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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부동산] 공사도급계약 해제의 요건과 리스크 — 공사 중단 상황에서 건축주와 시공사가 반드시 검토해야 할 법리

KY파트너스2026년 4월 30일

문제 제기

건설 현장에서 공사 중단은 생각보다 자주 발생합니다. 공정이 지연되고 현장이 장기간 정체되는 상황이 되면, 건축주는 계약해제를 통해 관계를 정리하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그러나 실제 분쟁에서 "공사가 중단됐으니 계약을 해제하면 된다"는 단순한 논리는 다양한 법적 함정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공사도급계약 해제의 법적 요건과 그 리스크를 건축주와 시공사 양측의 시각에서 분석합니다. 특히 이행 최고 절차, 귀책사유 판단, 민법 제673조에 따른 임의해제의 한계, 해제 후 기성고 정산 문제를 중심으로 살펴봅니다.

공사 중단의 원인 분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공사도급계약 해제를 검토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작업은 공사 중단의 원인을 법적으로 귀속시키는 것입니다. 이 작업이 선행되지 않으면 해제의 정당성이 흔들립니다.

실무상 공사 중단의 원인은 크게 네 가지로 구분됩니다.

첫째, 수급인(시공사)의 인력·자재 투입 부족으로 인한 공정 지연 및 중단입니다. 이 경우에는 수급인의 귀책사유에 따른 채무불이행이 문제 됩니다.

둘째, 도급인(건축주)의 기성금 미지급으로 인한 수급인의 공사 중단입니다. 이 경우에는 오히려 도급인의 선이행의무 불이행이 먼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동시이행관계 또는 선이행의무의 위반 여부가 쟁점이 됩니다.

셋째, 설계변경, 인허가 지연, 민원, 현장 여건 변경 등 외부적 요인으로 인한 공사 지연입니다. 이 경우 지연의 책임 귀속은 계약서 조건과 구체적 경위에 따라 달리 판단됩니다.

넷째, 공사비 정산, 추가공사 발주, 하자 여부 등을 둘러싼 분쟁으로 인한 공사 중단입니다. 이 경우에는 쌍방의 주장이 충돌하며, 공사 중단의 귀책을 어느 일방에게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공사가 중단됐다는 결론을 바로 해제 사유로 삼기보다, 그 경위를 시간순으로 정확히 정리하는 작업이 소송 전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입니다.

채무불이행에 의한 해제와 이행 최고의 원칙

민법 제544조는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계약 해제의 원칙을 규정합니다. 당사자 일방이 채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는 경우, 상대방은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이행을 최고하고, 그 기간 내에 이행이 없을 때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채무자가 미리 이행하지 않을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한 경우에는 최고를 요하지 않습니다(제544조 단서).

공사도급계약에서 이 원칙은 두 가지 실무적 함의를 가집니다.

첫째, 수급인의 공사 지연 또는 중단이 있다고 해서 도급인이 곧바로 계약해제를 통보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부적법합니다. 상당한 기간을 정한 이행 최고를 먼저 거쳐야 합니다.

둘째, 이행 최고에서 "상당한 기간"은 수급인이 공사를 재개하는 데 현실적으로 필요한 기간을 기준으로 판단됩니다. 공사의 규모, 중단된 공정의 내용, 인력과 장비의 재투입 준비 기간이 고려 요소가 됩니다. 소규모 내장 공사와 중대형 건축 공사는 이 기간이 다를 수밖에 없으며, 지나치게 단기간으로 설정된 최고는 이행 기회를 실질적으로 박탈한 것이어서 적법성이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최고 내용의 구체성도 중요합니다. 단순히 "공사를 재개하라"는 추상적 요구보다, 특정 기일까지 투입해야 할 인력 규모, 재개해야 할 공정, 제출해야 할 공정 회복계획 등을 명시할수록 이후 분쟁에서 최고의 적법성을 뒷받침하기 유리합니다.

이행 거절 의사가 명백한 경우에는 최고를 생략하고 해제할 수 있으나, 수급인이 "기성금 미지급으로 인한 일시적 중단"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이를 이행 거절로 인정받으려면 이행 거절 의사가 외부적으로 명확히 표현되었다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건축주의 기성금 미지급과 해제 주장의 충돌

공사 중단 사건에서 실무상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쟁점은 기성금 지급 여부입니다.

도급인이 약정한 기성금을 지급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급인의 공사 중단을 이유로 해제를 주장하는 경우, 이 해제 주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취약성을 가집니다.

하나는 기성금 지급이 수급인의 공사 이행에 대한 선이행의무에 해당하는 경우, 도급인의 미지급이 수급인의 이행 지체를 발생시킨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경우 수급인의 공사 중단이 귀책사유 있는 채무불이행으로 평가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동시이행의 항변입니다. 수급인은 기성금이 지급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사를 계속하지 않을 권리를 주장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도급인의 채무불이행 해제 주장 자체가 성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도급인은 계약해제를 검토하기 전에 현재까지 지급한 공사대금, 실제 공정률에 따른 기성고, 미지급 기성금 존재 여부를 반드시 선점검해야 합니다.

반대로 수급인 입장에서도 단순한 기성금 미지급 주장만으로는 공사 중단의 정당성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기성금 청구의 시점, 청구 금액의 정당성, 공정률 산정 근거, 도급인에 대한 공식적 지급 요청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민법 제673조와 임의해제의 한계

건설 분쟁에서 건축주가 자주 간과하는 조문이 민법 제673조입니다. 이 조항은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이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음을 규정합니다.

이 조항의 핵심은 "손해를 배상하고"라는 문언에 있습니다.

도급인이 수급인의 귀책사유 없이 임의로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 도급인은 수급인이 이미 지출한 비용과 공사를 완성하였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배상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이 조항에 따른 손해배상의 범위에 관하여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였더라면 얻었을 이익까지 포함된다는 취지를 명확히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중요한 것은 해제 사유의 성격입니다.

대법원은 도급인이 수급인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해제 의사를 표시하였으나, 실제로 채무불이행 요건이 갖추어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진 경우, 단순히 당사자 사이에 분쟁이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그 해제 의사표시에 민법 제673조에 따른 임의해제 의사가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이는 실무상 매우 중요한 시사점입니다.

도급인이 채무불이행 해제를 선택한 경우, 나중에 채무불이행 요건이 충족되지 않았음이 드러나더라도 임의해제로의 자동 전환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해제 통지를 할 때에는 해제 사유와 법적 근거를 신중히 설정해야 하며, 상황에 따라서는 채무불이행 해제와 예비적 임의해제를 병기하는 방식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해제 후 기성고 정산의 법리

계약이 해제된 이후에는 기성고 정산 문제가 본격화됩니다. 이 단계에서도 다수의 법적 쟁점이 발생합니다.

공사도급계약이 중도에 해제된 경우, 도급인은 수급인에게 기성 부분에 해당하는 보수를 지급해야 합니다. 대법원은 기성 부분 보수의 산정 방법에 관하여, 단순히 특정 공사가 물리적으로 완료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기성고 산정에서 제외할 수 없다는 취지의 판단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실무상 해제 후 정산 과정에서는 다음의 쟁점들이 반복적으로 다투어집니다.

첫째, 공사 중단 시점의 실제 공정률 산정입니다. 양 당사자가 공정률을 다르게 주장하는 경우가 많아, 감정이 필요한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둘째, 이미 시공된 부분이 도급인에게 이익이 되는지 여부입니다. 일부 공정이 미완성이더라도 전체 건물의 완성에 기여하는 경우에는 기성고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셋째, 잔여 공정의 완성에 필요한 비용 산정입니다. 이는 도급인이 제3의 시공사에게 지급한 완공 비용과 연동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넷째, 기존 시공 부분의 하자와 하자보수비입니다. 하자 여부와 그 보수비를 기성고 정산액에서 공제하는 방식이 분쟁의 핵심이 되기도 합니다.

다섯째, 지체상금 발생 여부 및 그 액수입니다. 공정 지연에 대한 지체상금 약정이 있는 경우, 이를 어떻게 산정하고 기성고 정산액에서 공제할 것인지가 문제 됩니다.

계약해제는 분쟁의 종결이 아니라, 정산이라는 새로운 분쟁의 시작점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합의해제 시 정산 조건의 명확화

현장에서 "서로 좋게 정리하자"는 방식으로 공사를 종료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그러나 합의해제에서도 정산 조건이 명확히 합의되지 않으면 이후 별개의 분쟁이 발생합니다.

합의해제 시 명시적으로 확인해야 할 사항은 다음과 같습니다

인정되는 기성고와 정산 금액, 선급금 반환 여부, 하자보수책임의 귀속, 지체상금 청구 포기 여부, 현장 자재·장비의 처리, 설계도서 및 인허가 자료의 인계, 향후 민형사상 이의 제기 포기 여부가 이에 해당합니다.

이 사항들은 구두로 합의하더라도 실무상 의미가 없습니다.

정산합의서, 계약종료합의서, 현장인계확인서를 작성하고 당사자 간에 서명·날인함으로써 서면화해야만 합니다.

시사점 및 결론

공사도급계약의 해제는 건설 분쟁에서 가장 빈번하게 선택되는 수단이지만, 동시에 가장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법률 행위입니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해제 전 이행 최고 절차의 적법성, 공사 중단의 귀책 소재, 기성금 지급 여부를 반드시 점검해야 합니다. 요건을 갖추지 못한 해제는 오히려 건축주를 채무불이행 책임자로 전환시킬 수 있습니다.

시공사 입장에서는 공사 중단의 원인이 도급인의 기성금 미지급 또는 설계변경 미협의에 있다는 점을 구체적 자료로 뒷받침해야 합니다. 이 입증에 실패하면 귀책 있는 채무불이행으로 평가되어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해제를 선택하기 전에, 공사 중단의 경위를 법적으로 정리하고, 이행 최고 절차를 적법하게 거치며, 해제 사유의 법적 성격을 명확히 설정하는 것이 분쟁 대응의 출발점입니다.

계약해제 통보 한 장의 법적 무게를 가볍게 여기지 않는 것, 그것이 건설 분쟁에서 불필요한 손해를 줄이는 첫 번째 원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