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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하자 분쟁에서 ‘감정부터’가 답인 이유: 증거보전으로 분쟁의 기준점을 세우는 방법

KY파트너스2026년 3월 2일

건설 하자 분쟁은 대개 “하자가 있느냐”보다, 그 하자가 어디까지인지, 왜 생겼는지, 얼마를 들여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에서 승패가 갈립니다.


그런데 이 핵심 쟁점들은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판단이 어려워집니다. 누수·결로·균열 같은 하자는 계절과 사용 환경에 따라 양상이 달라지고, 보수를 시작하는 순간 ‘보수 전 원형’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하자 분쟁에서는 종종, 소송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에 먼저 증거의 기준점을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그 기준점을 법원 절차로 세우는 제도가 증거보전입니다.

1. 증거보전의 의미: “나중을 위해 지금 확보하는 증거”

증거보전은 본안소송에 앞서, 또는 소송 진행 중이라도, 증거조사를 미리 실시하지 않으면 나중에 그 증거를 사용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을 때 법원이 감정·검증 등을 통해 증거를 확보하는 절차입니다(민사소송법 제375조).

하자 사건에서 이 요건은 비교적 선명합니다.

하자가 ‘고정된 대상’이 아니라, 시간과 조치(보수)에 따라 형태가 바뀌는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2. 하자 사건에서 증거보전이 필요한 전형적 상황

1) 보수를 미룰 수 없는 경우

하자 분쟁은 생활·영업 피해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수로 마감재가 손상되고, 결로로 곰팡이가 퍼지고, 균열로 안전 우려가 제기되면 “나중에 소송 끝나고 고치자”는 선택지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때 보수 자체가 불가피하다면, 보수 전에 법원 절차로 원형을 남기는 것이 실무적으로 중요해집니다.

2) 계절·환경에 따라 재현이 달라지는 경우

누수·결로는 “언제” 확인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장마철에는 분명하던 현상이 건기에 희미해지고, 겨울에 뚜렷하던 결로가 봄이 되면 재현되지 않는 일이 흔합니다.
이런 사건은 “현재 상태”를 객관적으로 확보하지 못하면 본안에서 입증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3) 미시공·변경시공 등 ‘현장 확인’이 본질인 경우

단열재 누락, 방수층 누락, 도면·시방과 다른 시공, 설비·배관의 임의 변경 등은 말로 다투기보다 현장 확인과 감정의 구조화가 핵심입니다. 시간이 지나 가려지거나 보수되면 확인 자체가 어려워지므로, 조기에 감정으로 고정해둘 필요가 커집니다.

3. 절차의 실제 흐름: “감정 질문을 어떻게 설계하느냐”가 성패를 가른다

증거보전은 단순히 신청서를 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하자 사건에서는 특히 감정사항(감정인이 답해야 할 질문)이 정교해야 합니다.
실무상 감정사항은 보통 다음 네 축으로 구성됩니다.

  1. 하자의 존재 여부(무엇이 하자인지)

  2. 하자의 범위(기능·미관·안전·약정 위반 등)

  3. 하자의 원인(부실시공, 미시공, 변경시공, 설계 문제, 관리 문제 등)

  4. 보수 방법 및 보수비 산정

법원은 신청서와 소명자료를 바탕으로 증거보전 필요성을 판단하고, 인용되는 경우 감정인 지정과 일정 조율을 거쳐 현장조사(검증) 및 감정서 제출로 이어집니다.

사안에 따라 감정서를 둘러싼 쟁점을 정리하기 위해 감정인 신문기일이 진행되기도 합니다.

4. 증거보전 감정의 효용: 분쟁을 “주장”에서 “기준”으로 바꾸는 힘

하자 분쟁이 길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양쪽이 서로 다른 전제를 들고 싸우기 때문입니다.

  • “그 정도 하자는 원래 있는 수준이다.”

  • “사용자가 관리를 잘못해서 생긴 것이다.”

  • “보수 범위가 과하다.”

  • “견적이 부풀려졌다.”

증거보전 감정은 이런 논쟁을 한 번에 없애지는 못해도, 최소한 공통의 기준점을 만들어 줍니다.

보수 전 상태가 법원 절차로 기록되면, 이후 보수가 진행되더라도 “당시 상태가 어땠는지”를 둘러싼 공방이 줄어들고, 분쟁은 하자 범위·원인·비용이라는 실질 쟁점으로 수렴됩니다.

또한 감정서가 제출되면 협상 구조도 달라집니다.

쟁점이 추상적 비난에서 벗어나, 하자 항목과 보수비의 구체적 숫자로 정리되기 때문입니다. 하자 사건에서 조정이나 화해가 성립되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5. 자주 묻는 질문

Q1. 소송을 제기하기 전에도 증거보전을 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소 제기 전 증거보전의 관할은 민사소송법 제376조에 규정되어 있고, 소송 중에도 증거보전은 가능합니다.

Q2. 사진과 영상만으로는 부족한가요?

사진·영상은 중요한 자료이지만, 하자 사건에서 핵심은 원인·범위·보수비 산정입니다. 이 부분은 전문적 판단이 필요한 경우가 많아, 법원이 증거로 삼기에는 감정의 객관성과 구조화된 판단이 더 강력하게 작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3. 증거보전 감정을 하면 본안에서 반드시 그대로 인정되나요?

반드시 그렇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하자 사건에서는 감정서가 본안 판단의 중요한 기초가 되는 경우가 많고, 필요 시 추가감정이나 반박감정이 진행되기도 합니다(사안별로 달라 일률적 단정은 어렵습니다).

6. 결론: 하자 분쟁은 ‘속도’보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하자 분쟁에서 당사자들이 원하는 것은 대개 같습니다. 빨리 고치고, 빨리 정리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빨리 정리하려면 먼저 원형을 남기고 기준점을 세우는 절차가 필요합니다.

증거보전은 하자 분쟁을 지연시키는 제도가 아니라, 오히려 분쟁의 방향을 ‘주장 대 주장’에서 ‘기준에 따른 정리’로 전환시키는 장치입니다.

특히 보수가 불가피한 사건이라면, 보수 전에 증거를 확보하는 선택이 이후 소송과 협상에서 결정적인 차이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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