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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내 계좌로 입금된 경우, 반드시 반환해야 할까

KY파트너스2026년 7월 24일

보이스피싱 범죄에서는 피해자의 돈이 범죄와 무관한 제3자의 계좌로 송금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돈을 받은 계좌 명의자를 상대로 반환을 청구하고 싶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돈을 받은 사람이 실제 물품을 판매하거나 용역을 제공한 뒤 정상적인 거래대금으로 돈을 받은 경우에도 반환책임이 인정되는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중고 금제품의 판매대금으로 지급된 사안에서, 수취인이 그 돈이 편취된 금원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였고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도 없다면 피해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4다216187 판결).

1. 실제 순금 목걸이를 판매하고 받은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이었던 사건

피고는 중고거래 인터넷 사이트에 100돈짜리 순금 목걸이를 2,900만 원에 판매한다는 글을 게시하였습니다.

피고는 매수자로 가장한 사람을 직접 만났고, 자신의 계좌에 판매대금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한 뒤 순금 목걸이를 교부하였습니다.

그러나 피고 계좌로 입금된 돈은 실제 거래상대방이 송금한 돈이 아니었습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피해자를 속여 휴대전화에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설치하게 한 다음, 피해자 계좌에서 피고 계좌로 약 2,895만 원을 이체한 것이었습니다.

이에 피해자는 피고가 법률상 원인 없이 자신의 돈을 취득하였다며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하였고,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도 함께 청구하였습니다.

2. 원심은 피해자와 수취인 사이에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다고 보았습니다

원심은 피해자와 피고 사이에 송금의 원인이 되는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다는 점을 중시하였습니다.

피해자는 피고로부터 순금 목걸이를 구입한 사람이 아니었고, 피고에게 판매대금을 지급할 의무도 부담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원심은 피고가 피해자의 돈을 취득할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판단하여 부당이득반환의무를 인정하였습니다.

또한 피해자가 직접 이체에 관여하지 않았고,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피해자의 계좌를 무단으로 이용하였다는 점도 피해자의 반환청구를 인정할 필요성이 큰 사정으로 보았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와 피고 사이의 직접적인 법률관계 유무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3.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다고 곧바로 부당이득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민법 제741조에 따른 부당이득반환책임이 인정되려면 상대방이 타인의 재산으로 이익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익에 법률상 원인이 없어야 합니다.

따라서 피해자의 재산이 감소하고 수취인의 재산이 증가하였다는 사정만으로 반환책임이 당연히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편취한 돈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한 경우, 그 채권자가 실제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고 정상적인 변제로 돈을 받았다면 그 채권관계가 수취인의 금전취득에 관한 법률상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즉, 피해자와 수취인 사이에 직접적인 계약관계가 없더라도 범죄자와 수취인 사이에 실제 채권·채무관계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편취한 돈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한 경우, 채권자가 변제를 받을 당시 편취 사실에 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그 금전취득은 피해자와의 관계에서도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4다216187 판결).

4. 판단의 핵심은 수취인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입니다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거래대금으로 사용되었다고 하여 모든 수취인이 보호받는 것은 아닙니다.

수취인이 해당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반환책임을 면할 수 없습니다. 범죄에 가담하거나 범행을 알면서 거래를 진행한 경우에는 불법행위책임까지 문제 될 수 있습니다.

수취인이 실제로 범행을 알지는 못했더라도,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편취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음에도 현저히 주의를 게을리하였다면 중대한 과실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중대한 과실을 일반인에게 요구되는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한 경우로 설명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4다216187 판결).

다만 단순히 거래 과정에 다소 의심스러운 사정이 있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거래 방식, 거래 금액, 송금인과 거래상대방의 관계, 명의 불일치의 경위, 거래가 진행된 시간과 장소, 물품의 종류, 수취인이 확인한 내용 등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합니다.

수취인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관한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반환을 청구하는 피해자에게 있습니다.

5. 대법원이 판매자의 반환책임을 부정한 이유

이 사건에서 피고는 실제로 자신이 보유하던 순금 목걸이를 판매하였습니다.

피고는 중고거래 사이트에 판매 글을 게시하고 거래상대방을 직접 만났으며, 자신의 계좌에 판매대금이 입금된 사실을 확인한 뒤 목걸이를 교부하였습니다.

피고가 아무런 거래 없이 돈만 받은 것이 아니라 실제 물품을 제공하고 그 대가를 받은 것입니다.

거래상대방은 보이스피싱 범죄에 가담한 사람이었지만, 당시 피고의 입장에서는 정상적인 중고거래 매수인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있었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인정한 사정만으로는 피고가 송금된 돈이 보이스피싱 피해금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피고가 받은 돈은 순금 목걸이 판매대금채권의 변제에 사용되었고, 피고에게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증명되지 않았으므로 피해자에 대한 부당이득반환의무가 부정되었습니다.

6. 피해자가 직접 송금하지 않은 경우에도 법리는 동일합니다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직접 피고의 계좌로 돈을 송금하지 않았습니다.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원격제어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피해자의 계좌에서 직접 돈을 이체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해자가 직접 이체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달리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해자를 기망하여 직접 송금하게 한 경우와, 피해자로부터 취득한 정보나 원격제어 수단을 이용하여 범죄자가 직접 이체한 경우를 구별하여 수취인의 반환책임을 달리 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피해자가 송금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수취인이 실제 채권의 변제로 돈을 받았고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부당이득반환책임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

7. 어떤 경우 중대한 과실이 문제 될 수 있을까

수취인의 중대한 과실은 개별 거래의 구체적인 사정에 따라 판단됩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사정이 있다면 거래의 정상성을 확인할 필요성이 커질 수 있습니다.

  • 거래상대방과 실제 송금인의 명의가 전혀 다른 경우

  • 서로 다른 여러 사람의 명의로 대금이 분할 송금된 경우

  • 시세와 현저히 다른 조건으로 고액 거래가 급하게 진행된 경우

  • 거래상대방이 귀금속, 상품권 등 현금화가 쉬운 물품을 즉시 넘겨 달라고 요구한 경우

  • 통상적인 중고거래 방식과 현저히 다른 요구가 반복된 경우

그러나 이러한 사정이 일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중대한 과실이 곧바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하급심에서도 예약금과 잔금의 송금인 명의가 달랐거나 거래 과정에서 다소 의심스러운 표현이 있었더라도, 전체 거래 경위에 비추어 편취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수취인의 중대한 과실을 부정한 사례가 있습니다(광주지방법원 2025. 5. 29. 선고 2024나82021 판결).

결국 개별 정황을 분리하여 볼 것이 아니라 거래 전후의 전체 과정과 당시 수취인이 인식할 수 있었던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야 합니다.

8. 피해자와 판매자 모두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습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계좌에서 돈이 인출되는 직접적인 손해를 입습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거래를 통해 물품을 제공한 판매자에게 판매대금 전액을 반환하도록 한다면, 판매자는 물품과 대금을 모두 잃게 됩니다.

이처럼 보이스피싱 범죄에서는 최초 피해자뿐만 아니라 범죄자가 거래상대방으로 이용한 선의의 판매자도 별도의 피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이해관계를 고려하여 수취인이 실제 채권의 변제로 돈을 받았고 편취 사실에 대한 악의나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에는 수취인의 금전취득에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손실이 발생하였다는 결과만으로 반환책임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취인이 정당한 채권을 보유하였는지, 실제 물품이나 용역을 제공하였는지, 범행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9. 소송이 제기된 경우 거래의 정상성을 입증할 자료가 중요합니다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관한 증명책임은 피해자에게 있지만, 수취인 역시 거래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거래 메시지, 통화 내역, 판매 글, 물품 사진, 시세 확인 자료, 계좌거래 내역, 약속 장소와 거래 과정에 관한 자료 등이 중요합니다.

거래상대방과 송금인의 명의가 다른 경우 그 이유를 확인한 내용이 있다면 이를 보관하여야 합니다.

계좌가 지급정지된 경우에는 민사상 반환책임과 별도로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이의제기 절차를 검토하여야 합니다.

수사기관에도 실제 물품을 편취당하였다는 취지로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자신이 보이스피싱 범행과 무관하다는 점을 거래자료와 함께 소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10.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은 별도로 판단됩니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는 부당이득반환청구와 함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법행위책임이 인정되려면 수취인에게 범행 가담, 방조 또는 주의의무 위반에 관한 고의나 과실이 인정되어야 합니다.

수취인이 범행을 알면서 계좌를 제공하거나 거래를 가장한 경우에는 공동불법행위책임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반면 실제 거래를 통하여 정당한 대가를 받았고 범행을 알지 못하였으며 이를 의심할 만한 사정도 없었다면 불법행위 방조책임 역시 인정되기 어렵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대법원은 부당이득반환청구 부분을 파기하면서, 이와 선택적으로 병합된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부분도 함께 파기하였습니다(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4다216187 판결).

11. 마치며

보이스피싱 피해금이 제3자의 계좌로 송금되었다고 하여 그 계좌 명의자에게 언제나 반환책임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수취인이 실제 물품을 판매하거나 용역을 제공하여 정당한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고, 그 채권의 변제로 돈을 받았으며, 편취 사실에 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부당이득반환의무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아무런 거래 없이 돈을 받았거나, 범행을 알고 있었거나, 거래 과정의 현저히 비정상적인 사정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하였다면 부당이득반환책임이나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관련 사건에서는 단순히 송금계좌의 명의만 확인할 것이 아니라 다음 사항을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 수취인이 실제 채권을 보유하고 있었는지

  • 물품이나 용역이 실제로 제공되었는지

  • 거래상대방과 송금인의 관계가 어떠했는지

  • 거래 방식에 비정상적인 사정이 있었는지

  • 수취인이 편취 사실을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는지

  • 거래의 정상성을 입증할 자료가 남아 있는지

대법원 2024. 6. 27. 선고 2024다216187 판결은 보이스피싱 피해자와 범죄에 이용된 거래의 선의의 상대방 사이에서 손실을 누구에게 부담시킬 것인지에 관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