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나 오피스텔 인테리어를 진행하는 자영업자에게 가장 치명적인 상황은 단순한 분쟁이 아닙니다.
바로 개업 날짜가 확정된 상태에서 공사가 멈추는 경우입니다.
임대차 계약은 이미 시작됐고, 임대료는 나가는데, 인테리어 업체는 갑자기 태도를 바꿉니다.
“자재값이 올랐다”, “추가 공사가 생겼다”, “잔금부터 달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하자가 눈에 보이는데도 열쇠를 안 넘겨주겠다고 버티거나, 공사를 멈춘 채 사실상 압박을 가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때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은 두 가지 선택지 사이에서 흔들립니다.
빨리 오픈해야 하니 울며 겨자 먹기로 돈을 더 준다
다투자니 공사가 더 늦어질까 두렵다
대한변협 등록 건설 전문 변호사로서 실제 분쟁 사례를 보면, 이 구간에서 대응을 잘못하면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납니다. 아래는 공사 중 분쟁이 발생했을 때 발주자가 취해야 할 핵심 대응 원칙입니다.
1. 공사비 증액 요구, 말만으로는 인정되지 않습니다
인테리어 분쟁에서 가장 흔한 장면은 다음과 같습니다. 처음 계약할 때는 5천만 원이었는데, 공사 중반을 넘기며 6천·7천만 원을 요구하는 경우입니다. 법적으로 추가 공사비가 인정되려면 요건이 분명합니다.
① 발주자가 해당 추가 공사에 대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동의했는지
② 원래 계약 범위에 포함되지 않은 별도의 공사인지
이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되어야 합니다.
“현장 상황이 어려웠다”, “더 튼튼하게 해줬다”, “원래 이렇게 하는 게 맞다”는 설명은 법적 근거가 되지 않습니다. 발주자의 동의 없이 시공사가 임의로 한 작업은 추가대금 청구 대상이 아닙니다.
2. 하자가 있다면 잔금을 줄 의무가 없습니다
동시이행항변권의 활용
공사가 끝났다고 하지만 바닥이 들뜨고, 배수가 안 되고, 마감이 엉망인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시공사는 “잔금을 줘야 하자 보수를 해준다”고 말합니다. 법적으로는 정반대입니다.
하자가 존재하는 이상, 발주자는 하자가 보수될 때까지 잔금 지급을 거절할 수 있습니다. 이를 ‘동시이행항변권’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잔금이 1,000만 원인데 하자 보수에 300만 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면, 그만큼을 유보하거나 보수 완료 시까지 지급을 미룰 수 있습니다. 이는 채무불이행이 아니라 정당한 권리 행사입니다.
“돈부터 주면 고쳐주겠다”는 말에 응할 법적 의무는 없습니다.
3. 공사가 늦어졌다면 지체상금을 따져야 합니다
상가 인테리어에서 공기 지연은 단순 불편이 아니라 직접적인 손실입니다. 임대료는 나가고, 영업은 못 하고, 인건비와 기회비용이 계속 발생합니다. 계약서에 지체상금 조항이 있다면 매우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통상적인 기준은 ▶ 총 공사금액의 1일당 0.1% 수준입니다.
준공일을 넘긴 일수만큼 공사비에서 공제하거나 별도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만약 계약서에 지체상금 규정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이 경우에는 실제 손해를 입증해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합니다. 임대료, 개업 지연 손실, 추가 비용 등을 하나하나 증명해야 하므로 훨씬 어려워집니다. 그래서 계약 단계에서 준공일과 지체상금 조항은 반드시 넣어야 합니다.
4. 더 이상 못 맡기겠다면 계약 해지(타절)와 기성고 정산
시공 능력이 부족하거나 연락이 끊기는 등 정상적인 공사 진행이 불가능하다면, 계약을 종료하고 다른 업체로 넘어가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이를 흔히 ‘타절’이라고 합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개념이 기성고입니다. 즉, 지금까지 실제로 완성된 공사의 비율입니다.
타절 시 반드시 해야 할 조치
현장 사진·영상 촬영으로 상태 보존
공정별 완료 정도를 최대한 상세히 기록
가능하면 제3자의 확인 확보
정산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전체 공사대금 × 기성고 비율) − 이미 지급한 금액
이미 더 많이 줬다면 반환을 요구할 수 있고, 부족하다면 그 범위 내에서만 지급하면 됩니다. 이 기성고 산정이 다툼이 되면 감정 절차로 넘어가게 되므로, 초기 증거 확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자주 나오는 질문 정리
Q. 계약서 없이 문자나 카톡으로만 진행했습니다. 끝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불리할 뿐 불가능하지는 않습니다.
견적서, 계좌이체 내역, 문자·카카오톡 대화, 통화 녹음 등은 모두 계약 내용을 입증하는 자료가 됩니다.
특히 “이 자재로 진행해주세요”, “언제까지 끝내주세요”라는 요청과 그에 대한 시공사의 동의 답변은 핵심 증거가 됩니다.
Q. 시공사가 유치권 행사하겠다고 문을 잠갔습니다
유치권이 성립하려면 우선 ① 공사대금 채권이 변제기에 있어야 하고, ② 적법하게 점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자가 존재해 잔금 지급을 거절하는 상황이라면, 변제기 자체가 도래하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큽니다. 또한 무단으로 출입을 막거나 자물쇠를 채우는 행위는 업무방해 문제로 이어질 수 있어 법적 대응 대상이 됩니다.
Q. 너무 엉망이라 전부 철거하고 다시 하고 싶은데 가능할까요?
이른바 재시공 비용 청구 문제입니다. 법원은 전면 철거·재시공을 매우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하자가 단순 보수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정도로 중대하다는 점이 기술적으로 입증되어야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는 전면 재시공이 아니라 보수 비용 범위에서만 인정됩니다. 감정 절차가 사실상 필수적입니다.
마무리: 감정 대응이 아니라 정산과 증거로 싸워야 합니다
인테리어 분쟁은 감정 싸움으로 흐르기 쉽습니다. 하지만 법적으로 유리해지려면 감정 표현이 아니라 자료와 구조가 필요합니다.
계약 위반 사항을 항목별로 정리하고
하자 목록을 객관적으로 정리하며
내용증명으로 공식 입장을 남기고
필요하면 가압류나 소송으로 압박해야 합니다
개업 일정이 잡혀 있다는 약점 때문에 끌려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정확한 법적 대응을 하면, 오히려 협상 주도권은 발주자 쪽으로 돌아옵니다.
공사비 증액 요구, 공사 중단, 하자 분쟁으로 막막한 상황이라면 초기 대응 방향 설정만으로도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