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종료 시 원상회복의무의 범위는 실무에서 끊임없이 다투어지는 쟁점입니다. 특히 임차인이 종전 임차인의 시설을 그대로 넘겨받은 경우, '원상'의 기준 시점을 언제로 볼지에 따라 철거비 부담이 크게 달라집니다.
대법원 2023. 11. 2. 선고 2023다249661 판결은 이 기준을 명확히 했습니다.
사안의 개요
토지 위에는 양계업자가 설치한 판넬 가건물 주택과, 이후 임차인이 개 사육 농장을 운영하며 설치한 철창 구조물이 있었습니다.
피고는 2004년경부터 그 농장을 빌려 운영하다가 2008년경 3,000만 원을 지급하고 인수했습니다. 2009. 8. 30. 토지 소유자인 원고와 보증금
없이 연 차임 170만 원, 기간 36개월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습니다.
계약서에는 "계약 만료 시 땅 원상복구 할 것"이라는 특약이 있었습니다. 원심은 이 특약을 근거로 주택과 철창의 철거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임차인은 임대 당시의 상태로 반환하면 족합니다
대법원은 임차인이 현상을 변경한 경우 원칙적으로 변경 부분을 철거하여 임대 당시 상태로 회복해야 한다고 전제했습니다(민법 제654조, 제615조).
이어 임대 당시 이미 종전 임차인 등이 설치한 가건물이나 공작물이 있었던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임차인은 임차받았을 때의 상태로 반환하면 되고, 종전 임차인 등이 설치한 부분까지 원상회복할 의무는 없다고 판시했습니다.
특별한 사정의 유무는 계약 체결 경위와 내용, 임대 당시 목적물의 상태, 임차인에 의한 현상 변경 유무 등을 심리하여 구체적·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포괄적 원상복구 특약만으로 기존 시설 철거의무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은 계약서에 주택과 철창이 임차목적물로 기재되지 않았고, 그 사용이나 원상회복에 관한 내용도 찾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시설이 피고가 설치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중요하게 보았습니다. 원심처럼 해석하면 임차인이 설치하지도 않은 시설의 철거 부담을 추가로 지게 되어, 임대인에게만 유리한 결과가 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특약은 임대 당시 상태로 반환한다는 취지로 보는 것이 자연스럽고, 임차인은 그와 비교하여 변경된 부분에 대해서만 원상회복의무를 진다고 했습니다.
대법원은 철거 청구 부분을 파기·환송하고, 토지인도와 부당이득반환 부분에 대한 상고는 기각했습니다.
실무상 시사점
이 판결은 원상회복의 기준 시점을 '최초 상태'가 아닌 '당해 임대차의 개시 시점'으로 보는 원칙을 확인했습니다.
종전 임차인의 시설을 인수한 임차인은 이 판결을 근거로 기존 시설의 철거 요구나 보증금 공제를 다투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러려면 임대 당시 상태와 자신의 변경 범위를 증명할 자료가 필요합니다.
임대인 입장에서는 기존 시설의 철거까지 요구하려면 계약서에 그 대상을 구체적으로 특정해야 합니다. '원상복구'라는 포괄 문구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 이 판결의 교훈입니다.
Q&A
Q. 시설의 존재를 알고 계약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되나요?
원심은 이를 근거로 철거의무를 인정했지만,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인지 여부만으로는 부족하고, 계약 경위와 내용 전체를 보아야 합니다.
Q. 종전 임차인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시설을 인수한 경우는 어떻습니까?
이 사건 피고도 대가를 지급하고 농장을 인수했으나, 대법원은 포괄적 특약만으로 철거의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철거의무의 인수를 별도로 약정했다면 특별한 사정으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맺음말
원상회복의 범위는 계약서의 한 줄이 아니라 계약 경위와 임대 당시의 상태로 정해집니다.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 계약 체결 시점에 현황을 기록하고 원상회복의 대상을 구체적으로 적어 두는 것이 분쟁을 예방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