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공사는 여러 전문업체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원사업자가 전체 공사를 수주한 뒤 철근콘크리트, 금속·창호, 방수, 도장, 전기, 기계설비 등 공종별로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이 일반적입니다.
문제는 공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계약 당시 예상하지 못한 상황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는 점입니다. 추가공사가 지시되기도 하고, 도면이나 자재 공급이 늦어지기도 하며, 공사 완료 후 하자를 이유로 대금 지급이 보류되기도 합니다.
하도급 분쟁은 단순한 미수금 문제가 아닙니다. 하도급법의 적용 여부, 건설업 등록, 추가공사 약정, 공사 지연의 귀책사유, 하자의 범위와 보수비 등 여러 쟁점을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1. 모든 하도급계약에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건설업체 사이에 공사를 맡겼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도급법상 건설위탁에 해당하려면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원사업자가 도급받은 건설공사의 전부 또는 일부를 다른 건설사업자에게 맡긴 거래여야 합니다. 특히 해당 공사에 상응하는 건설업 등록 여부가 중요한 판단 요소가 됩니다.
하도급법은 명칭과 달리 계약이 원도급인지 하도급인지라는 형식만으로 적용 여부가 결정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규모 및 법률상 요건을 중심으로 하도급법 적용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대법원 2003. 5. 16. 선고 2001다27470 판결, 대법원 2001. 10. 26. 선고 2000다61435 판결).
따라서 분쟁이 발생하면 우선 다음 사항을 확인해야 합니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업종 및 규모, 실제 위탁된 공사의 내용, 건설업 등록 여부, 원도급계약과 하도급계약의 관계를 함께 살펴보아야 합니다.
하도급법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민법상 도급계약에 따른 공사대금 청구는 가능합니다. 다만 서면교부의무, 지급기한, 지연이자, 직접지급청구 등 하도급법상 특별한 보호수단을 활용할 수 있는지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2. 발주자로부터 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지급을 미룰 수 있을까
하도급대금 미지급 사건에서 원사업자는 종종 발주자로부터 기성금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를 내세웁니다.
그러나 원사업자가 발주자로부터 원도급대금을 받지 못했다는 사정만으로 수급사업자에 대한 공사대금 지급의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수급사업자가 약정된 공사를 완료하였다면 원사업자는 원칙적으로 그에 따른 공사대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경우 원사업자는 법에서 정한 기준일부터 원칙적으로 60일 이내의 가능한 짧은 기한으로 하도급대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계약서에 “발주자로부터 기성금을 받은 후 지급한다”는 조항이 있는 경우에도 원사업자의 지급의무가 무기한 유예되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이러한 약정을 지급 조건이라기보다 지급시기에 관한 불확정기한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발주자의 지급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었거나 합리적인 기간이 경과한 경우에는 원사업자의 하도급대금 지급기한이 도래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원사업자가 주장하는 하자보수비, 지체상금, 선급금 공제, 자재대금 대납 등이 실제 공제 또는 상계 사유에 해당하는지는 별도로 검토해야 합니다.
3. 하도급대금 미지급 시 대응 순서
하도급대금을 받지 못한 경우에는 단순히 지급을 기다리기보다 채권의 내용과 상대방의 재산 상태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먼저 계약서, 견적서, 내역서, 기성청구서, 세금계산서, 거래명세서 및 입금내역을 대조하여 미지급 금액과 지급기일을 확정해야 합니다. 추가공사가 있었다면 당초 계약대금과 추가공사대금을 구분하여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다음 내용증명, 이메일 또는 문자메시지를 통하여 공사 범위, 미지급 금액, 지급기일과 최종 지급기한을 명확히 통지해야 합니다. 이러한 자료는 이후 소송에서 지급 요구의 경위와 상대방의 답변을 입증하는 증거가 됩니다.
원사업자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면 가압류도 검토해야 합니다.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 예금채권, 부동산,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 등이 주요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공사대금 사건에서는 승소판결을 받는 것만큼 실제 집행할 재산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4. 발주자에게 직접 하도급대금을 청구할 수 있는 경우
하도급법 제14조가 적용되는 일정한 경우에는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를 거치지 않고 발주자에게 직접 하도급대금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발주자, 원사업자 및 수급사업자가 직접지급에 합의한 경우, 원사업자의 지급정지나 파산 등으로 하도급대금을 지급하기 어려운 경우, 원사업자가 하도급대금을 2회분 이상 지급하지 않은 경우, 하도급대금 지급보증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입니다.
다만 직접지급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하여 발주자가 하도급계약 금액 전액을 지급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발주자는 수급사업자가 실제로 시공한 부분에 상당하는 하도급대금 중 자신이 원사업자에게 부담하는 원도급대금 채무의 범위에서 직접지급의무를 부담합니다.
특히 원사업자의 다른 채권자가 발주자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이미 압류한 경우에는 직접지급청구권의 발생 시점과 압류의 선후관계가 중요합니다. 직접지급 요청이 필요한 사안이라면 도달 시점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으로 신속하게 통지해야 합니다.
5. 추가공사대금은 무엇으로 입증해야 하는가
총공사대금을 정한 도급계약에서는 수급사업자가 원칙적으로 약정금액을 초과하여 청구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추가공사대금을 청구하려면 해당 공사가 당초 계약 범위를 벗어난 공사이고, 원사업자의 지시 또는 명시적·묵시적 합의에 따라 유상으로 시행되었다는 점을 입증해야 합니다.
법원은 추가공사 여부를 판단할 때 당초 계약의 목적과 내용, 도면과 내역서, 추가공사가 이루어진 경위, 원사업자의 지시, 대금 정산에 관한 합의, 추가공사 비용이 전체 공사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합니다.
별도의 추가공사계약서가 없더라도 추가공사 지시와 공사 범위가 카카오톡, 문자메시지, 이메일, 현장일지, 작업사진, 자재발주서 등으로 확인된다면 추가공사대금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하도급법이 적용되는 경우 원사업자는 계약 내용이 변경되면 변경 내용을 적은 서면을 교부해야 합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역시 추가·변경공사를 요구할 때 공사의 내용, 금액 및 기간 등을 서면으로 요구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6. 현장소장의 추가공사 지시는 원사업자를 구속할까
추가공사는 대표이사보다 현장소장이나 공사부장의 지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소장의 지시가 원사업자를 구속하는지는 그 직함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평소 현장소장이 공정관리, 작업지시, 자재승인, 기성확인 및 정산협의를 담당해 왔다면 일정한 범위에서 대리권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명시적인 대리권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원사업자가 현장소장에게 권한이 있는 것과 같은 외관을 형성하였거나, 추가공사를 알고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경우에는 표현대리 또는 사후 추인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반면 현장소장이 임시 파견 인력이거나, 공사비를 대폭 증액하는 등 통상적인 현장관리 범위를 현저히 벗어난 경우에는 대리권이 부정될 수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23. 7. 11. 선고 2022나53198 판결, 청주지방법원 2017. 5. 18. 선고 2016나13674 판결).
따라서 현장소장의 추가공사 지시를 받았다면 공사의 내용, 당초 계약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점, 추가공사비를 별도로 정산한다는 점을 메시지나 이메일로 확인해 두어야 합니다.
7. 공사 지연과 지체상금
공사가 계약상 준공기한을 넘기면 원사업자는 약정된 지체상금을 공사대금에서 공제할 수 있습니다.
다만 준공기한을 넘겼다는 사실만으로 지체상금 전액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지체상금은 수급사업자의 귀책사유로 공사가 지연되었음을 전제로 하기 때문입니다.
수급사업자는 자신에게 책임 없는 지연기간을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입증하여 지체일수에서 제외할 수 있습니다.
도면 교부 지연, 반복적인 설계변경, 원사업자가 공급하기로 한 자재의 미공급, 선행공정 지연, 작업공간 미확보, 감리 승인 지연, 원사업자의 공사중단 지시 등은 수급사업자가 책임지기 어려운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정이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하지 않습니다. 해당 사유로 실제 어느 공정이 얼마 동안 중단되었는지를 공정표, 현장일지, 회의록과 메시지 등을 통해 입증해야 합니다.
지연 사유가 발생하면 즉시 원인, 시작일, 예상 지연기간 및 공사기간 연장 요청을 서면으로 통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8. 과도한 지체상금은 감액될 수 있습니다
지체상금은 일반적으로 손해배상액의 예정으로 봅니다.
약정된 지체상금이 당사자의 지위, 계약금액, 공사 규모, 지연 원인, 실제 손해 및 거래관행 등에 비추어 부당하게 과다한 경우에는 민법 제398조 제2항에 따라 감액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99. 3. 26. 선고 96다23306 판결, 전주지방법원 2017. 11. 28. 선고 2016가단33440 판결, 서울고등법원 2022. 6. 24. 선고 2021나2013774 판결).
다만 법원이 지체상금을 당연히 감액하는 것은 아닙니다. 공사 지연에 원사업자의 귀책사유가 있었는지, 실제 손해가 어느 정도였는지, 약정 지체상금이 공사대금에 비하여 지나치게 큰지 등을 구체적으로 주장하고 입증해야 합니다.
9. 하자가 있다는 이유로 공사대금 전액 지급을 거절할 수 있을까
일부 하자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원사업자가 공사대금 전액의 지급을 무기한 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도급인이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 수급인이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 범위는 원칙적으로 하자보수비 또는 손해배상액에 상응하는 금액으로 제한됩니다(대법원 1996. 6. 11. 선고 95다12798 판결, 대법원 1994. 10. 11. 선고 94다26011 판결).
미지급 공사대금이 2억 원인데 객관적인 하자보수비가 500만 원에 불과하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2억 원 전액의 지급을 거절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자 주장이 제기되면 하자의 위치와 내용, 시방서 위반 여부, 발생 원인, 보수 방법 및 예상 보수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수급사업자 역시 공동 현장조사를 요청하고 하자 부분을 직접 촬영하는 한편, 다른 업체의 시공 또는 사용·관리상 과실로 발생한 문제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10. 불법 하도급과 재하도급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공사의 일괄하도급, 동일 업종 하도급 및 재하도급을 일정한 범위에서 제한하고 있습니다.
건설사업자는 원칙적으로 도급받은 공사의 전부 또는 주요 부분의 대부분을 다른 건설사업자에게 하도급할 수 없고, 하수급인 역시 하도급받은 공사를 다시 하도급할 수 없는 것이 원칙입니다.
다만 모든 하도급이나 재하도급이 일률적으로 위법한 것은 아닙니다. 공사의 종류, 등록 업종, 발주자의 서면승낙, 전문공사 해당 여부 및 시행령상 예외를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계약서 제목을 자재납품계약, 장비임대계약 또는 인력공급계약으로 작성하였더라도 실제 계약의 내용이 일정한 건설공사의 완성을 목적으로 한다면 도급 또는 하도급계약으로 판단될 수 있습니다.
불법 하도급이 인정되면 영업정지나 과징금뿐 아니라 형사책임까지 문제 될 수 있으므로, 계약 체결 단계에서 적법성을 검토해야 합니다.
11. 계약 단계에서 분쟁을 줄이는 방법
하도급 분쟁은 계약서의 내용이 추상적일수록 발생하기 쉽습니다.
공사 범위는 “○○공사 일체”라고만 적을 것이 아니라 도면, 내역서, 견적서와 시방서를 첨부하여 구체화해야 합니다. 자재비, 장비비, 양중비, 폐기물 처리비, 안전관리비 및 부가가치세가 계약금액에 포함되는지도 명확히 정해야 합니다.
추가공사에 관해서는 지시 권한이 있는 사람, 승인 방식 및 공사비 산정방법을 규정해야 합니다.
기성금은 청구일, 검사기간, 지급일과 지급방법을 구체적으로 정하고, 공사기간 연장사유도 설계변경, 추가공사, 자재공급 지연, 선행공정 지연 등 유형별로 규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자에 관해서는 하자담보책임 기간, 하자보수 요청 절차, 보수기한 및 하자보수보증금률을 명확히 정해야 합니다.
12. 하도급 분쟁에서는 기록과 채권보전이 중요합니다
하도급 분쟁은 실제로 공사를 수행했다는 사실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추가공사 지시, 공사 지연의 원인, 기성금 청구 및 지급 요구 과정을 어떤 자료로 남겼는지가 결과를 좌우합니다.
추가·변경공사는 지시 내용과 대금 정산기준을 서면으로 남겨야 합니다. 공사 지연 사유가 발생하면 즉시 원인과 예상기간을 통지하고 공사기간 연장을 요청해야 합니다. 기성금이 지급되지 않는 경우에는 미지급 금액과 지급기일을 특정하여 서면으로 최고해야 합니다.
이미 분쟁이 발생하였다면 원도급계약서와 하도급계약서뿐 아니라 견적서, 내역서, 도면, 기성청구서, 세금계산서, 현장일지, 작업사진, 문자메시지 및 계좌내역을 시간순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그 자료를 바탕으로 공사대금 청구, 발주자 직접지급청구, 가압류, 분쟁조정 및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중 어떤 방법이 가장 효과적인지 판단해야 합니다.
특히 상대방의 자금 사정이 악화된 경우에는 승소 가능성만 검토할 것이 아니라, 승소 후 실제 공사대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신속한 가압류 등 채권보전 조치를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