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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의 나홀로 소송 — 범용 AI 법률 답변의 한계와 올바른 활용법

KY파트너스2026년 4월 3일

■ 들어가며 — AI는 법정에 들어올 수 없습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산은 법률 서비스 접근성에 분명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범용 AI를 통해 누구든 법률 정보를 손쉽게 검색하고, 소송 서면의 초안을 작성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이로 인해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고 직접 소송을 수행하는 나홀로 소송의 진입 장벽은 낮아졌습니다.

그러나 도구의 접근성이 높아졌다고 해서 그 도구의 신뢰성이 함께 높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접근성이 높아질수록 오용의 위험도 커집니다. 본 칼럼은 AI를 활용하여 나홀로 소송을 준비하거나 진행 중인 분들이 반드시 인식해야 할 한계와, 이를 보완하기 위한 현실적 방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 AI 법률 답변의 구조적 한계

AI의 법률 답변은 그 신뢰도 측면에서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됩니다. 별도의 검증 없이 수용 가능한 일반적 법리 설명, 사실관계 적용 여부를 별도로 확인해야 하는 내용, 그리고 전문가가 보기에 명백히 부정확한 정보입니다.

문제는 비전문가가 이 셋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데 있습니다. AI의 답변 중 일부가 정확하다는 경험이 축적되면, 전체 답변에 대한 신뢰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법률 전문가는 다수의 정보가 정확하더라도 하나의 오류가 발견되면 즉시 전체를 재검증합니다. 이 인식의 차이가 나홀로 소송의 결과를 크게 좌우할 수 있습니다.

■ 가장 위험한 함정 — 존재하지 않는 판결

AI의 법률 활용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른바 '환각(hallucination)' 현상입니다. AI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판결의 사건번호, 법원명, 선고일자, 판시 내용을 구체적이고 그럴듯하게 생성해내는 현상입니다.

법률 전문 AI는 데이터베이스 기반으로 운영되어 이 문제에서 비교적 자유롭고, 출처 확인이 용이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합니다. 그러나 현행 변호사법 및 법무사법의 해석상, 법률 전문 AI의 실질적 활용은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에게 한정되어 있습니다. 일반인이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것은 범용 AI에 국한됩니다.

이 문제의 심각성은 사법부가 직접 대응에 나섰다는 사실로도 확인됩니다. 대법원은 AI가 생성한 허위 사건번호를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 대법원 AI 허위 사건번호 확인 서비스 https://portal.scourt.go.kr/pgp/index.on?m=PGP210M01&l=N&c=200

소송 서면에서 판결을 인용하는 행위는 단순한 참고 표시가 아닙니다. 판사는 인용된 판결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해당 판시 내용이 정확한지를 확인합니다. 만약 허위 판결이 서면에 인용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그 판결 인용의 문제로 그치지 않습니다. 서면 전체의 신뢰성이 훼손되고, 그 서면에 담긴 주장과 논리 전체가 판사의 의심을 받게 됩니다. AI가 제시하는 판결은 반드시 위 서비스를 통해 실제 존재 여부를 확인한 후 사용하여야 합니다.

■ 법령 검토의 원칙 — AI 설명과 원문은 반드시 대조하십시오

AI는 법령 내용을 부정확하게 전달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문 번호나 요건을 잘못 설명하거나, 이미 개정된 법령을 구법(舊法) 기준으로 설명하는 사례도 발생합니다. 법령의 내용은 AI의 설명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에서 원문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 기본 원칙입니다.

특히 최근 개정이 빈번한 분야, 예컨대 건설산업기본법, 하도급법, 노동관계법령 등에서는 개정 이력과 시행일을 반드시 함께 확인하여야 합니다.

■ 법리와 사실관계의 간극 — AI가 채울 수 없는 영역

AI는 일반적인 법리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지만, 그 법리가 특정 사건의 사실관계에 적용되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작업입니다.

소송의 결과는 일반론이 아니라 구체적 사실관계와 증거, 상대방의 주장과 반박, 법원의 사실 인정 여부에 따라 결정됩니다. AI는 의뢰인의 계약서를 읽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어떤 논리로 반박할지 예측하지 못합니다. 해당 법원, 해당 재판부의 실무 경향을 반영하지 못합니다. 이 간극을 인식하지 못한 채 AI의 일반론적 설명을 자신의 사건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심각한 오류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 현실적 결론 — AI 서면 작성 후 변호사 검토를 권합니다

나홀로 소송을 선택하는 주된 이유가 비용 부담에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AI를 활용하여 서면을 작성하는 것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다음의 사실을 함께 고려하시기 바랍니다.

소송 단계까지 이른 분쟁이라면 대부분 수백만 원 이상의 금전적 이해관계가 걸려 있습니다. 반면, 변호사에게 사건 수임이 아닌 작성 서면의 검토만을 의뢰하는 경우, 통상 수십만 원 수준의 비용으로 가능합니다. AI만을 신뢰하여 서면을 제출하였다가 허위 판결 인용, 법령 오류, 논리적 취약점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것과, 소액의 비용을 투자하여 정확성을 확보하는 것 중 어느 쪽이 합리적 선택인지는 자명합니다.

AI는 초안 작성의 도구로서 활용하되, 그 결과물을 법정에 제출하기 전에 변호사의 검토를 거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율적인 방법입니다.

■ 나가며

AI의 법률 활용은 앞으로도 확대될 것입니다. 그러나 AI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서면의 내용에 대한 책임은 그것을 작성하고 제출한 당사자에게 귀속됩니다.

도구를 아는 것과 도구를 잘 쓰는 것은 다릅니다. AI가 제시하는 정보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핵심 사항을 반드시 원문과 대조하며, 최종 서면에 대해 전문가의 확인을 거치는 것. 이것이 AI 시대에 나홀로 소송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정동욱 변호사가 드리는 조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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