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를 진행하다 보면 계획과 다르게 일이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재비가 오르기도 하고, 현장 여건이 예상과 달라지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시공사로부터 “추가 비용이 발생했다”, “공사비를 조정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문제는 이때 많은 발주자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부담입니다. 전문 영역이다 보니 시공사 말이 맞는 것처럼 느껴지고, 법적으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공사비 증액 문제는 감정이나 체감 난이도의 문제가 아니라 계약이 실제로 변경되었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됩니다.
총공사대금을 정한 계약의 기본 원칙
공사도급계약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계약서에 기재된 총공사대금입니다. 총액을 정해 계약을 체결했다면, 원칙적으로 그 금액이 공사비의 상한선이 됩니다. 시공사가 비용이 더 들었다는 사정만으로 계약 금액을 초과해 지급을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총공사대금을 정하여 한 공사도급계약의 경우 도급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수급인에게 당초의 공사대금을 초과하는 금원을 공사대금으로 지급할 의무는 없고, 다만 수급인이 본계약내용에 없는 추가공사를 하였다면 그에 대한 추가공사비를 지급할 여지가 있을 뿐이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5다63870 판결).
이 판결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공사 과정에서 예상보다 일이 힘들어졌다는 사정이나 비용 부담이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공사비가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설계변경이 있으면 공사비는 어떻게 달라질까
공사비 증액이 실제로 문제 되는 상황 중 하나가 설계변경입니다. 공사 도중 도면이 바뀌거나, 구조나 마감 방식이 변경되거나, 당초 예정에 없던 공정이 추가되는 경우 계약 내용 자체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계약의 내용이 변경되었다면, 변경된 범위에 한해 추가 비용이 문제 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설계변경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공사비 증액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부분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그로 인해 어떤 공사가 추가되었는지, 추가 비용이 어떤 기준으로 산정되었는지가 구체적으로 확인되어야 합니다.
추가공사와 공사비 증액의 판단 기준
설계변경과는 별도로, 계약서에 포함되지 않은 공사가 새로 이루어진 경우도 공사비 분쟁의 핵심 쟁점이 됩니다. 이 경우에도 단순히 “추가로 일을 했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대법원은 같은 판결에서 다음과 같이 판단 기준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공사내용의 변경, 추가로 인한 추가공사비의 지급을 위해서는 준공된 공사의 내용에 당초 계약에 없던 추가적인 공사가 있었고, 그에 관해 원·피고 사이의 합의가 있었음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대법원 2006. 4. 27. 선고 2005다63870 판결).
즉, 계약에 없던 공사가 실제로 있었는지, 그리고 그 추가공사에 대해 당사자 사이의 합의가 있었는지가 핵심입니다. 추가공사는 했지만 합의가 없었거나, 합의의 범위가 불명확한 경우라면 공사비 증액은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자재비·인건비 상승은 누구의 책임일까
실무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주장은 자재비나 인건비 상승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은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시공사가 부담해야 할 위험으로 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계약 당시 이미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범위의 비용 변동은 시공사의 영역으로 평가됩니다.
물론 계약서에 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 조정 조항이 있거나, 발주자의 요구로 인해 비용이 증가한 경우라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순한 시장 상황 변화만으로 공사비 증액이 인정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구두 합의는 어디까지 효력이 있을까
현장에서는 문서로 정리되지 않은 대화가 오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냥 진행하세요”, “나중에 정산하죠”와 같은 말들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나 공사비 증액처럼 중요한 사항에 대해 법원은 묵시적 동의를 매우 엄격하게 판단합니다.
문자나 이메일, 메신저 기록 등 객관적인 자료가 없는 상태에서 단순한 구두 대화만으로 공사비 증액 합의가 있었다고 인정되기는 쉽지 않습니다.
핵심 내용 한 번에 정리
- 총공사대금을 정한 계약에서는 계약금액이 기준이다
-설계변경이나 계약 외 추가공사가 있어야 증액이 문제 된다
-추가공사비는 추가공사와 합의가 모두 입증되어야 한다
-자재비·인건비 상승은 원칙적으로 시공사 부담이다
-구두 합의만으로는 공사비 증액이 인정되기 어렵다
마무리
공사비 증액 요구를 받았다고 해서 즉시 응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총공사대금을 정한 계약이라면, 실제로 계약 내용이 변경되었는지, 추가공사가 있었는지, 그에 대한 합의가 있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공사비 분쟁은 결국 현장의 억울함이 아니라 계약과 증거로 판단됩니다. 정산을 서두르기 전에 한 번쯤 법적 기준에 따라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