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에서는 수급인이 계약이행을 담보하기 위해 이행(계약)보증보험증권을 제출하고, 공사 완료 후에는 별도로 하자보수보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때문에 실제 분쟁에서는 시공된 부분에 하자가 발생한 경우 그 손해가 계약이행보증의 대상이 되는지, 하자보수보증으로만 처리되어야 하는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2025. 4. 24. 선고 2024다297643 판결에서 이에 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대법원은 계약이행보증보험이 공사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도급인에게 발생한 손해를 보증하도록 정하고 있다면, 이미 시공된 부분의 미시공·부실시공 하자로 인한 손해도 보증대상이 될 수 있고, 별도의 하자보수보증이 존재한다는 사정만으로 그 책임이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1. 사건의 개요
수급인은 건축주들로부터 광명시 소재 근린생활시설 신축공사를 도급받았습니다.
공사대금은 5억 1,000만 원이었고, 계약보증금률은 도급금액의 10%로 정해졌습니다.
수급인은 공사계약 체결 당일 보증보험회사와 이행(계약)보증보험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보증보험계약의 보증내용은 ‘건설공사계약에 따른 계약보증금’이었고, 약관에서는 수급인이 주계약에서 정한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건축주들이 입은 손해를 보상한다고 정하고 있었습니다.
공사는 1차 신축공사와 2차 증축공사로 나누어 진행할 수 있도록 약정되어 있었습니다.
수급인은 1차 신축공사를 완료하였지만, 추가공사비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면서 2차 증축공사의 이행을 거절하였습니다.
이후 건축주들의 해제 의사표시에 따라 공사계약은 해제되었습니다.
2. 이미 시공한 부분에서도 미시공·부실시공 하자가 인정되었습니다
수급인은 건축주들을 상대로 추가공사비 지급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이에 건축주들은 반소를 제기하면서 수급인이 시공한 건물에 미시공 및 부실시공 하자가 존재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관련 소송에서 법원은 실제로 미시공 하자와 부실시공 하자의 존재를 인정하였습니다.
인정된 하자 금액은
미시공 하자 관련 66,550,000원
부실시공 하자 관련 59,452,800원
이었고, 수급인이 건축주들에게 하자로 인한 보수비용 내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확정되었습니다.
한편 건축주들은 보증보험회사에 계약이행보증보험금을 청구하였고, 보증보험회사는 5,100만 원을 지급하였습니다.
이후 보증보험회사는 수급인을 상대로 지급한 보험금에 대한 구상금을 청구하였습니다.
3. 원심은 하자로 인한 손해를 계약이행보증의 대상에서 제외하였습니다
원심은 보증보험회사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원심은 ‘공사를 완성하지 않은 경우’와 ‘공사를 완성하였으나 시공 부분에 미시공·부실시공 하자가 존재하는 경우’를 구별하였습니다.
그리고 계약이행보증보험은 수급인이 약정한 공사를 기간 내에 완성할 것을 담보하는 것이므로, 이미 시공한 부분에 존재하는 하자로 인한 손해까지 계약이행보증의 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러한 원심 판단이 계약이행보증보험의 보험사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고 보았습니다.
4. 계약이행보증보험의 보증범위는 약관과 주계약을 함께 보아야 합니다
대법원은 우선 계약이행보증보험에서 보험사고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일률적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였습니다.
구체적인 보험사고의 범위는
보험약관
보험증권
보험약관이 인용하는 주계약
등의 내용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따라서 ‘계약이행보증’이라는 명칭만을 기준으로 보증범위를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 약관에서 수급인의 어떠한 채무불이행과 손해를 보증하도록 정하고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 사건 약관은 수급인이 공사계약에서 정한 채무를 이행하지 않아 건축주들이 입은 손해를 보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시공한 부분의 하자로 발생한 손해 역시 공사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인지 여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5. 대법원은 하자로 인한 손해도 계약이행보증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수급인이 공사계약에 따라 시공한 부분에 하자가 발생하여 도급인이 손해를 입었다면, 그 손해는 수급인의 공사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해 발생한 손해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는 이미 별도의 확정판결을 통해 수급인이 수행한 공사에 미시공 및 부실시공 하자가 존재하고,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손해는 이 사건 계약이행보증보험의 보증대상에 포함된다고 보았습니다.
계약이행보증의 의미를 공사의 ‘완성 여부’에만 한정하지 않고, 수급인이 공사계약에 따라 부담하는 채무를 적정하게 이행했는지까지 포함하여 판단한 것입니다.
6. 별도의 하자보수보증이 있다고 해서 계약이행보증책임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판결에서 특히 중요한 부분입니다.
건설공사에서는 통상 계약이행보증과 하자보수보증을 별도로 두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하자가 발생하면 하자보수보증의 문제로만 처리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계약보증의 대상이 되는 보증책임 일부를 하자보수보증과 같이 별도의 보증으로 다루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래 계약보증의 대상이 되는 보증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 사건 보험약관에는 수급인이 수행한 공사의 하자로 인한 손해를 계약이행보증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규정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하자보수보증이 별도로 설정되어 있더라도, 약관상 계약이행보증의 범위에 포함된다면 하자로 인한 손해에 대해서도 보증책임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
7. 대법원은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이 이미 시공된 부분의 미시공 하자로 인하여 건축주들이 입은 손해를 계약이행보증보험의 보증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이에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환송하였습니다.
이번 판결의 핵심 법리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계약이행보증보험의 보험사고는 보험약관, 보험증권 및 주계약의 내용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하며, 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하자가 발생하여 도급인에게 손해가 발생한 경우 그 손해도 공사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로서 계약이행보증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별도의 하자보수보증이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하자로 인한 손해가 계약이행보증에서 제외되는 것은 아닙니다.
8. 실무상 의미
이번 판결은 건축주와 시공사 모두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가. 건축주 입장
시공사가 공사를 중단하거나 계약이 해제되었고, 이미 시공된 부분에도 하자가 존재한다면 계약이행보증보험의 적용 가능성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다음 자료를 확인해야 합니다.
계약이행보증보험증권
보증보험약관
공사도급계약서
특약사항
하자보수보증 관련 서류
실제 하자 발생 및 손해 내용
하자라는 이유만으로 계약이행보증을 검토 대상에서 제외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 시공사 입장
보증보험회사가 건축주에게 보험금을 지급하였다면 이후 시공사를 상대로 구상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구상금 청구를 받은 경우에는 다음 사항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실제 보험사고가 발생하였는지
보험금 지급이 약관상 보증범위에 포함되는지
도급인에게 실제 발생한 손해가 얼마인지
보험금 지급액이 적정하게 산정되었는지
수급인의 귀책사유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는지
보증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했다는 사실만으로 구상금 전액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구체적인 계약내용과 지급 경위를 살펴야 합니다.
9. 모든 하자가 계약이행보증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이번 판결을 모든 하자 사건에 동일하게 적용해서는 안 됩니다.
대법원도 계약이행보증보험의 보험사고가 무엇인지 각 계약의 내용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따라서 실제 사건에서는
약관이 정한 보증범위
면책조항의 존재
주계약상 의무의 내용
하자의 발생 시기와 성격
계약해제 여부와 그 시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보증보험약관이 하자로 인한 손해를 명시적으로 제외하고 있다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A
Q1. 계약이행보증보험은 공사를 완성하지 못한 경우에만 적용되나요?
아닙니다.
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4다297643 판결에 따르면 계약이행보증보험의 보증범위는 보험약관, 보험증권 및 공사도급계약의 구체적인 내용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약관이 공사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발생한 손해를 보상하도록 정하고 있다면 이미 시공한 부분의 하자로 인한 손해도 보증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Q2. 하자보수보증이 따로 있으면 계약이행보증은 책임지지 않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하자보수보증을 별도로 두었다는 사정만으로 원래 계약이행보증의 대상이 되는 책임이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구체적인 보증범위는 각 보증보험약관을 확인해야 합니다.
Q3. 미시공 부분도 하자로 볼 수 있나요?
가능합니다.
계약이나 설계도면에 따라 시공하여야 할 부분을 시공하지 않은 경우에는 미시공 하자로 평가될 수 있습니다.
이 사건에서도 미시공 하자와 부실시공 하자가 모두 인정되었고, 그에 따른 손해배상책임이 확정되었습니다.
Q4. 보증보험회사가 보험금을 지급하면 시공사는 반드시 전액을 갚아야 하나요?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구상금 청구의 범위는 보증보험회사의 보험금 지급이 약관상 적법한 지급이었는지, 실제 손해액과 지급액이 적정한지 등을 검토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따라서 보험금이 지급되었다는 사실만으로 구상금 전액이 자동으로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Q5. 계약이행보증과 하자보수보증 중 어느 보증을 먼저 청구해야 하나요?
일률적으로 어느 하나가 항상 우선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각 보증의 보증기간, 약관, 보증대상 및 면책조항을 확인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 두 보증의 책임범위가 일부 중첩될 수도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공사계약과 각 보증보험증권을 함께 검토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10. 결론
대법원 2025. 4. 24. 선고 2024다297643 판결은 건설공사에서 계약이행보증보험의 책임범위를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을 제시하였습니다.
핵심은 다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계약이행보증보험의 보험사고는 보험약관, 보험증권 및 공사도급계약의 내용을 종합하여 판단합니다.
둘째, 이미 시공된 부분의 미시공·부실시공 하자로 인한 손해도 공사계약상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라면 계약이행보증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하자보수보증이 별도로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하자로 인한 손해가 계약이행보증에서 당연히 제외되는 것은 아닙니다.
건설공사에서는 계약이행보증, 하자보수보증 등 여러 보증관계가 동시에 문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실제 분쟁이 발생한 경우 보증의 명칭만을 기준으로 판단하기보다는 공사도급계약과 각 보증보험약관의 내용을 함께 검토하여 보증책임의 범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