것은 완공 지체로 인한 손해이다. 2009다41137, 41144 판결은 지체상금 약정과 별도로 계약의 해제·해지로 인한 손해배상 약정이 있는 경우, 부실공사 등 불완전급부로 인한 손해는 그 약정에 기하여 별도로 청구할 수 있고 배상 범위가 지체상금액을 초과할 수 없는 것도 아니라고 하여 원심의 해당 부분을 파기하였다.

시사점

  • 도급인은 해제 가능 시점 이후의 지연이 자신의 청구액을 늘려 주지 않는다는 점을 전제로 해제 시기를 판단하여야 한다.

  • 수급인의 방어는 종기, 공제, 감액의 세 단계로 구성하여야 하며, 지연 원인은 사유별로 기간을 특정하여 입증하여야 한다.

  • 계약 체결 단계에서는 지체상금 조항과 함께 별도의 손해배상 조항이 있는지를 확인하여야 한다.

Q&A

Q. 수급인이 준공기한 전에 공사를 포기한 경우에도 지체상금은 준공일 다음 날부터 기산됩니까?

A. 2009다41137, 41144 판결의 사안이 그러하다. 준공일 전에 타절 통지가 있었으나 지체상금은 약정 준공일 다음 날부터 기산되었고, 종기는 타절 통지 무렵을 기준으로 산정되었다.

Q. 설계변경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지체일수가 공제됩니까?

A. 그 사정으로 일정 기간 공사 진행이 불가능하여 지연이 불가피하였음이 입증되어야 한다. 2003다60136 판결의 기준에 따르면 입증이 부족한 경우 감액 사유로 고려되는 데 그친다.

Q. 감액 비율에 관한 일반적 기준이 있습니까?

A. 위 판결들은 일정한 비율을 제시하지 않았다. 당사자의 지위, 계약의 목적과 내용, 예정의 동기, 실제 손해와의 대비, 거래관행과 경제상태 등을 종합하여 사안별로 판단된다.

맺음말

지체상금 분쟁의 결론은 계약서의 요율보다 날짜에 관한 사실관계에서 갈린다. 해제 가능 시점, 잔여 공사 소요 기간, 귀책 없는 지연 기간을 객관적 자료로 특정하는 작업이 청구와 방어 양쪽 모두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