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공사에서는 설계변경, 사업계획 변경, 현장여건의 변화 등으로 당초 예정된 공사기간이 연장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때 시공사에게는 현장관리 인력의 인건비, 현장사무실 운영비, 임차료, 공과금 등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게 됩니다.
이러한 비용은 일반적으로 ‘공기연장 간접비’라고 불립니다.
다만 공사기간이 연장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발주기관에 대한 간접비 청구가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분쟁에서는 공사기간 연장의 원인, 계약의 성격, 계약금액 조정신청의 시기와 방식, 실제 추가비용의 발생 여부 등이 주요 쟁점이 됩니다.
정동욱 변호사가 수행한 사건에서는 공공기관이 “장기계속계약이므로 추가 간접비를 지급할 수 없다”, “적법한 계약금액 조정신청이 없었다”는 등의 이유로 지급을 거부하였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약 1억 원 상당의 공기연장 간접비를 인정하였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위 판결을 바탕으로 공기연장 간접비 청구의 주요 법리를 살펴보겠습니다.
1.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공사계약에서는 설계변경이나 물가변동뿐 아니라 공사기간 변경 등 기타 계약내용의 변경이 발생한 경우에도 계약금액 조정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의 공사계약 일반조건 역시 공사기간 변경 등으로 계약내용이 변경되어 계약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는 경우, 실비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일정한 경우 하도급업체가 지출한 비용도 포함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었습니다.
실제 사건에서는 시공사의 귀책사유 없이 공사기간이 수개월 연장되었고, 법원은 이에 따라 계약금액 조정사유가 발생하였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따라서 공기연장 간접비 청구에서는 우선 공사기간 연장의 원인이 시공사에게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2. 장기계속계약이라는 이유만으로 간접비 청구가 배제되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에서 발주기관은 해당 계약이 장기계속계약이므로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추가 간접비를 청구할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계약의 실제 내용과 체결 경위를 검토한 결과, 해당 계약을 장기계속계약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최초 계약 당시 총공사기간이 1회계연도 내에 있었고, 계약금액과 총공사부기금액의 기재 형태 등에 비추어 처음부터 연차별 계약이 예정되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이 고려되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법원이 예비적으로 설령 장기계속계약으로 보더라도 연차별 공사기간이 연장된 경우에는 해당 연차계약의 계약금액을 조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는 점입니다.
법원은 대법원 2019. 1. 31. 선고 2016다213183 판결을 근거로, 장기계속계약에서도 개별 연차계약의 공사기간이 연장되었다면 그에 따른 간접비 청구가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장기계속계약 여부 자체만으로 공기연장 간접비 청구 가능성을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계약이 장기계속계약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문제되는 공기연장이 총공사기간의 연장인지 특정 차수의 공사기간 연장인지까지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3. 공기연장 간접비는 자동으로 발생하는 권리가 아닙니다
공사기간이 연장되고 추가비용이 발생하였다면 시공사는 당연히 추가대금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판례는 공사기간 연장이라는 계약금액 조정사유가 발생하였다는 사실만으로 계약금액이 자동으로 증액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대법원 2006. 9. 14. 선고 2004다28825 판결은 계약금액 조정사유가 발생하더라도 계약상대방의 적법한 조정신청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로 판시하고 있습니다.
또한 대법원 2012. 6. 28. 선고 2011다45989 판결 등에 따르면, 이미 확정적으로 지급된 기성대가는 계약금액 조정 대상이 되기 어렵기 때문에 계약상대방은 늦어도 최종 기성대가 또는 준공대가가 지급되기 전에 계약금액 조정신청을 해야 합니다.
이 점은 공기연장 간접비 분쟁에서 가장 중요한 실무적 유의사항 중 하나입니다.
4. 이메일도 계약금액 조정신청으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계약금액 조정신청의 방식도 중요한 쟁점이 되었습니다.
시공사는 공기연장으로 발생한 추가 공사관리비를 산정하고 관련 공문과 보고서를 작성하여 발주기관에 제출하려 하였으나, 직접 수령되지 않자 이를 담당자에게 이메일로 발송하였습니다.
발주기관은 이후 소송에서 이메일은 계약에서 정한 적법한 ‘서면 신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 공사계약 일반조건은 구두에 의한 통지·신청·청구 등은 문서로 보완되어야 효력이 있다고 정하고 있었습니다.
법원은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 제4조 제1항이 전자문서라는 이유만으로 법적 효력이 부인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공기연장에 따른 추가비용 발생을 알리는 공문과 산정자료가 첨부된 이메일 역시 유효한 서면 계약금액 조정신청에 해당한다
고 판단하였습니다.
다만 모든 이메일이 동일하게 인정된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메일 내용에서 계약금액 조정을 요구하는 의사가 명확히 확인되어야 하고, 적절한 담당자에게 전달되었는지 여부도 함께 검토될 필요가 있습니다.
5. 설계변경으로 계약금액이 증액되었어도 공기연장 간접비는 별도로 문제될 수 있습니다
발주기관은 공사 진행 중 설계변경으로 이미 계약금액이 증가하였으므로 공기연장에 따른 간접비 역시 그 금액에 포함되어 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법원은 이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판결은 설계변경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과 공사기간 연장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은 그 조정사유와 산정방법이 서로 다르다고 판단하였습니다.
설계변경으로 계약금액과 간접비가 일부 증액되었다 하더라도, 그것은 기존 총공사기간을 전제로 한 비용의 증액일 뿐이며, 연장된 공사기간 동안 새롭게 발생한 간접비까지 반영된 것으로 볼 수는 없다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발주기관이 이미 설계변경에 따른 증액을 이유로 추가 간접비 청구를 거부하는 경우에도 그 주장의 타당성을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6. 실제 지출한 간접비가 전액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사건에서는 법원 감정을 통해 원도급사와 하도급업체가 지출한 추가 간접비가 약 1억 3천만 원 정도로 산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감정금액 전부를 그대로 인정하지는 않았습니다.
당사자 사이에서 정상적으로 계약금액 조정협의가 이루어졌다면 실비보다 낮은 금액으로 조정되었을 가능성, 공사기간 연장 과정에서 일부 설계변경과 계약금액 증액이 있었던 사정 등을 고려하여 일정 비율을 감액하였습니다.
최종적으로 법원은 약 1억 원 상당의 간접비를 인정하였습니다.
따라서 공기연장 간접비 청구에서는 실제 비용 발생을 입증하는 것과 함께, 그 비용이 공기연장 때문에 추가로 발생한 것인지를 구분하여 입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공기연장 간접비 청구 시 실무상 확인할 사항
공기연장 간접비를 청구하려는 시공사는 최소한 다음 사항을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공사기간 연장의 원인을 객관적인 자료로 확인해야 합니다.
설계변경, 사업계획 변경, 발주처 지시, 현장여건 등 공기연장 원인이 드러나는 공문, 회의록, 변경계약서 등을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둘째, 계약금액 조정신청의 시기를 놓치지 않아야 합니다.
특히 최종 기성대가 또는 준공대가를 수령하기 전에 계약금액 조정의 의사를 명확히 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조정신청은 증거가 남는 방식으로 해야 합니다.
구두 협의만으로는 추후 신청 여부가 문제될 수 있으므로 공문이나 이메일 등 객관적인 기록을 남기는 것이 필요합니다.
넷째, 추가 발생한 비용을 구체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현장관리 인건비, 임차료, 공과금, 장비 유지비 등 연장기간 동안 발생한 비용을 증빙자료와 연결해 정리해 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Q&A
Q. 장기계속계약이면 공기연장 간접비를 청구할 수 없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우선 해당 계약이 법적으로 장기계속계약에 해당하는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설령 장기계속계약이라 하더라도 개별 연차계약의 공사기간 자체가 연장되었다면 그 연차계약의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Q. 준공 후에 간접비를 청구해도 되나요?
주의가 필요합니다.
판례상 공기연장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신청은 늦어도 최종 기성대가 또는 준공대가가 지급되기 전에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원칙입니다.
따라서 공기연장이 발생한 경우 최종 정산 이전에 조정신청 여부를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Q. 이메일로 조정신청을 해도 되나요?
구체적인 내용에 따라 가능합니다.
이 사건에서는 공기연장에 따른 추가비용 발생 사실과 산정자료가 첨부된 이메일이 유효한 서면 계약금액 조정신청으로 인정되었습니다.
다만 이메일의 내용만으로 조정신청 의사가 명확히 드러나는지는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Q. 하도급업체가 부담한 추가비용도 포함될 수 있나요?
계약조건과 실제 비용 부담관계에 따라 포함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공사계약 일반조건은 일정한 경우 하도급업체가 지출한 비용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었고, 법원 감정에서도 하도급업체의 추가 간접비가 별도로 산정되었습니다.
맺음말
공사기간 연장으로 인한 간접비 분쟁에서는 비용이 발생하였다는 사실과 함께 계약상 조정요건을 충족하였는지 여부가 결과를 좌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장기계속계약 여부, 연차별 계약기간의 연장 여부, 준공대가 지급 전 조정신청 여부, 신청 방식, 실제 추가비용의 입증이 핵심 쟁점이 됩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발주기관은 장기계속계약, 조정신청 방식, 기존 계약금액 증액 등을 근거로 간접비 지급의무를 다투었지만, 계약의 구체적인 구조와 관련 판례, 실제 신청 경위와 비용자료를 바탕으로 각 쟁점을 정리하여 약 1억 원 상당의 공기연장 간접비를 인정받을 수 있었습니다.
공기연장이 발생한 건설공사에서는 준공과 정산이 모두 이루어진 후 대응하기보다, 공사 진행 단계에서부터 계약금액 조정 가능성과 절차를 함께 검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