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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결되지 않은 하도급계약에 따라 지급된 공사대금의 반환 범위 – 수령자가 제3자에게 지급한 돈은 공제되지 않습니다

건설정동욱 | 인천 검단 민사·건설 전문 변호사2026년 11월 4일법률 검토일 2026년 11월 4일

회사 내부 직원이 하도급계약 서류를 꾸며 공사대금을 지급하게 하는 사고는 건설 현장에서 드물지 않습니다. 이때 회사가 대금을 받은 업체에 반환을 구하면, 업체는 받은 돈의 상당 부분을 그 직원에게 다시 지급했으므로 남은 이익만 반환하면 된다고 다투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법원 2026. 10. 30. 선고 2026다204448 판결은 이 쟁점에 관하여 반환 범위의 기준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사안과 원심의 판단

원고 소속 직원은 피고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한 것처럼 허위 서류를 작성하여 원고 전산에 등록하였고, 피고는 존재하지 않는 부대공사의 공사대금 명목으로 합계 310,750,000원을 지급받았습니다. 피고는 그 직원에게 영업비 명목으로 232,440,000원을 먼저 지급하였습니다.

원고는 공동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과 부당이득반환을 선택적으로 청구하였습니다. 원심은 원·피고 사이에 계약관계가 있어 법률상 원인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았고, 반환의무가 있더라도 직원에게 지급한 금액을 공제하면 실질적 이익은 78,310,000원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손해배상에 관하여는 과실에 의한 방조를 인정하여 손해액의 60% 범위에서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급부에서는 급부 자체가 이익이자 손해입니다

대법원은 계약상 채무의 이행 명목으로 급부하였으나 계약이 무효이거나 실제로 체결되지 않아 법률상 원인이 없는 경우, 원칙적으로 급부부당이득이 성립한다고 보았습니다. 이때에는 급부 자체가 민법 제741조의 '이익'과 '그로 인한 손해'가 되므로, 급부의 실행만으로 요건이 충족되고 상대방의 실질적 이득 여부를 별도로 심사하지 않습니다. 이는 대법원 2024. 10. 8. 선고 2024다257362 판결이 밝힌 법리와 같은 맥락입니다.

이 사건 하도급계약은 외관만 존재하였을 뿐 실제로 체결되지 않았으므로, 피고의 공사대금 수령에는 법률상 원인이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입니다.

별개 원인으로 제3자에게 지급한 돈은 부당이득액에서 공제되지 않습니다

피고가 직원에게 지급한 영업비는 공사대금과 당사자 및 발생원인을 달리하는 별개 자금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부당이득액에서 공제할 수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나아가 대법원은 급부부당이득에 실질적 이익 법리가 적용되는 경우를, 수령자가 자금을 형식적으로만 수령하고 보유·사용하지 않은 채 그 자금이 귀속될 제3자에게 곧바로 또는 그대로 이전하여 사실상의 지배·처분권을 얻지 못한 특수한 경우로 한정하였습니다. 편취금이나 착오송금을 송금인의 지시에 따라 곧바로 재송금한 경우, 질권자가 자기 채권액을 넘어 지급받은 돈을 질권설정자에게 그대로 반환한 경우(대법원 2015. 5. 29. 선고 2012다92258 판결)가 그 예입니다.

피고는 공사대금을 수령하여 스스로 처분하였으므로 이러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하였고, 선택적으로 병합된 손해배상청구 부분도 함께 파기하였습니다.

이 판결의 적용 범위는 급부의 구조와 계약의 효력에 따라 달라집니다

계약 당사자가 상대방의 지시로 상대방과 별개의 계약관계에 있는 제3자에게 직접 급부한 경우에는, 그 급부가 계약 상대방에 대한 급부이자 상대방의 제3자에 대한 급부로 평가되므로 제3자를 상대로 부당이득반환을 청구할 수 없습니다(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8다204992 판결, 대법원 2003. 12. 26. 선고 2001다46730 판결). 이른바 삼각관계 급부에서는 반환 상대방이 계약 상대방이 됩니다.

또한 직원에게 기본대리권이 있었고 상대방이 그 권한을 믿을 정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가 성립하여 계약이 회사에 효력을 가질 수 있고, 그 경우 법률상 원인 없음이라는 전제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상대방이 일부 공사를 실제로 수행하였다면 그 부분도 반환 범위에서 다투어질 수 있습니다.

청구의 구성과 시효가 회수액을 좌우합니다

손해배상청구는 피해자 측 과실을 이유로 감액될 수 있습니다. 반면 부당이득반환의 성질을 가지는 청구에는 과실상계가 적용되지 않습니다. 대법원 2014. 3. 13. 선고 2013다34143 판결은 계약 해제에 따른 원상회복 사안에서, 과실상계는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에 인정되는 것이고 신의칙이나 공평의 원칙을 이유로 과실상계에 준하여 반환 범위를 제한할 수도 없다고 판시하였습니다.

시효도 청구마다 다릅니다. 손해배상청구권은 손해와 가해자를 안 날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부터 10년의 시효에 걸립니다(민법 제766조). 부당이득반환청구권은 원칙적으로 10년이나(민법 제162조 제1항), 상행위인 계약에 기초한 급부 자체의 반환을 구하는 경우로서 신속한 해결이 필요한 때에는 상법 제64조가 유추적용되어 5년의 상사시효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대법원 2021. 8. 19. 선고 2018다258074 판결).

분쟁 초기에 갖춰야 할 자료와 검토 사항

초기 검토에는 다음 자료가 필요합니다.

  • 지급 내역(이체 확인증, 세금계산서, 기성 청구서)

  • 계약서·견적서·내역서와 전산 등록 및 결재 이력

  • 해당 직원의 직무와 계약 권한에 관한 내부 규정

  • 공사일보, 현장 사진, 감리 기록 등 공사 실재 여부에 관한 자료

  • 내부 감사 결과와 관련 직원의 진술

  • 상대방과 주고받은 내용증명 및 메시지

검토 단계에서는 계약의 불성립·무효·표현대리 성립 가능성, 급부가 누구의 지시로 누구에게 이루어졌는지, 상대방이 주장할 공제 항목의 성격, 청구별 소멸시효와 중단 사유, 상대방 재산에 대한 가압류 필요성을 함께 확인합니다.

Q&A

Q. 수령자가 받은 돈을 이미 소비하였다면 반환 범위가 줄어드나요?

선의의 수익자는 현존이익 한도에서 반환하지만(민법 제748조 제1항), 부당이득으로 취득한 금전은 소비 여부를 불문하고 현존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대법원 1996. 12. 10. 선고 96다32881 판결). 악의의 수익자는 받은 이익에 이자를 붙여 반환하여야 합니다(같은 조 제2항).

Q. 수령자가 지시에 따라 돈을 그대로 넘겼다면 어떻습니까?

자금을 보유·사용하지 않고 귀속될 제3자에게 곧바로 그대로 이전한 경우에 한하여 실질적 이익 법리가 적용될 여지가 있습니다. 대법원은 그 범위를 좁게 보고 있습니다.

맺음말

이번 판결은 허위 하도급으로 지급된 공사대금에 대하여 수령자가 "남은 이익이 없다"는 항변으로 반환 범위를 줄일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였습니다. 피해 회사로서는 계약 불성립을 입증할 자료와 급부 경로를 조기에 정리하고, 부당이득과 손해배상을 시효까지 고려해 구성하는 것이 회수의 관건이 됩니다.

참고 법령·판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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