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목록으로

하도급대금 직불합의 후 공사대금채권이 압류된 경우의 우선순위

1. 들어가며

건설현장에서 원수급인의 자금 사정이 악화되면 하수급인은 공사를 완료하고도 하도급대금을 지급받지 못할 위험에 놓이게 됩니다.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발주자와 수급인, 하수급인이 발주자가 하도급대금을 직접 지급하기로 하는 합의를 체결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1호가 정한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합의, 이른바 ‘직불합의’입니다.

그런데 직불합의가 체결된 이후 수급인의 다른 채권자가 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압류하거나 가압류하면 하수급인과 압류채권자 중 누구에게 우선권이 인정되는지가 문제 됩니다.

대법원은 2025. 4. 3. 선고 2021다273592 판결에서 건설산업기본법상 직불합의의 효력 발생 시점과 후행 압류의 효력을 명확하게 판단했습니다.

2. 건설산업기본법상 하도급대금 직접지급 제도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은 일정한 사유가 발생한 경우 발주자가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중 같은 항 제1호는 다음 세 당사자가 하도급대금의 직접지급에 합의한 경우를 규정합니다.

  • 발주자

  • 수급인

  • 하수급인

직불합의가 체결되면 하수급인은 자신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을 발주자에게 직접 청구할 수 있습니다.

이 제도는 수급인을 거치지 않고 발주자가 하수급인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하도록 함으로써 하수급인의 대금 회수를 보호하는 기능을 합니다. 다만 수급인의 공사대금채권에 압류·가압류 또는 채권양도 등의 처분이 이루어지면 각 권리 사이의 우선순위를 판단해야 합니다.

3. 이 사건의 쟁점

이 사건에서는 발주자와 수급인, 하수급인 사이에 하도급대금 직불합의가 체결되었습니다. 이후 수급인의 채권자들이 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압류했습니다.

하수급인은 직불합의에 따라 발주자에게 하도급대금을 직접 청구했습니다. 이에 따라 직불합의와 압류 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지가 문제 되었습니다.

이 문제의 결론은 직불합의의 효력이 언제 발생하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직불합의를 체결한 때 직접지급의 효력이 발생한다면, 이후 이루어진 압류는 이미 하수급인에게 이전된 채권을 대상으로 한 것이 됩니다.

반면 하수급인이 기성검사를 마치고 발주자에게 직접지급을 청구한 때 효력이 발생한다고 본다면, 그 전에 이루어진 압류가 우선할 수 있습니다.

4. 대법원의 판단

가. 직불합의를 한 때 직접지급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대법원은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1호에 따라 발주자와 수급인, 하수급인 사이에 직불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그 합의를 한 때 발주자의 직접지급의무가 발생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직불합의가 성립하면 다음과 같은 법적 효과가 발생합니다.

① 발주자는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을 하수급인에게 직접 지급할 의무를 부담합니다.

② 직접지급 대상 금액의 범위에서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공사대금채무는 소멸합니다.

③ 해당 부분에 상응하는 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은 동일성을 유지한 채 하수급인에게 이전됩니다.

따라서 하수급인이 발주자에게 실제로 직접지급을 요청한 날짜가 직불합의의 효력 발생 시점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 직불합의 이후의 압류는 효력이 없습니다

수급인의 채권자는 압류 당시 수급인에게 귀속된 채권만 압류할 수 있습니다.

직불합의가 체결되면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공사대금채권이 하수급인에게 이전됩니다. 이후 수급인의 채권자가 해당 공사대금채권을 압류하더라도, 압류 당시 그 채권은 이미 수급인의 책임재산에서 벗어난 상태입니다.

따라서 직불합의 이후 이루어진 압류는 하수급인에게 이전된 공사대금채권의 범위에서 효력이 없습니다.

다. 직불합의 전에 이루어진 압류는 보호됩니다

직불합의보다 압류 또는 가압류가 먼저 이루어진 경우에는 선행 집행보전의 효력이 유지됩니다.

건설산업기본법에는 직접지급사유가 발생하기 전에 이루어진 압류나 가압류의 효력을 배제하는 규정이 없습니다.

수급인의 채권자가 직불합의 전에 수급인의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압류하거나 가압류했다면, 집행보전된 채권은 이후 직불합의가 체결되더라도 소멸하지 않습니다. 그 금액에 대해서는 하수급인의 직접지급청구권도 발생하지 않습니다.

5. 우선순위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까?

직불합의와 압류가 경합할 때의 기본적인 판단구조는 다음과 같습니다.

시간적 선후관계원칙적인 결과직불합의 체결 후 압류·가압류직불합의가 우선압류·가압류 후 직불합의 체결선행 압류·가압류가 우선직불합의 후 압류, 이후 직접지급 요청지급 요청이 늦었더라도 직불합의가 우선할 수 있음

채권압류명령은 제3채무자에게 송달된 때 효력이 발생합니다. 공사대금채권에 대한 압류에서는 통상 발주자가 제3채무자가 됩니다.

따라서 압류결정이 발령된 날짜보다 압류결정이 발주자에게 송달된 날짜를 확인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다음 날짜를 정확히 대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 직불합의가 실제로 성립한 날짜

  • 직불합의서에 기재된 작성일

  • 압류 또는 가압류 결정일

  • 압류 또는 가압류 결정이 발주자에게 송달된 날짜

  • 채권양도 통지가 발주자에게 도달한 날짜

6. 직불합의가 있더라도 직접지급 범위는 별도로 산정해야 합니다

직불합의가 압류보다 먼저 체결되었다고 하여 하수급인이 하도급계약상 대금 전액을 발주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발주자의 직접지급의무는 원칙적으로 다음 범위에서 인정됩니다.

  • 하수급인이 실제로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하도급대금

  • 발주자가 수급인에게 부담하는 미지급 공사대금

다음과 같은 사정이 존재하면 발주자의 직접지급의무가 제한될 수 있습니다.

  • 하수급인이 약정한 공사를 모두 시공하지 않은 경우

  • 기성고 또는 공사 완성 여부에 다툼이 있는 경우

  • 발주자가 수급인에게 해당 공사 부분의 기성금을 이미 지급한 경우

  •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공사대금채무가 남아 있지 않은 경우

  • 직불합의 전 압류·가압류가 이루어진 경우

  • 선급금 정산이나 상계 사유가 존재하는 경우

따라서 하수급인은 직불합의의 성립과 함께 실제 시공 범위, 기성고, 미지급 하도급대금 및 발주자의 미지급 공사대금을 주장·증명해야 합니다.

7. 직불합의서를 작성할 때 유의할 사항

직불합의는 체결 시점부터 법적 효력이 발생하므로 합의서의 내용과 작성 경위를 명확하게 남겨야 합니다.

직불합의서에는 다음 사항을 구체적으로 기재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발주자·수급인·하수급인의 명칭과 대표자

  • 원도급계약과 하도급계약의 표시

  • 직접지급 대상이 되는 공종과 시공 범위

  • 직접지급 대상 금액 또는 산정 방법

  • 기성검사 방법 및 지급 시기

  • 직접지급 계좌

  • 발주자의 기존 기성금 지급 내역

  • 직불합의의 적용 시점

  • 추가·변경공사의 포함 여부

  • 직불합의 변경 및 해지 요건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1호에 따른 직불합의는 발주자와 수급인, 하수급인 사이의 합의를 전제로 합니다. 세 당사자의 서명 또는 날인을 모두 받아 합의의 성립 여부에 관한 분쟁을 예방할 필요가 있습니다.

8. 발주자가 혼합공탁을 한 경우

하수급인의 직접지급청구와 수급인 채권자의 압류가 경합하면 발주자가 정당한 지급 상대방을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발주자가 하수급인과 압류채권자를 피공탁자로 하여 혼합공탁을 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혼합공탁이 이루어진 뒤 하수급인과 압류채권자 사이에 공탁금 귀속에 관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공탁금출급청구권 확인소송을 통해 권리관계를 확정해야 할 수 있습니다.

소송에서는 다음 자료를 중심으로 직불합의와 압류의 선후관계 및 직접지급 대상 금액을 판단하게 됩니다.

  • 직불합의서

  • 원도급계약서 및 하도급계약서

  • 압류·가압류 결정문

  • 제3채무자에 대한 송달증명원

  • 기성내역서와 공사대금 정산자료

  • 발주자의 기성금 지급 내역

  • 공탁서 및 공탁원인사실

9. 판결의 의의

대법원 2021다273592 판결은 건설산업기본법상 직불합의가 이루어진 경우 합의 체결 시점에 발주자의 직접지급의무가 발생하고, 해당 공사대금채권이 하수급인에게 이전된다는 점을 명확하게 밝혔습니다.

이 판결에 따르면 하수급인이 발주자에게 직접지급을 요청하기 전에 압류가 이루어졌더라도, 직불합의가 먼저 체결되어 있었다면 하수급인이 보호될 수 있습니다.

건설현장에서는 수급인의 자금 사정이 악화된 이후 여러 채권자가 공사대금채권에 압류·가압류를 신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수급인이 직불합의를 통해 공사대금을 확보하려면 압류가 이루어지기 전에 합의를 체결하고, 그 성립 시점과 내용을 객관적인 자료로 남겨야 합니다.

Q&A

Q1. 직불합의를 체결하면 즉시 하수급인에게 공사대금채권이 이전되나요?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1호에 따른 유효한 직불합의가 성립하면, 하수급인이 시공한 부분에 해당하는 공사대금채권은 합의 시점에 하수급인에게 이전됩니다. 다만 실제 청구할 수 있는 금액은 기성고와 발주자의 미지급 공사대금 범위 등을 따로 산정해야 합니다.

Q2. 직불합의 후 압류가 이루어졌지만 하수급인의 지급 요청은 압류보다 늦었습니다. 누가 우선하나요?

직불합의의 효력은 하수급인의 지급 요청일이 아닌 합의 체결일을 기준으로 발생합니다. 직불합의가 압류보다 먼저 성립했다면 하수급인이 나중에 지급을 요청했더라도 직불합의로 이전된 채권의 범위에서는 후행 압류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Q3. 압류의 기준일은 법원이 압류명령을 발령한 날짜인가요?

채권압류명령은 제3채무자에게 송달된 때 효력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공사대금채권 압류에서는 압류명령이 발주자에게 송달된 날짜와 직불합의 체결일을 비교해야 합니다.

Q4. 직불합의 전에 가압류가 이루어진 경우에도 가압류권자가 우선하나요?

직불합의 전에 가압류명령이 발주자에게 송달되었다면, 가압류로 집행보전된 금액에 대해서는 이후 직불합의에 따른 직접지급청구권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Q5. 직불합의가 있으면 하도급대금 전액을 발주자에게 청구할 수 있나요?

발주자의 직접지급의무는 하수급인의 실제 시공 부분과 발주자의 수급인에 대한 미지급 공사대금 범위에서 인정됩니다. 기존 기성금 지급 내역, 선행 압류, 기성고 및 선급금 정산 등에 따라 직접지급액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Q6. 발주자가 직불합의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되나요?

건설산업기본법 제35조 제2항 제1호의 직불합의가 성립하려면 발주자·수급인·하수급인 사이의 합의가 필요합니다. 발주자의 동의가 확인되지 않는다면 해당 조항에 따른 직접지급청구권의 성립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다른 법정 직접지급사유가 존재하는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Q7. 발주자가 공탁한 경우 하수급인이 공탁금을 출급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압류채권자와의 합의가 이루어지면 필요한 승낙서 등을 제출하여 출급할 수 있습니다. 권리 귀속에 관한 다툼이 계속된다면 공탁금출급청구권 확인소송을 통해 하수급인의 권리를 확정해야 할 수 있습니다.

10. 맺음말

하도급대금 직불합의와 공사대금채권 압류가 경합하는 사건에서는 직불합의 체결일과 압류명령의 발주자 송달일을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직불합의가 먼저 성립했다면 이후의 압류는 하수급인에게 이전된 공사대금채권에 미치지 않습니다. 압류나 가압류가 먼저 발주자에게 송달되었다면 집행보전된 금액에 대해서는 하수급인의 직접지급청구권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구체적인 직접지급 범위를 산정할 때에는 하수급인의 기성고, 발주자의 기존 지급 내역, 미지급 원도급대금, 선급금 정산 및 선행 압류 등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직불합의와 압류가 경합하는 분쟁은 작은 시점 차이와 계약서 문구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관련 자료를 신속하게 확보하고 권리관계를 정밀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