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사건의 상당수는 양쪽이 모두 피의자로 입건되는 형태로 시작됩니다. 한쪽은 가해자를 자처하지 않고, 다른 쪽은 자신이 피해자라고 말합니다. 이때 방어한 쪽이 기댈 수 있는 규정이 형법 제21조의 정당방위입니다. 그러나 판례가 싸움 사안에서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범위는 넓지 않습니다. 그 범위와 근거를 대법원 판결을 통해 살펴봅니다.
싸움 중의 가해행위는 원칙적으로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형법 제21조 제1항은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가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합니다. 침해의 현재성과 부당성, 방위 의사, 상당성이 요건입니다.
대법원 2000. 3. 28. 선고 2000도228 판결은 싸움 사안에 관한 원칙을 밝혔습니다. 가해자의 행위가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하여 가해하게 된 것이라고 봄이 상당한 경우, 그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행위라고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상대방이 선제공격을 했다는 사정은 출발점일 뿐이고, 그것만으로 방위 의사가 인정되지는 않습니다.
일방적 공격에 대한 소극적 저항은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 1999. 10. 12. 선고 99도3377 판결은 예외의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외관상 서로 격투를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한쪽 당사자가 일방적으로 불법한 공격을 가하고 상대방은 그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벗어나기 위한 저항수단으로 유형력을 행사한 경우라면, 그 행위가 적극적인 반격이 아니라 소극적인 방어의 한도를 벗어나지 않는 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판시했습니다.
이 사건에서는 두 사람에게 넘어뜨려져 폭행당하던 60대 피고인이 상대방의 팔을 비틀고 다리를 물어 약 2주의 상해를 입힌 행위가 문제되었고, 무죄 판단이 유지되었습니다.
대법원 2010. 2. 11. 선고 2009도12958 판결도 주거에 들어온 상대방 일행의 폭행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생긴 상해에 관하여, 새로운 적극적 공격으로 평가되지 않는 한 상당성이 있다고 보았습니다.
두 판결이 중시한 사정은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목적과 수단, 행위자의 의사입니다. 상해라는 결과가 발생했다는 사정만으로 방어의 한도를 넘었다고 단정하지 않았다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입니다.
침해의 현재성은 침해상황의 종료 여부로 판단합니다
대법원 2023. 4. 27. 선고 2020도6874 판결은 현재성 요건에 관한 기준을 구체화했습니다. 침해의 현재성은 침해행위가 형식적으로 기수에 이르렀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법익에 대한 침해상황이 종료되기 전까지를 의미한다고 했습니다.
일련의 연속되는 행위로 침해상황이 중단되지 않거나, 일시 중단되더라도 추가 침해가 곧바로 발생할 객관적인 사유가 있으면 전체적으로 침해상황이 종료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같은 판결은 방어행위에 순수한 수비적 방어뿐 아니라 반격방어의 형태도 포함된다고 하면서도, 상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대법원은 가해행위가 종료되었다는 이유로 정당방위를 부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했습니다. 정당방위의 성립을 확정한 것이 아니라 심리 미진을 지적한 판결이라는 점에서, 적용 범위를 넓게 읽는 것은 경계해야 합니다.
과잉방위는 방위 상황이 인정될 때에만 문제됩니다
방위행위가 정도를 초과하면 정황에 따라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고(형법 제21조 제2항), 야간이나 그 밖의 불안한 상황에서 공포·경악·흥분·당황으로 인한 것이면 벌하지 않습니다(같은 조 제3항). 다만 2000도228 판결이 밝힌 대로 싸움으로 평가되는 경우에는 과잉방위도 인정되지 않습니다.
죄명에 따라 합의의 효과가 달라집니다
폭행죄는 피해자의 명시한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습니다(형법 제260조 제3항). 그러나 상해죄(형법 제257조), 특수폭행죄(형법 제261조)에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2명 이상이 공동하여 폭행한 경우에는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되고,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제2조 제4항이 반의사불벌 규정의 적용을 배제합니다.
따라서 수사 초기에 적용 죄명을 확인하고, 다음 자료를 확보해 두어야 합니다.
사건 전 과정을 담은 CCTV·블랙박스 영상
이해관계 없는 목격자의 진술
쌍방의 상해 부위와 정도에 관한 사진·진료 기록
Q&A
Q. 방어 과정에서 상대방이 다쳤다면 정당방위는 인정되지 않습니까?
상해 결과가 있다고 하여 곧바로 부정되지는 않습니다. 99도3377 판결은 약 2주의 상해가 발생한 사안에서 위법성 조각을 인정했습니다. 다만 저항의 방식과 정도가 방어의 한도 안에 있었는지가 사안별로 심리됩니다.
Q. 상대방의 폭행이 멈춘 직후의 행위도 방위행위가 될 수 있습니까?
침해상황이 전체적으로 종료되지 않았다고 볼 객관적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한합니다. 침해가 끝난 뒤의 보복은 방위가 아닙니다.
맺음말
싸움 사안에서 정당방위의 성부는 선후 관계가 아니라 행위의 성격, 곧 방어였는지 공격이었는지에 따라 정해집니다. 이는 진술의 설득력보다 객관적 자료로 증명되는 영역입니다. 초기 진술 전에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사실관계를 정리하고 자료를 확보하는 것이 방어권 행사의 기본입니다. 개별 사건의 결론은 구체적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