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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 계약이 중도 해제된 경우, 이미 투입한 비용과 예상이익을 청구할 수 있을까

KY파트너스2026년 6월 12일

계약을 체결하고 일을 진행하던 중, 발주자나 거래 상대방으로부터 갑자기 계약 해제 또는 해지 통보를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상대방은 종종 이렇게 말합니다.

“사정이 생겨서 계약을 계속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지출한 영수증을 제출하면 그 부분만 정산하겠습니다.”
“아직 결과물이 완성되지 않았으니 큰 금액은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계약이 중도에 종료되었다고 해서 언제나 상대방이 제시하는 방식대로만 정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의 실질이 도급에 해당하고, 도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 계약을 해제한 경우라면, 민법 제673조에 따라 이미 투입한 비용뿐 아니라 일을 완성하였다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까지 손해배상으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조형물 디자인·제작·설치 계약이 중도 해제된 사건에서, 발주자를 상대로 1억 1,820만 원 상당의 손해배상 판결을 받은 사례를 바탕으로 계약 해제 손해배상에서 어떤 점을 검토해야 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사건의 개요

의뢰인은 조형물 제작, 디자인 설계 용역 등을 수행하는 회사였습니다.

상대방 지방자치단체는 지역 환경개선사업을 추진하면서 조형물, 어구보관창고, 포토존 등을 디자인하고 제작·설치하는 사업을 진행하였고, 의뢰인은 제안서를 제출하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었습니다. 이후 양측은 계약금액 4억 7,000만 원의 물품제작·공급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계약 체결 후 지역 주민들의 반대 등이 문제되자, 상대방은 사업 일시중지를 요청하였고, 이후 계약 해지를 요청하였습니다.

당시 의뢰인은 이미 디자인 개발, 설계 변경, 주민간담회 대응, 수정안 검토 등 상당한 업무를 수행한 상태였습니다. 그럼에도 상대방은 계약 해지를 전제로 제한적인 정산을 주장하였습니다.

2. 계약 해제 사건에서 먼저 보아야 할 것

계약 해제 사건에서 가장 먼저 검토해야 할 것은 단순히 “얼마를 받을 수 있는가”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계약 해제 또는 해지 통보를 법적으로 어떻게 볼 것인지입니다.

이 사건에서 상대방은 지방자치단체 계약 기준상 ‘사정변경에 따른 해지’에 해당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발주기관에게 불가피한 사정이 발생하였으므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그에 따른 정산 범위도 제한된다는 취지였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소송 전 단계부터 이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상대방이 주장한 지역 주민들의 반대 가능성은 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미 문제되었던 사정이었습니다. 계약 체결 이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던 객관적이고 불가피한 사정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이 사건은 상대방이 주장하는 ‘불가피한 사정변경 해지’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발주자가 자기 사정으로 계약을 중도에 끝낸 경우로 보아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때 핵심적으로 문제되는 조항이 민법 제673조입니다.

3. 민법 제673조와 도급인의 임의해제

민법 제673조는 도급계약에서 수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는 도급인이 손해를 배상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즉, 도급인은 일이 완성되기 전에도 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도급인이 아무런 책임 없이 자유롭게 계약을 끝낼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도급인이 임의로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에는 수급인이 입은 손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여기서 손해에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항목이 포함될 수 있습니다.

첫째, 수급인이 이미 지출한 비용입니다.
둘째, 일을 완성하였다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입니다.

따라서 계약이 중도에 종료된 경우에는 단순히 실제 영수증이 있는 비용만 볼 것이 아니라, 이미 수행한 업무의 내용, 투입된 인력과 기간, 계약이 완성되었을 경우 얻을 수 있었던 이익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4. 물품제작·공급계약에도 도급 법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중요한 쟁점 중 하나는 계약의 성질이었습니다.

상대방은 이 사건 계약이 물품제작·공급계약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그러나 계약서의 명칭만으로 법률관계가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 계약은 이미 만들어진 기성품을 단순히 납품하는 계약이 아니었습니다. 특정 장소와 사업 목적에 맞추어 조형물을 디자인하고, 설계하고, 제작·설치까지 해야 하는 계약이었습니다. 주민 의견을 반영한 설계 변경, 디자인 수정, 제작 준비 업무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저희는 이 사건 계약이 형식상 물품제작·공급계약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더라도, 실질적으로는 특정한 일을 완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계약이므로 도급의 성질을 가진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도 이 주장을 받아들였습니다.

법원은 이 사건 계약이 조형물 등 제작물 공급계약이지만, 특정 환경개선사업을 목적으로 한 계약으로서 도급의 성질을 가진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판단은 제작물공급계약, 주문제작계약, 디자인·설계 용역계약 등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계약서 제목이 ‘물품공급계약’이라고 되어 있더라도, 실제 업무 내용이 특정한 결과물의 완성에 있다면 도급 법리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5. 소송 전 대응이 판결의 기초가 된 사례

이 사건은 소송을 제기한 뒤 비로소 법리를 정리한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의뢰인은 상대방으로부터 계약 해지 요청을 받은 직후 저를 찾아왔고, 저는 그 시점부터 이 사건을 민법 제673조 임의해제 구조로 검토하였습니다.

특히 소송 전 회신 단계에서, 상대방이 주장하는 불가피한 사정변경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이후 상대방은 다시 사업재개가 불가능하다고 통보하였고, 법원은 이러한 경과를 종합하여 상대방의 해지통보를 민법 제673조에 따른 해제 의사표시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분쟁 초기 단계에서 설정한 법적 구조가 판결의 판단 기초로 이어진 것입니다.

계약 해제 사건에서는 초기에 어떤 입장을 밝히는지가 매우 중요합니다. 상대방의 해지 사유를 그대로 인정하는 듯한 회신을 하거나, 정산 기준을 명확히 다투지 않으면 이후 소송에서 불리한 자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6. 디자인·설계 업무에서 손해액 산정이 어려운 이유

이 사건에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손해액 산정이었습니다.

건축공사라면 자재비, 장비비, 외주비, 하도급대금 등 지출 내역이 비교적 명확하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설계와 디자인 개발 단계에서 계약이 해제된 사안이었습니다.

즉, 의뢰인이 투입한 비용의 대부분은 자재비가 아니라 인건비였습니다.

상대방은 소송 전 단계에서 “영수증을 제출하면 지출한 비용을 보전하겠다”는 취지로 접근하였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실제로는 교통비 등 극히 일부 비용만 인정될 위험이 있었습니다.

디자인 개발 업무는 사람이 시간을 들여 기획하고, 회의하고, 수정하고, 설계안을 변경하고,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이 핵심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카드 영수증이나 재료비 영수증만으로 손해를 산정하면, 실제로 투입된 핵심 비용이 빠지는 결과가 됩니다.

저희는 이 점을 중점적으로 주장하였습니다.

디자인 개발 사건에서 비용은 단순히 실제 현금으로 지출된 금액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투입된 인력, 업무 기간, 업무 내용까지 반영하여 산정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습니다.

7. 감정 절차에서의 적극적 대응

손해배상 사건에서 감정 절차는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설계, 디자인, 개발, 제작물공급계약 사건처럼 손해액이 장부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경우에는 감정인이 어떤 기준으로 비용을 산정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저희는 감정 절차에서 다음과 같은 점을 구체적으로 설명하였습니다.

상대방이 일시중지를 요청한 이후에도 실제 업무가 계속되었다는 점.
주민설명회 자료 준비, 주민간담회 참석, 설계안 변경 작업이 이루어졌다는 점.
디자인 개발 업무는 인건비 중심이므로 투입 인력과 기간이 반영되어야 한다는 점.
계약이 완성되었다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도 별도로 산정되어야 한다는 점.

그 결과 감정인은 의뢰인이 이미 지출한 비용을 인건비를 포함하여 산정하였고, 법원은 이를 토대로 손해액을 인정하였습니다.

법원은 의뢰인이 이미 지출한 비용 79,888,050원과 계약이 완성되었더라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 38,315,664원을 인정하였고, 합계 118,203,714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 지급을 명하였습니다.

8. 이 사건에서 확인할 수 있는 법률적 의미

이 사건은 계약 해제 손해배상 사건에서 다음과 같은 점을 보여줍니다.

첫째, 계약 해제 통보를 받았을 때는 상대방의 해지 사유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 아니라, 그 해지가 법적으로 어떤 성격을 가지는지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둘째, 물품제작·공급계약이라는 명칭이 있더라도, 실질이 특정한 일을 완성하는 계약이라면 도급의 성질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셋째, 도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 계약을 임의로 해제한 경우, 수급인은 이미 지출한 비용뿐만 아니라 일을 완성하였다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까지 청구할 수 있습니다.

넷째, 디자인·설계 업무처럼 인건비 중심의 업무에서는 단순 영수증만으로 손해를 산정해서는 안 되고, 투입 인력과 업무 내용을 손해 산정에 반영해야 합니다.

다섯째, 감정 절차에서 비용 산정 기준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최종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9. 자주 묻는 질문

Q1. 계약서 제목이 ‘물품공급계약’이면 민법 제673조가 적용되지 않나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계약서의 제목보다 실제 계약 내용이 중요합니다. 특정한 결과물을 주문받아 제작하고, 설계·디자인·수정·설치 등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계약이라면 도급의 성질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Q2. 계약이 중도 해제되면 실제 영수증이 있는 비용만 받을 수 있나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디자인, 설계, 개발 업무처럼 인건비 중심의 업무에서는 실제 카드 영수증이나 재료비 영수증만으로 투입 비용을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수행한 업무 내용, 투입 인력, 업무 기간 등을 근거로 비용 산정이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Q3. 아직 결과물이 완성되지 않았는데도 이익을 청구할 수 있나요?

도급인이 민법 제673조에 따라 일을 완성하기 전에 계약을 해제한 경우, 수급인은 이미 지출한 비용뿐만 아니라 일을 완성하였다면 얻을 수 있었던 이익도 손해로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이익의 산정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Q4. 상대방이 ‘불가피한 사정’ 때문에 계약을 해지한다고 하면 받아들여야 하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불가피한 사정변경이 인정되려면 단순히 내부 사정이나 주관적 사정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계약 체결 당시 예견할 수 없었던 객관적이고 중대한 사정인지, 그 위험을 누가 부담해야 하는지 등을 검토해야 합니다.

Q5. 계약 해제 통보를 받으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해야 하나요?

상대방의 해지 사유를 그대로 인정하는 취지의 답변을 하기 전에, 계약의 성질, 해지 사유의 적법성, 이미 수행한 업무 내용, 손해 산정 방식 등을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초기 회신이 이후 소송에서 중요한 자료가 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10. 마무리

계약이 중도에 해제되었다고 해서 언제나 상대방이 제시하는 정산 기준을 그대로 따라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약의 실질이 도급에 해당하고, 도급인이 일을 완성하기 전에 계약을 임의로 해제한 경우라면, 수급인은 민법 제673조에 따라 이미 투입한 비용과 계약 완성 시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분쟁 초기부터 법적 구조를 명확히 세우고, 수행한 업무와 투입 비용, 예상이익을 설득력 있게 정리해야 합니다. 특히 디자인·설계·개발 업무처럼 인건비 중심의 사건에서는 감정 절차에서 비용 산정 기준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동법률사무소 KY파트너스는 계약 해제, 제작물공급계약, 디자인·설계 용역, 공사·건설 분쟁, 손해배상 사건에서 사건 초기부터 전략적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계약 해제 통보를 받았거나, 이미 수행한 업무에 대한 비용 정산 문제로 분쟁이 발생하였다면 초기 단계에서 법률 검토를 받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