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재판이 진행되던 중, 사건의 성격이 바뀌는 순간이 있습니다
교통사고 형사사건을 상담하다 보면, 의뢰인들이 가장 크게 당황하는 상황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으로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치료가 길어지던 피해자가 재판 도중 사망하면서 검사가 치사로 공소사실을 변경하는 경우입니다.
치상 사건은 “상해 결과”를 중심으로 다투는 구조인 반면, 치사 사건은 결국 “사망 결과”가 전면에 놓입니다. 이때부터 사건은 단순히 교통사고의 과실 여부를 넘어, 사고와 사망 사이 인과관계를 형사책임으로 단정할 수 있는지가 핵심 쟁점으로 재편됩니다.
2. “사망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치사가 자동으로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피해자가 사망한 사건이라고 해서, 언제나 치사가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치사로 처벌하려면, 검사가 주장하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그 증명이 부족하다면 법원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로 보아 무죄 판단을 할 수 있습니다(형사소송법 제325조).
실무에서는 특히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는 경우, ‘치사’로 단정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사고와 사망 사이에 상당한 시간 간격이 존재하는지 여부, 치료 과정에서 호전 또는 안정 경과가 확인되는지 여부, 피해자의 고령·기왕증 등 독립 위험요인이 존재하는지 여부, 사망의 직접 사인이 감염·패혈증 등으로 나타나 사고와의 연결고리를 추가로 검토해야 하는지 여부가 그 예입니다.
3. 본 사건에서 정동욱 변호사가 처음부터 주목한 지점은 ‘인과관계의 단정 가능성’이었습니다
본 사건은 원래 치상으로 기소되어 재판이 진행되다가, 재판 도중 피해자의 사망으로 치사로 공소사실이 변경된 사안이었습니다. 저는 공소사실 변경 이후 기록과 진료경과를 재정리하면서, 이 사건은 치사로 규율하기에는 석연치 않은 부분이 적지 않다고 보았습니다.
첫째, 사고와 사망 사이에 시간 간격이 존재했고, 그 사이의 치료 경과가 단순한 악화 일변도라고 보기 어려운 지점이 있었습니다.
둘째, 치료 과정에서 재활치료 등 경과가 포함되어 있었고, 당시 상태가 어느 정도로 유지·변화했는지에 따라 사고와 사망의 연결고리가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셋째, 피해자에게는 기왕증 등 건강 상태에 관한 요소가 있어, 사망 원인을 사고 하나로 단정하기보다는 의학적 검토를 전제로 인과관계를 엄격하게 따져야 하는 구조라고 판단했습니다.
이러한 사정이 모이면, 결국 쟁점은 하나로 수렴합니다. “사고가 사망의 원인이라고 형사책임으로 단정할 수 있는가”입니다.
4. 쟁점을 ‘말’로 다투지 않기 위해, 진료기록 감정촉탁을 진행했습니다
형사사건에서 범죄사실의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변호인의 역할은 “무죄를 입증한다”기보다, 검사가 주장하는 인과관계가 합리적 의심 없이 단정되기 어려운 지점을 구체화하고, 재판부가 판단할 수 있도록 객관적 자료의 형태로 정리하는 데 있습니다.
본 사건에서는 그 목적을 위해 피해자의 진료기록에 대한 감정촉탁을 진행했습니다. 사고와 사망의 관계는 법률논리만으로 정리되기 어렵고, 의료기록의 의미와 경과에 대한 전문적 검토가 결론을 좌우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감정 회신에서는, 본 교통사고가 사망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구체적 내용은 개인정보 및 사건 특정 우려로 생략합니다). 이 감정 회신은 재판부가 ‘치사’ 인정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 근거로 기능했습니다.
5. 결론은 명확했습니다: ‘치사’는 무죄로 정리되고, 처벌은 ‘치상’ 범위에 그쳤습니다
최종적으로 법원은 ‘치사’ 부분에 대하여는 범죄사실의 증명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판단하여, 치사 부분은 무죄로 정리되었습니다.
그 결과 피고인은 치상 범위에서만 처벌을 받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치상으로 시작했다가 치사로 공소사실이 바뀐 사건에서, 그 ‘치사’가 그대로 인정되었다면 사건은 사망사건으로서 양형의 무게가 크게 달라질 수밖에 없습니다. 본 사건은 바로 그 지점에서, 인과관계를 엄격히 점검하고 객관적 절차로 쟁점을 구조화함으로써, 치사 단정을 막아낸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6. 실무적으로 정리하면, “치상 → 치사 공소장변경” 국면에서는 다음을 즉시 점검해야 합니다
이와 유사한 사건에서는 감정이나 분위기보다, 다음 항목을 중심으로 기록을 재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고와 사망 사이 기간, 치료의 경과(호전·안정 여부), 사망의 직접 사인 및 그 형성 과정, 기왕증·고령·감염 등 독립 위험요인의 존재, 진료기록의 일관성과 공백, 그리고 의료감정(감정촉탁) 필요성의 유무가 그것입니다.
특히 사망까지 시간이 경과한 사건에서 검사가 치사로 변경한 경우에는, “사망 결과의 존재”가 아니라 “형사책임으로 단정 가능한 인과관계의 존재”가 핵심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대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