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중도에 멈춰 도급계약이 해제되면, 이미 시공된 부분의 대가를 어떻게 정산할지가 분쟁의 중심이 됩니다. 수급인은 계약 공사대금 중 진척된 만큼을, 도급인은 실제로 들어간 원가 수준을 주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 1992. 3. 31. 선고 91다42630 판결은 이 문제의 기준을 약정 공사비에 두었습니다.
1. 수급인의 공사 중단을 이유로 한 도급인의 해제는 적법하였습니다
이 사건은 주택 신축 공사도급계약에 관한 것입니다. 수급인은 1987. 7. 27.경 자신의 귀책사유로 공사를 중단하였고, 도급인은 같은 해 8. 3.경 이행을 최고하면서 응하지 않으면 계약을 해제하고 직접 시공하겠다고 통고하였습니다.
수급인이 응하지 않자 도급인은 8월 초순부터 직접 공사를 진행하여 주택을 완공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이 과정을 거친 해제가 적법하다는 원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2. 공사가 상당히 진척되었다면 계약은 미완성 부분에 대해서만 실효됩니다
해제는 원칙적으로 원상회복을 수반합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해제 당시 공사가 상당한 정도로 진척되어 원상회복이 중대한 사회적·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고, 완성 부분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되는 경우에는 도급계약이 미완성 부분에 대해서만 실효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수급인은 해제 당시의 상태 그대로 건물을 인도하고, 도급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미완성 건물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여야 합니다. 이는 대법원 1986. 9. 9. 선고 85다카1751 판결 이래의 법리로, 완성된 건물에 대한 해제를 제한하는 민법 제668조 단서의 취지와 맥을 같이합니다.
3. 보수는 약정 총공사비에 공사 중단 당시의 기성고 비율을 곱하여 산정합니다
수급인은 전체 공정의 90%를 시공하였다며 약정 공사대금의 90%에서 기지급액을 뺀 금액을 청구하였습니다. 원심은 완성 부분에 실제 지출된 비용에서 기지급액을 공제한 42,592,285원만을 인정하였습니다.
대법원은 미완성 건물의 보수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당사자가 약정한 총공사비를 기준으로,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할 당시의 기성고 비율을 적용한 금액이 되어야 하고, 수급인이 실제로 지출한 비용을 기준으로 할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특별한 사정의 설시 없이 지출 비용을 기초로 한 원심은 법리오해와 심리미진의 위법이 있어 원고 패소 부분이 파기환송되었습니다.
4. 기성고 비율은 완성 부분과 미시공 부분의 공사비를 함께 산출하여 정합니다
이후 대법원 2017. 12. 28. 선고 2014다83890 판결은, 공사 중단 당시를 기준으로 완성 부분에 들어간 공사비와 미시공 부분을 완성하는 데 들어갈 공사비를 합친 전체 공사비 중 완성 부분 공사비가 차지하는 비율로 기성고를 확정하고, 이를 약정 공사비에 적용하여야 한다고 정리하였습니다.
또한 당사자가 미시공 공사비를 미리 약정해 둔 경우에는 약정 총공사비에서 그 미시공 공사비를 공제한 금액을 보수로 본 판례도 있습니다(대법원 1993. 11. 23. 선고 93다25080 판결). 결국 정산의 출발점은 계약서와 공사비 내역서이며, 공사 중단 시점의 현장 상태를 객관적으로 남겨 두는 것이 감정 단계에서 결정적입니다.
Q&A
Q. 해제를 하려면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하나요?
민법 제544조는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하지 않을 때 해제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도 공사 중단 후 최고와 해제 통고를 거쳤다는 점이 적법성 판단의 바탕이 되었습니다.
Q. 기성고는 언제의 공정을 기준으로 보나요?
수급인이 공사를 중단한 당시가 기준입니다. 도급인이 공사를 이어 간 뒤의 공정은 반영되지 않으므로, 중단 직후의 사진·공정표·기성 자료를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Q. 도급인에게 지체상금 채권이 있으면 어떻게 되나요?
보수 지급 의무 자체는 그대로 인정되고, 지체상금 채권은 상계 가능성을 별도로 검토하게 됩니다.
맺음말
공사 중단에 따른 해제가 적법하더라도, 상당히 진척된 공사의 완성 부분에 대한 보수 의무는 남습니다. 그 금액은 약정 총공사비와 중단 당시 기성고 비율로 정해지므로, 도급인과 수급인 모두 계약서, 내역서, 해제 통지, 기지급 기성금 내역, 중단 당시 현장 자료를 먼저 정리해 두시기 바랍니다. 구체적 사안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니 자료를 갖추어 상담을 받아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