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자금을 둘러싼 형사 분쟁에서 대표이사가 내세우는 항변은 몇 가지로 정리된다. 자신이 유일한 주주라는 것, 가지급금으로 회계 처리했다는 것, 회사를 위해 지출했다는 것, 이미 변제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이 항변들에 대해 각각 판단 기준을 제시해 왔다.
아래에서는 업무상횡령죄(형법 제355조 제1항, 제356조)의 불법영득의사를 중심으로 그 기준을 살펴본다. 임무위배와 경영판단이 문제 되는 배임죄는 논의에서 제외한다.
1인 회사의 주주에게도 회사 재산은 타인의 재물입니다
횡령죄의 객체는 타인의 재물이다. 대법원은 주식회사의 주식이 사실상 1인의 주주에게 귀속하는 1인 회사의 경우에도 회사와 주주는 별개의 인격체로서 회사 재산이 곧바로 1인 주주의 소유라고 볼 수 없고, 따라서 회사 소유의 금원을 업무상 보관 중 임의로 소비하면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하였다(대법원 1999년 판결).
지분 구조가 단순한 가족회사나 소규모 건설회사에서 법인 자금과 대표 개인 자금을 구별하지 않는 관행은 이 법리와 양립하지 않는다.
대여의 실질이 없는 가지급금 인출은 횡령죄를 구성합니다
대법원은 대표이사 또는 그에 준하여 회사 자금의 보관·운용에 관한 사무를 처리해 온 자가 회사를 위한 지출 이외의 용도로 거액의 회사 자금을 가지급금 등의 명목으로 인출·사용하면서 이자나 변제기의 약정이 없고 이사회 결의 등 적법한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면, 이는 통상 용인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나 지위를 이용하여 회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임의로 대여·처분하는 것과 다름없어 횡령죄를 구성한다고 하였다(대법원 2006년 4월 판결).
계정과목의 명칭은 결론을 좌우하지 않는다. 지출의 용도, 금액의 규모, 약정의 존재, 절차의 이행이 판단의 대상이다.
불법영득의사는 추단될 수 있으나 증명책임은 검사에게 남아 있습니다
대표이사가 회사의 금원을 인출하여 사용하고도 사용처에 관한 증빙자료를 제시하지 못하고 인출 사유와 사용처에 관하여 납득할 만한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한다면, 불법영득의사로 인출하여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추단할 수 있다(대법원 2008년 판결).
이 추단에는 한계가 있다. 대법원 2017년 판결은 비자금을 인출·사용한 것 자체로 횡령을 추단할 수 있는 것은 행위자가 자금의 행방이나 사용처에 관하여 수긍할 만한 사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객관적으로도 회사를 위하여 지출하였다고 볼 자료가 제시되지 못하는 등의 경우라고 하였다.
사용된 자금의 상당 부분이 회사를 위하여 지출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사정이 드러난 경우에는 증명책임의 원칙으로 돌아가, 개별 사용행위와 관련하여 임의사용을 추단하기에 충분한 사정을 검사가 증명하여야 한다. 대법원은 구체적 사용 내역과 근거자료를 제시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비자금 전부가 개인적으로 사용되었다고 단정한 원심을 파기하였다.
회사를 위한 지출인지는 용도의 상당성과 기준의 합리성으로 가려집니다
같은 판결에 따르면 비자금 사용의 불법영득의사는 조성 동기·방법·규모·기간, 보관 및 관리방식에 비추어 법인 자금의 성격이 유지되었는지, 사회통념상 회사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상당한 용도에 지출되었는지, 사용의 시기·대상·범위·금액이 객관성과 합리성 있는 기준으로 정해졌는지 등을 종합하여 주된 목적이 개인적 용도인지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한다. 다만 착복할 목적으로 조성한 것임이 명백히 밝혀진 비자금은 조성행위 자체로 불법영득의사가 실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변호사 비용에 관하여는 재건축조합 사건의 판시가 있다. 단체의 비용으로 지출할 수 있는 변호사 선임료는 원칙적으로 단체 자체가 소송당사자인 경우에 한하고, 대표자 개인이 당사자인 민·형사사건의 비용은 분쟁이 단체와 업무적 관련이 깊고 단체의 이익을 위하여 대응할 특별한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하여 지출할 수 있다(대법원 2006년 10월 판결). 이 사건에서 이사회와 대의원회의 승인은 횡령죄의 성립을 막지 못하였다.
사후의 반환과 변제는 죄의 성립이 아니라 양형의 문제입니다
대법원은 사후에 반환하거나 변상·보전하는 의사가 있더라도 불법영득의사를 인정하는 데 지장이 없고, 횡령한 자가 소유자에 대하여 별도의 금전채권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정도 이미 성립한 업무상횡령죄에 원칙적으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하였다(대법원 2012년 판결).
이득액이 5억 원 이상이면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3조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 50억 원 이상이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으로 가중된다. 이득액이 기준 금액 이상이라는 점도 엄격한 증거로 증명되어야 한다는 것이 위 2017년 판결의 판시이다.
Q&A
배임죄 개편 논의는 횡령 사건에 영향을 줍니까?
배임죄의 폐지 또는 정비가 논의되고 있다는 보도가 있으나, 논의의 대상은 배임죄이고, 위에서 본 횡령죄의 법리가 변경되었다고 볼 사정은 없다.
수사가 개시된 경우 무엇을 먼저 하여야 합니까?
최초 진술에 앞서 변호인과 함께 계좌 거래내역, 계정별 원장, 지출 증빙, 의사록을 대조하여 인출 건별 용도를 확인하여야 한다. 자료는 존재하는 그대로 제출하여야 하며, 사후에 증빙을 작성하거나 장부를 수정하는 행위는 별도의 형사책임을 부를 수 있다.
맺음말
대표이사의 자금 사용이 횡령인지는 지출의 용도와 그것을 뒷받침하는 절차·자료로 가려진다. 이사회 또는 주주총회의 결의, 이자와 변제기를 정한 약정과 그 이행, 지출 시점의 증빙이 갖추어져 있는지가 불법영득의사 판단의 실질적 근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