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건설·개발사업에서는 사업부지의 확보가 예정된 공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수용재결이 이루어지고 손실보상금까지 지급 또는 공탁되었음에도 종전 토지소유자가 토지를 인도하지 않는 경우, 사업시행자는 해당 토지를 사용하지 못하는 데 따른 손해뿐 아니라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간접공사비, 금융비용 등 추가 비용까지 부담하게 될 수 있습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은 최근 이러한 사안에서 토지 인도 지연에 따른 임료 상당 손해,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간접공사비, 사업비 대출이자 상당의 금융손해를 각각 구분하여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공기가 실제로 연장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기간에 지출된 간접공사비가 곧바로 전액 손해로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과, 사업비 대출이자와 같은 금융비용은 일정한 요건 아래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실무상 참고할 만한 판결입니다.
※ 아래 내용은 서울북부지방법원 2026. 7. 16. 선고 2022가합24722 판결을 기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첨부된 판결문만으로는 현재 항소 여부 및 확정 여부까지 확인되지 않습니다.
1. 사건의 개요
원고는 민간투자법에 따른 도시철도 민간투자사업의 사업시행자였고, 피고들은 사업부지에 편입된 토지를 소유하고 있었습니다.
보상협의가 성립되지 않자 수용재결이 이루어졌고, 수용개시일은 2021. 1. 15.로 정해졌습니다. 원고는 그 전날 수용재결에 따른 손실보상금 전액을 공탁하였습니다.
그럼에도 피고들은 수용개시일 이후에도 토지를 인도하지 않았습니다.
원고는 토지 인도를 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하여 인도단행가처분결정을 받았고, 결국 2021. 7. 8. 그 결정의 집행을 통해 토지를 인도받았습니다.
문제된 토지는 공사구간 중 차량기지 부지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당초 공사기간은 차량기지 수용개시일부터 60개월로 예정되어 있었으나 실제 토지 인도가 늦어지면서 공사기간의 기산점 역시 변경되었습니다.
원고는 토지 인도가 지연된 결과 공사 전체가 늦어졌다며 피고들을 상대로 약 37억 원을 청구하였습니다.
청구 내용은 크게 다음 세 가지였습니다.
토지 인도 지연기간의 임료 상당액 약 6억 4,000만 원
사업시행자 및 시공사 등이 부담한 간접공사비 약 20억 원
사업비 대출이자 상당의 금융손해 약 10억 원
법원은 이 가운데 약 7억 4,000만 원과 그 지연손해금만을 인정하였습니다.
2. 수용보상금이 지급·공탁되었다면 토지를 인도해야 합니다
토지보상법 제43조는 수용되는 토지의 소유자 등에게 수용개시일까지 토지나 물건을 사업시행자에게 인도하거나 이전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사업시행자가 수용재결에서 정한 손실보상금을 모두 공탁하였으므로 법원은 토지소유자들이 수용개시일까지 토지를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럼에도 수용개시일부터 실제 인도일까지 계속 토지를 점유하였으므로 해당 기간의 점유는 권원 없는 불법점유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수용보상금에 관한 이의가 존재한다는 사정과 토지 인도의무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토지소유자가 수용보상금의 액수에 이의가 있다면 행정소송 등을 통해 증액을 구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업시행자가 수용재결에서 정한 손실보상금을 적법하게 지급하거나 공탁하였다면 이를 이유로 사업시행자의 토지 인도청구를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법원 역시 대법원 2013. 8. 22. 선고 2012다40097 판결 등을 근거로 이러한 법리를 확인하였습니다.
3. 불법점유 기간의 임료 상당 손해는 인정
부동산을 권원 없이 점유한 경우 점유·사용으로 얻은 이익 또는 소유자가 입은 통상손해는 일반적으로 해당 부동산의 차임 상당액을 기준으로 산정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감정 결과 토지 인도 지연기간 동안의 임료 상당액이 약 6억 4,000만 원으로 산정되었습니다.
법원은 피고들이 토지를 불법점유함으로써 이 금액 상당의 부당이득 반환 또는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피고들은 자신들이 실제로 토지를 사용·수익하지 않았다는 취지로도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토지 주변에 철문·담장·펜스가 설치되어 있었고, 피고들이 사업시행자의 인도 요구에 응하지 않았으며, 결국 집행관이 피고들의 점유를 해제해 원고에게 인도한 사정 등을 종합하여 법원은 피고들이 토지 전체를 계속 점유하고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4. 공사기간이 연장되었음에도 간접공사비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 판결에서 건설분쟁 실무상 특히 중요한 부분은 간접공사비에 대한 판단입니다.
감정인은 토지 인도 지연기간 동안 사업시행자에게 약 6억 3,000만 원, 공동수급체 대표사에게 약 7억 4,000만 원의 간접비가 발생한 것으로 평가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법원은 간접공사비 청구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간접비가 실제 지출되었다는 사실과 그 지출이 상대방의 토지 인도 지연 때문에 발생한 손해라는 사실은 별도로 증명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른 공구에서는 공사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이 사건 공사는 여러 공구로 나누어 진행되었습니다.
문제된 차량기지 부지를 인도받지 못한 기간에도 다른 공구에서는 줄파기, 지장물 이설, 흙막이, 천공 등의 공사가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사업시행자와 공동수급체 대표사는 차량기지 공사만 담당한 것이 아니라 전체 사업의 공정을 관리·총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지연기간에 지출된 인건비나 관리비에는 다른 공구의 정상적인 공사 수행을 위하여 어차피 발생했을 비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연 때문에 추가된 비용을 특정해야 합니다
법원은 간접비 중 구체적으로 어떤 항목이 토지 인도 지연 때문에 불가피하게 추가로 지출된 비용인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부족하다는 점도 지적하였습니다.
즉, 공기가 6개월 연장되었고 그 기간 동안 현장관리비가 6개월치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그 금액 전부가 손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정상적인 공사 진행과정에서도 발생했을 비용과 지연 때문에 추가된 비용을 구별해야 합니다.
5. 핵심 공정이 지연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부족할 수 있습니다
원고 측에서는 차량기지 공사가 전체 공사기간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공정이라는 취지로도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설령 해당 공정이 전체 사업의 공기를 결정하는 중요한 공정이라 하더라도, 다른 공구가 독립적으로 진행될 수 있었고 실제로 공사가 진행되었다면 다른 공구에 투입된 비용까지 토지 인도 지연에 따른 손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해당 공구의 시공사가 부담한 간접비도 같은 이유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문제된 토지가 해당 공구 전체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었고, 차량기지 이외의 다른 부지에서는 실제 공사와 관련 업무가 계속 수행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공기연장 간접비 소송에서는 전체 공정표상의 지연 사실과 실제 비용 발생 사이의 연결관계를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6. 사업비 대출이자는 특별손해로서 일부 인정
법원은 간접공사비와 달리 사업비 대출이자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토지 인도가 지연되면서 사업의 전체 공사기간도 연장되었고, 사업시행자가 그 기간만큼 사업비 대출이자를 추가로 부담하게 되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다만 사업비 대출이자는 토지를 점유함으로써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차임 상당 손해를 넘어서는 특별손해에 해당한다고 보았습니다.
민법 제393조 제2항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으로 인한 손해는 채무자가 그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 배상책임이 인정됩니다.
이 사건에서는 사업 자체가 대규모 민간투자사업이었고, 이러한 사업에서 금융기관 차입을 통해 사업비를 조달한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으며, 앞선 토지 인도 가처분 절차에서도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발생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었습니다.
법원은 이러한 사정을 근거로 피고들에게 금융비용 증가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있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7. 실제 대출이자 전액이 손해로 인정된 것은 아닙니다
사업시행자는 토지 인도 지연기간 동안 약 10억 원이 넘는 사업비 대출이자를 부담하였습니다.
그러나 해당 대출은 문제된 토지만을 위한 대출이 아니라 사업 전체를 위한 것이었고, 토지 인도 지연기간에도 다른 사업부지에서는 공사가 계속 진행되었습니다.
따라서 법원은 대출이자 전액과 토지 인도 지연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 정확한 손해액을 산정하기 곤란하다고 보아 민사소송법 제202조의2에 따라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금융비용 상당 손해액을 1억 원으로 정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임료 상당액 약 6억 4,000만 원과 금융비용 1억 원을 합한 740,018,480원이 최종적으로 인정되었습니다.
8. 이 판결의 실무적 의미
이 판결은 공사 지연으로 인한 손해배상 사건에서 '공기연장'과 '손해액'을 별개의 단계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잘 보여줍니다.
공사기간이 실제로 연장되었다는 사실이 입증되더라도 그 기간 중 발생한 비용이 모두 상대방의 귀책사유로 인한 손해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간접공사비를 청구하는 경우에는 다음 사항을 구체적으로 입증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어떤 공정이 실제로 지연되었는지를 특정해야 합니다.
당초 공정표와 변경 공정표, 실제 작업일보를 통해 지연의 범위를 확인해야 합니다.
둘째, 지연기간 중 다른 공정의 진행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여러 공구가 병렬적으로 진행되는 공사라면 다른 공구의 공사를 위해 발생한 비용까지 지연손해로 청구하기는 어렵습니다.
셋째, 정상적으로 발생했을 비용과 추가비용을 구별해야 합니다.
인건비, 현장관리비, 장비비 등의 총액만 제시하기보다는 상대방의 귀책사유가 없었더라면 발생하지 않았을 추가비용을 구체적으로 산출해야 합니다.
넷째, 금융비용 등 특별손해를 청구한다면 예견가능성에 관한 자료도 확보해야 합니다.
사업의 자금조달 구조, 대출약정, 상대방에게 금융비용 발생 가능성을 고지한 자료 등이 중요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주요 Q&A
Q. 수용보상금 액수가 적다는 이유로 토지 인도를 거부할 수 있나요?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사업시행자가 수용재결에서 정한 손실보상금을 적법하게 지급하거나 공탁하였다면 토지소유자는 수용개시일까지 토지를 인도해야 합니다. 보상금 액수에 관한 불복은 별도의 절차를 통해 다투어야 합니다.
Q. 공기가 실제로 연장되었다면 연장기간의 간접비는 모두 청구할 수 있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연장기간 동안 지출된 비용 중에서도 상대방의 귀책사유로 인해 추가로 발생한 비용이라는 점이 증명되어야 합니다. 정상적인 공사 진행 중에도 발생했을 비용은 상당인과관계가 부정될 수 있습니다.
Q. 감정인이 간접공사비를 산정하면 법원에서도 그대로 인정되나요?
감정 결과는 비용 규모를 판단하는 중요한 자료이지만, 상당인과관계에 대한 법원의 판단까지 대신하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감정상 간접비가 산정되었음에도 법원은 지연과 비용 사이의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Q. 전체 공사의 핵심 공정이 지연된 경우에는 간접비가 인정되나요?
핵심 공정의 지연은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른 공구나 공정이 계속 진행되었다면 그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은 지연이 없었더라도 지출되었을 비용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Q. 공사 지연에 따라 추가된 대출이자도 손해배상 대상이 될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다만 금융비용은 특별손해로 평가될 수 있으므로 상대방이 그러한 손해 발생 가능성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사업 규모, 금융조달 방식, 사전 고지 내용 등이 주요 판단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9. 맺음말
공기연장에 따른 손해배상 사건에서 중요한 것은 연장된 기간의 길이만이 아닙니다.
그 기간 동안 실제로 어떤 공정이 지연되었고, 상대방의 귀책사유가 없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비용이 얼마인지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손해배상 범위를 결정합니다.
이번 판결에서도 토지 인도가 늦어져 전체 공사기간이 연장되었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되었지만, 지연기간 중 다른 공구가 계속 진행되었다는 이유로 상당한 규모의 간접공사비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반면 사업기간 연장으로 인한 금융비용은 예견가능성이 인정되어 일부 손해로 반영되었습니다.
따라서 대규모 건설사업에서 사업부지 확보 지연이나 공기연장이 발생한 경우에는 분쟁이 본격화된 이후 비용을 사후적으로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정표·작업일보·인력 및 장비 투입내역·현장관리비 자료·금융자료 등을 지연 발생 당시부터 구분하여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