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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하수급인의 직접청구권과 가압류의 우선순위 — 직불합의 후 발주자의 지급의무 범위에 관한 고찰

KY파트너스2026년 3월 31일

Ⅰ. 문제의 소재

건설공사에서 발주자·원도급사·하수급인 사이에 직접지급 합의(이하 '직불합의')가 체결된 경우, 발주자는 하수급인에게 직접 공사대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한다. 그런데 원도급사가 경영 위기에 처하면 다수의 채권자들이 발주자에 대한 원도급사의 공사대금채권을 대상으로 가압류를 신청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이때 발주자는 이중지급의 위험에 노출된다. 한편으로는 직불합의에 따른 하수급인의 청구에 응해야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법원의 가압류결정을 무시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이 칼럼은 창원지방법원 2021가단121120 판결을 중심으로, 하수급인의 직접청구권 발생 시점과 가압류의 시간적 우선순위가 어떻게 교차하는지, 그리고 발주자의 집행공탁이 면책 효력을 갖는지를 분석한다.

Ⅱ. 직접청구권의 법적 근거와 발생 시점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은 발주자·수급인·하수급인 사이에 하수급인에 대한 직접지급 합의가 있는 경우, 발주자가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상당하는 금액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하급십 법원 판결례를 보면 이 조항에 따른 직접청구권이 현실적으로 발생하는 시점에 관하여, 직불합의만으로 청구권이 즉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하수급인이 실제로 시공한 부분에 대한 기성고가 확정되는 시점, 즉 실질적 완공 또는 기성 확정 시에 비로소 발생한다는 입장인 듯하다.

이 사건에서 하수급인 4개사의 직접청구권은 공사가 완공된 2020. 10. 26.에 비로소 발생하였다. 직불합의가 체결된 2020년 6월 당시에는 청구권이 아직 발생하지 않은 상태였다.

Ⅲ. 가압류와 직접청구권의 우선순위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원도급사 채권자들의 가압류와 하수급인들의 직접청구권 중 어느 쪽이 우선하는가이다.

대법원 판례(대법원 2013. 9. 12. 선고 2011다311 판결 등)에 따르면, 원사업자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에 대하여 가압류 또는 압류가 이루어진 경우, 그 압류 등의 효력이 직불합의에 따른 직접청구권의 발생에 어떻게 미치는지는 압류결정이 제3채무자(발주자)에게 송달된 시점과 직접청구권이 발생한 시점의 선후관계에 의해 결정된다.

직접청구권 발생 이전에 가압류결정이 발주자에게 송달된 경우, 그 가압류의 효력은 이후 발생하는 직접청구권에도 미치며, 발주자의 하수급인에 대한 직접지급채무는 그 가압류 청구금액의 한도 내에서 발생하지 않는다. 달리 말하면, 가압류가 먼저 송달된 범위 내에서는 원도급사의 채권이 하수급인에게 이전되지 않는 것이다.

반대로 직접청구권이 발생한 이후에 가압류결정이 송달된 경우, 해당 채권 부분은 이미 하수급인에게 이전되어 원도급사의 발주자에 대한 채권에서 이탈된 상태이므로, 이후의 가압류는 그 채권을 대상으로 하지 못한다.

이 사건에서 N사의 가압류결정은 2020. 7. 16. 발주자에게 송달되었는데, 이는 직접청구권이 발생한 2020. 10. 26.보다 앞선다. 따라서 N사 가압류 청구금액 91,028,880원의 한도 내에서는 하수급인들의 직접청구권이 발생하지 않고, 이를 각 하수급인의 공사대금 잔액 비율로 안분하여 공제하는 방식이 타당하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반면 L, P레미콘 주식회사, M의 가압류결정은 모두 직접청구권 발생 이후에 송달되었으므로, 이미 하수급인들에게 이전된 채권을 다시 압류하는 효력을 가질 수 없다.

Ⅳ. 집행공탁의 면책 효력 — 피공탁자 지정의 중요성

발주자는 미지급 잔액 전부를 원도급사(K종합건설)를 피공탁자로 하여 집행공탁하였고, 이로써 공사대금 지급의무 전부가 소멸하였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사 완공으로 하수급인들에게 직접청구권이 발생한 이상, 원도급사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 중 하수급인 해당분은 이미 하수급인들에게 채권이 이전된 상태이다. 발주자가 그 이후 원도급사를 피공탁자로 하여 집행공탁을 하더라도, 이미 제3자에게 귀속된 채권 부분에 대해서는 면책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이 법리는 발주자 실무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가압류와 직불합의가 경합하는 상황에서 공탁을 선택한다면, 피공탁자를 원도급사로 할 것인지 하수급인으로 할 것인지, 어떤 금액 범위에서 공탁할 것인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잘못 설계된 공탁은 면책 효력을 갖지 못하고, 오히려 이중지급의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

Ⅴ. 실무적 시사점

이 판결은 직불합의가 체결된 건설공사에서 발주자가 직면할 수 있는 법률 리스크를 선명하게 보여준다.

첫째, 가압류 송달일과 직접청구권 발생일의 선후관계가 지급의무의 존부를 결정한다. 발주자는 가압류결정을 수령한 즉시 그 송달일을 확인하고, 공사 완공 또는 기성 확정 시점과의 전후를 검토해야 한다.

둘째, 집행공탁은 피공탁자와 금액 설계가 핵심이다. 원도급사 명의로 전액 공탁하는 방식은 하수급인에 대한 면책 효력을 보장하지 않는다.

셋째, 하수급인별 공사대금 잔액 산정이 필요하다. 가압류 공제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그 공제금액은 각 하수급인의 공사대금 잔액 비율에 따라 안분하여 적용된다. 이를 정확히 계산하지 못하면 개별 하수급인에 대한 지급액 산정에서 오류가 생긴다.

직접지급 합의는 하수급인 보호를 위한 제도이지만, 그 구조는 발주자에게도 상당한 법적 책임을 부여한다. 원도급사의 경영 위기 징후가 포착되는 시점부터 발주자는 법률 전문가와 함께 지급 전략을 정비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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