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목록으로

토지 무단 점유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액, 공평의 원칙으로 제한할 수 있는가

토지 소유자의 승낙이나 다른 사용 권원 없이 토지를 점유한 사람은 점유·사용으로 얻은 이익을 반환해야 합니다. 그 반환 대상이 점유기간에 해당하는 차임 상당액이라고 판단된 뒤에도, 법원이 점유 경위나 토지 인도에 관한 당사자 간 조정 과정을 고려하여 반환액을 줄일 수 있을까요?

대법원 2026. 9. 10. 선고 2026다203472 판결은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성립하고 반환 대상인 이익이 정해진 경우, 특별한 사정 없이 신의칙이나 공평의 이념을 들어 손해배상의 과실상계처럼 반환 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은 침해부당이득과 불법행위 손해배상의 관계, 일반 원칙의 보충적 적용 범위를 함께 설명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 이 글은 제가 직접 수행한 사건이 아닌 공개된 판결에 관한 법률 해설입니다.

1. 사안의 개요와 원심의 판단

원고는 피고가 자신의 토지를 법률상 원인 없이 점유·사용했다며, 2020년 5월경부터 2024년 5월경까지의 차임 상당액 6,437만 5,000원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하라고 청구했습니다.

원심은 피고가 주장한 사정만으로 적법한 점유 권원을 인정하기 어렵고, 원고가 토지의 무상사용을 승낙하거나 동의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피고의 부당이득반환의무 자체는 인정했습니다.

그러나 반환 범위에 관해서는 피고가 토지를 점유·사용하게 된 경위와 토지 인도에 관한 임의조정의 성립 과정 등을 참작했습니다. 그리고 공평의 원칙을 이유로 피고가 반환할 금액을 2,000만 원으로 제한했습니다. 원고가 청구한 차임 상당액의 약 31%입니다.

쟁점은 법률상 원인 없는 점유와 그에 따른 차임 상당 이익을 인정하면서, 별도의 일반적 형평 판단으로 반환액을 제한할 수 있는지였습니다.

2. 부당이득의 성립·범위 판단과 반환책임의 사후 제한은 다릅니다

민법 제741조는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의 재산이나 노무로 이익을 얻고 그로 인해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사람에게 이익의 반환의무를 부과합니다. 부당이득 제도는 재산적 가치가 정당한 근거 없이 한쪽에 귀속된 상태를 시정하기 위한 것입니다.

토지 점유 사건에서는 먼저 사용 권원의 존부, 실제 점유·사용의 범위와 기간, 그에 상응하는 이익의 액수를 판단해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사용승낙이나 계약상 권원이 있었다면 법률상 원인 여부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토지의 일부만 사용했거나 점유기간이 청구기간보다 짧다면 반환 대상 이익의 범위 역시 그 사실관계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이러한 검토는 처음부터 반환할 부당이득이 무엇이고 얼마인지를 확정하는 과정입니다. 이번 판결이 문제 삼은 것은 그 과정 이후에, 이미 반환 대상이라고 평가된 이익을 추상적인 공평의 원칙을 적용하여 다시 비율로 줄인 원심의 방식입니다.

대법원은 공평과 정의의 이념이 부당이득의 성립 요건, 반환 범위와 반환 제한에 관한 개별 법률 규정 및 그 해석에 이미 반영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 결과 부당이득으로 인정된 이익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반환해야 하며, 별도로 신의칙이나 공평의 이념을 내세워 반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이득 제도의 원칙적인 운용 방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신의칙과 공평의 원칙 같은 일반적·추상적 원칙은 개별 법 제도에 관한 규정만으로 사안을 공평하게 해결할 수 없는 경우에 보충적으로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도 판결의 중요한 근거입니다.

3. 침해부당이득은 불법행위와 유사해도, 과실상계 법리가 당연히 적용되지 않습니다

타인에게 배타적으로 귀속되어야 할 이익을 권원 없이 침해하는 이른바 침해부당이득은 타인의 법익 침해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불법행위와 유사합니다. 그러나 두 제도의 목적은 구별됩니다.

불법행위 손해배상은 유책한 위법행위로 발생한 손해의 전보를 지향합니다. 따라서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에 피해자의 과실이 있다면 과실상계가 문제 될 수 있고, 그 밖의 사정에 따라 배상책임의 제한이 검토될 수 있습니다.

부당이득반환은 유책한 위법행위인지와 관계없이 정당한 재산 귀속 질서를 회복하는 것을 지향합니다. 대법원은 민법상 과실상계나 배상액 경감 등 불법행위 손해배상책임의 범위를 조정하는 규정들이 부당이득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따라서 두 청구의 발생 원인이 유사해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손해배상의 책임제한 법리를 부당이득반환에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이번 판결은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에 관한 기존 판례와도 논리적으로 연결됩니다. 대법원은 계약 해제로 인한 원상회복청구권에 대하여 해제자가 채무불이행의 원인을 일부 제공했다는 등의 이유로 손해배상의 과실상계에 준하여 그 권리의 내용을 일반적으로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법리를 언급했습니다.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이 부당이득반환의 성질을 가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법리는 일반적인 부당이득반환에도 적용된다고 명시했습니다.

4. 대법원의 결론과 파기환송의 범위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피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토지를 점유·사용해 얻은 이익에 관하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기간에 해당하는 토지 차임 상당액 전액을 반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원심이 든 점유 경위와 토지 인도 관련 조정 과정은 이러한 반환 범위를 제한할 때 고려할 사정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원심판결 중 원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하고 피고의 상고는 기각했습니다. 원심의 책임제한 방식에 법리오해가 있다는 판단입니다.

다만 대법원이 원고의 청구액 6,437만 5,000원 전액 지급을 확정한 것은 아닙니다. 파기된 부분은 환송심에서 다시 심리·판단됩니다. 이 판결의 결론을 ‘모든 토지 무단 점유 사건에서 청구액 전액을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일반화해서도 안 됩니다. 사용 권원과 실제 점유 범위·기간, 차임 상당액은 개별 사건에서 여전히 판단해야 합니다.

5. 실무상 검토할 사항

토지 소유자가 차임 상당 부당이득을 청구할 때에는 소유권과 상대방의 점유 사실, 점유 개시·종료 시점, 토지 전체 또는 일부의 사용 범위, 사용이익의 산정 근거를 구분하여 입증해야 합니다. 무상사용 승낙이나 기존 계약의 존부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점유자 역시 막연히 “전액 반환은 불공평하다”고 주장하는 것보다 점유할 권원, 실제 사용 범위와 기간, 차임 상당액 산정의 적정성을 구체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토지 인도에 관한 조정이나 합의가 있었다면 그 조항이 과거 사용료까지 정산했는지도 문언과 체결 경위에 따라 살펴야 합니다.

핵심은 반환 대상 이익의 산정에 관한 항변과 산정된 이익에 대한 추상적인 책임제한 주장을 혼동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후자의 허용 범위를 엄격하게 보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임대차계약이 없는데도 ‘차임 상당액’을 청구할 수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이때 차임 상당액은 계약상 약정 차임을 청구한다는 뜻이 아니라, 권원 없는 점유·사용으로 얻은 이익을 평가하는 기준입니다. 다만 구체적인 액수는 점유 범위와 기간 등 개별 사건의 자료에 따라 판단해야 합니다.

Q. 토지를 돌려주기로 조정했다면 과거 사용료도 줄어듭니까?

인도에 관한 조정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사용료에 해당하는 부당이득이 당연히 줄어들지는 않습니다. 다만 조정조항에서 과거 사용료의 정산이나 포기를 별도로 합의했는지는 그 내용을 검토해야 합니다.

Q. 이번 판결은 부당이득반환액의 제한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까?

아닙니다. 대법원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미 반환 대상으로 인정된 이익을 막연한 공평의 원칙만으로 손해배상에서 과실상계하듯 제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처음부터 반환 대상 이익의 범위나 액수가 얼마인지 다투는 문제와는 구별됩니다.

결론

대법원 2026다203472 판결은 부당이득반환을 손해배상책임의 비율 조정과 같은 방식으로 다룰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토지 점유 분쟁에서는 먼저 사용 권원의 존부와 실제 사용이익의 범위를 정확히 판단해야 합니다. 그렇게 반환 대상으로 정해진 이익을 특별한 사정 없이 추상적 공평의 원칙만으로 다시 감액하는 것은 허용되기 어렵습니다.

토지 사용료를 청구하거나 그 청구에 대응할 때에는 ‘형평상 얼마가 적당한가’에 앞서 왜 사용할 수 있었는지, 어디를 얼마 동안 사용했는지, 그 사용이익이 얼마인지를 자료에 따라 검토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