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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주기관의 '사정변경' 해제 주장과 민법 제673조: 해제의 성격이 배상 범위를 정한다

공공 공사에서 발주기관이 계약을 중도에 종료시키면서 그 사유를 '불가피한 사정변경'으로 표시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표시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해제가 사정변경에 따른 것인지, 민법 제673조의 임의해제인지에 따라 수급인에게 지급할 금액의 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동욱 변호사가 수급인을 대리하여 수행한 사건에서는 이 구분이 정면으로 다투어졌고, 서울고등법원(2025. 9. 선고)은 임의해제를 전제로 약정 이윤 상당의 배상을 명하였다. 상고·확정 여부는 이 글 작성 시점에 확인하지 못하였다.

해제의 법적 성격은 발주기관의 표시가 아니라 사유의 실질로 정해집니다

사정변경을 이유로 한 해제는 계약 성립의 기초가 된 사정이 당사자가 예견할 수 없었던 사유로 현저히 변경되고, 계약을 유지하는 것이 당사자의 이해에 중대한 불균형을 초래하는 경우에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발주기관은 이 경우 관련 계약집행기준에 따라 기성대가와 철수비용 등 실비의 정산으로 족하다고 주장한다.

반면 민법 제673조는 도급인에게 사유를 묻지 않는 해제권을 주되 수급인의 손해를 배상하게 한다. 그 손해는 수급인이 이미 지출한 비용과 일을 완성하였더라면 얻었을 이익을 합한 금액이다.

따라서 쟁점은 발주기관이 든 사유가 계약의 기초를 무너뜨린 예견 불가능한 변화인지, 도급인의 지배 영역에서 생긴 사정인지로 모인다.

용지 보상 지연과 사업계획 변경은 도급인 측 사정으로 평가되었습니다

사안에서 지방자치단체는 도로 공사를 발주한 뒤 사유지 보상 협의 지연을 이유로 공사를 중지시켰고, 약 1년 2개월 뒤 계약 해지를 통보하였다. 발주기관은 보상 지연, 주민 민원, 환경영향평가에 따른 노선 변경을 불가피한 사정변경으로 내세웠다.

수급인 측은 용지 확보와 민원 해결이 발주기관의 기본적 의무에 속하고, 노선·사업계획의 변경은 도급인의 행정적 판단에 해당할 뿐이라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사정변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위 통보를 민법 제673조에 따른 해제로 판단하였다. 이 판단은 제1심에서 이루어져 항소심에서 유지되었다.

임의해제로 평가되면 약정 이윤이 이행이익의 기준이 됩니다

법원은 당사자가 계약 체결 시 원가계산서에 이윤을 요율 10%로 별도 계상하였고 그 요율이 입찰공고 당시 조달청 원가계산 적용기준에 비추어 과다하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원가계산서상 이윤 약 1억 3,450만 원을 이행이익으로 인정하였다. 실질적 착공 전의 해제였다는 사정은 이 결론을 바꾸지 못하였다.

발주기관의 손익상계 주장은 공제 대상에 관한 주장·증명이 없어 배척되었다.

이윤 전액을 인정받는 이상 지출비용과 부가가치세는 더할 수 없습니다

수급인이 함께 청구한 보증료, 인건비 등 지출비용은 기각되었다. 신뢰이익의 배상은 이행이익의 범위 안에서 그에 갈음하여 허용되고, 양자를 함께 구하면 이행이익은 비용을 공제한 순이익에 한정된다(대법원 1992. 4. 28. 선고 91다29972 판결). 순이익으로 한정되지 않은 이윤 전액을 인정하면서 비용을 더하면 중복배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윤에 대한 부가가치세 청구도 손해배상금이 과세 대상인 공급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배척되었다.

발주기관 측 사정은 지연배상금의 감액 요소로 고려되었습니다

수급인은 항소심에서 공사계약 일반조건상 공사정지 지연배상금(발주기관의 책임 있는 사유로 정지기간이 60일을 초과한 경우)을 추가로 청구하였다. 법원은 보상 협의 지연을 발주기관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인정하고, 해제로 준공이 불가능해진 때 이행기가 도래한다고 보았다(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5다67353 판결).

다만 이를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보아 산정액의 80%인 약 3,570만 원만 인정하였다. 추진된 공정이 없었던 점, 현장 운영 사실이 인정되지 않은 점과 더불어, 노선 변경에 이른 복합적 사정으로 발주기관이 재개 여부를 독자적으로 확정하기 어려웠던 점이 참작되었다. 발주기관이 내세운 사정은 배상책임 자체를 면하게 하지는 못하였으나 예정액 감액의 단계에서는 의미를 가졌다.

이 채권은 발주기관의 선금 잔액 반환 반소에 대한 상계의 자동채권이 되어 반소는 기각되었고, 최종 인용액은 약 1억 3,800만 원이다.

Q&A

Q. 해제 통보서에 사정변경이라는 기재가 있으면 법원은 그에 구속됩니까?

A. 구속되지 않는다. 해제 사유의 실질을 심리하여 성격을 정한다. 이 사건에서도 '해지' 통보에 민법 제673조의 해제 의사표시가 포함된 것으로 해석되었다.

Q. 발주기관과 정산 합의를 한 뒤에도 이행이익을 청구할 수 있습니까?

A. 합의의 문언과 범위에 달려 있다. 이 판결은 합의의 효력을 판단한 것이 아니므로 일반론으로 답하기 어렵고, 부제소 또는 청구 포기 조항이 있는지를 합의 전에 검토하여야 한다.

Q. 이행이익은 어떤 자료로 증명합니까?

A. 이 사건에서는 계약 당시 원가계산서의 이윤 항목이 기준이 되었다. 입찰·계약 단계의 내역서를 보존할 필요가 있다.

맺음말

발주기관이 해제 사유에 어떤 명칭을 붙였는지보다, 그 사유가 누구의 지배 영역에서 발생하였는지가 배상 범위를 정한다. 수급인은 해제 통보를 받은 단계에서 사유의 실질과 합의서의 청구 포기 범위를 먼저 검토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