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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횡단보도 자전거 진입 사고와 운전자의 주의의무 - 어린이보호구역 내 무죄 판결 사례 분석

KY파트너스2025년 12월 24일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형사전문 하현열 변호사입니다.

어린이보호구역 내 교통사고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이른바 '민심법' 시행 이후,

운전자의 주의의무는 그 어느 때보다 엄격하게 요구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운전자가 통상적으로 예견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사고까지 무한정한 책임을 지울 수는 없습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판례는 제가 실제로 수행했던 사례로,

횡단보도 자전거 진입 사고에서 운전자의 보행자 보호 의무와 예견 가능성의 한계를 명확히 한 중요한 판례입니다.


사건의 개요

피고인은 비보호 좌회전을 하던 중,

좌측 보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빠른 속도로 횡단보도에 진입한 어린이 피해자를 충격하여 상해 피해를 입혔습니다.

검찰은 피고인이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서행 및 전방주시 의무를 게을리하여 사고를 냈으며,

사고 후 현장을 이탈했다는 점을 들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어린이보호구역치상 및 도주치상) 혐의로 기소하였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

본 사건의 법률적 쟁점은 다음 두 가지로 압축됩니다.

보행자 보호 의무 위반 여부: 자전거를 타고 횡단보도를 통행하는 자를 도로교통법상 '보행자'로 볼 수 있는지, 이에 따른 운전자의 일시정지 의무가 발생하는지 여부.

사고의 예견 가능성 및 회피 가능성: 야간에 사각지대에서 갑자기 나타난 자전거의 진입을 운전자가 주의의무를 다했더라도 피할 수 있었는지 여부.


재판부의 결론

재판부는 다음과 같은 근거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보행자 지위의 엄격 해석: 도로교통법 제27조 제1항은 자전거를 끌고 가는 사람만을 보행자에 포함할 뿐,

자전거를 타고 통행하는 자는 보행자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에게 보행자 보호를 위한 일시정지 의무 위반의 과실을 물을 수 없습니다.

신뢰의 원칙과 예측 불가능성: 블랙박스 영상 확인 결과,

피고인이 좌회전 진입 전 횡단보도에는 아무런 보행자가 없었으며, 피해자가 보도 뒤쪽에서 가려져 있다가 빠른 속도로 진입했으므로

피고인이 이를 예견하거나 충돌을 회피하기 어려웠다고 보았습니다.

인과관계 부정에 따른 무죄: 사고 자체에 피고인의 과실이 없으므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치상죄는 성립하지 않으며,

'교통사고'가 피고인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도주치상죄 역시 성립할 수 없습니다.


해당 판례의 시사점

본 판결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사고라 할지라도 운전자에게 '무과실 책임'을 묻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했습니다.

특히 횡단보도에서 자전거를 타고 주행하는 행위는 법적 보행자 보호 범위에서 제외된다는 점을 재확인했습니다.

이는 억울한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객관적 증거(블랙박스)와 정밀한 법리 해석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소위 민식이법 시행 이후,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교통사고가 일어나면 무조건 처벌받는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만,

전략적으로 접근한다면 재판 단계에서도 충분히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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