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가진 채권을 끝까지 추심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은 경영 현장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결정은 사후에 "회사 재산을 포기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고, 형사상으로는 배임죄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정동욱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수행한 사건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출자한 회사의 가압류 해제가 문제 되었습니다. 그 회사의 의사결정에 관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던 의뢰인이 해제를 지시하였다는 이유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으로 기소되었고, 2022년 제1심 지방법원의 무죄 판결에 이어 고등법원이 검사의 항소를 기각하였습니다.
가압류 해제로 인한 이득액은 청구금액을 기준으로 산정될 수 있습니다
변호인은 가압류 청구금액을 곧 이득액으로 볼 수 없으므로 이득액을 산정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고, 그 결과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제1심 법원은 이를 배척하였습니다. 가압류가 해제되면 소유자는 가압류의 부담이 없는 부동산을 소유하는 이익을 얻고, 이후 피보전채권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그 이익이 없었다고 할 수 없다는 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도5507 판결의 법리가 배임죄에도 적용된다고 본 것입니다.
보전조치의 해제가 그 자체로 재산상 이익의 제공으로 평가될 수 있다는 점은 실무상 유의할 부분입니다.
지시 여부는 전달 경로에 있는 사람들의 진술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제1심은 지시를 전달하였다고 지목된 사람들이 이를 부인하거나 기억하지 못한다고 한 점, 지시를 받았다는 진술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동기가 있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점을 들어 지시와 공모의 증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항소심은 회사 경영진이 의뢰인의 의견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하여 사실인정을 일부 달리하였습니다. 그러나 의견이 고려되었다는 사정만으로 배임의 고의에 의한 지시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경영상 판단의 합리성은 결정 당시 채권의 실질을 기준으로 평가됩니다
법원은 대법원 판례의 법리에 따라 판단하였습니다. 경영자가 개인적 이익을 취할 의도 없이 수집 가능한 정보를 바탕으로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신중하게 결정하였다면, 예측이 빗나가 손해가 생겼더라도 고의에 관한 해석기준을 완화하여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고, 고의의 유무는 판단의 경위와 동기, 회사의 경제적 상황, 손실과 이익의 개연성 등을 종합하여 개별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입니다.
항소심은 이 기준에 따라 다음 사정을 인정하였습니다.
가압류의 피보전채권은 성립 여부가 불확실하였고, 성립하더라도 청구금액의 일부에 한정되며 그 범위를 확정하기 어려웠습니다.
가압류의 집행과 해제는 변상을 위한 부수적 절차로서 정관상 이사회 결의사항이라고 보기 어려웠습니다.
이사회에서 논의가 있었고 다수의 임원이 해제에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회사의 영업실적이 개선되고 있었고, 해제로 개인적 이익을 얻은 사람이 없었습니다.
법원은 법적 분쟁을 계속하는 것이 회사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이 해제의 주된 요인이었고, 그 판단에 합리성이 결여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출자자 측의 권한 행사는 그 자체로 배임의 고의를 뜻하지 않습니다
항소심은 의뢰인에게 사업의 대외적 이미지 악화를 우려하는 의사가 포함되었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의뢰인의 관여는 출자자를 대표한 주주권 행사 또는 조례에 따른 권한 행사이고 위법하거나 명백히 부당한 조치가 있었다고 볼 사정이 없는 점, 분쟁 없이 운영된다는 대외적 평가는 회사에도 이익이 되는 점, 개인적 이득을 취득하였다고 볼 사정이 없는 점을 들어, 전적으로 개인적인 동기에서 회사에 손해를 가할 수 있다는 인식 아래 지시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동기에 사적인 요소가 일부 섞여 있더라도 그것만으로 고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며, 결정의 주된 근거와 권한의 범위가 함께 심리된다는 점을 보여 줍니다.
Q&A
보전조치를 해제하기 전에 어떤 절차를 거쳐야 합니까?
정관과 내부 규정상 결의사항인지 먼저 확인하여야 합니다. 결의사항이 아니더라도 채권의 회수 가능성, 소송 비용, 회사의 사정에 관한 검토 내용을 문서로 남기고 이사회에 보고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수사가 개시된 뒤에는 무엇을 하여야 합니까?
진술에 앞서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당시의 회의록, 결산 자료, 채권 산정 근거를 확인하여야 합니다. 자료를 사후에 작성하거나 변경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맺음말
이 사건의 무죄 판단은 "경영상 판단"이라는 주장 자체가 아니라, 결정 당시 채권의 실질과 회사의 사정, 의사결정 과정이 증거로 확인되었기 때문에 가능하였습니다. 같은 유형의 사건이라도 증거관계에 따라 결론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회사의 권리를 포기하는 결정에는 그에 상응하는 검토와 기록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