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체에 대한 영업정지처분은 단순히 일정 기간 영업을 제한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신규 수주, 입찰, 보증, 금융거래, 진행 중인 공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처분기간보다 훨씬 큰 경영상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무자격 하도급이나 건설업 등록기준 미달을 이유로 영업정지처분이 내려진 경우에는 먼저 처분사유가 실제로 존재하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그다음 위반사실이 일부 인정되더라도 처분기준이 정확히 적용되었는지, 감경사유가 누락되지 않았는지, 처분이 위반 정도에 비하여 지나치게 무거운지를 단계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1. 처분사유 자체가 성립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건설공사를 하도급하는 경우 원칙적으로 공사내용에 상응하는 업종을 등록한 건설사업자에게 하도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건설사업자는 자본금, 기술인력, 사무실 등 법정 등록기준을 계속 유지해야 합니다.
그러나 행정청이 무자격 하도급이나 등록기준 미달을 지적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처분사유가 확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무자격 하도급 사건에서는 계약서에 기재된 공사명보다 실제 시공된 공사의 내용이 중요합니다. 하도급업체가 수행한 공종이 무엇인지, 그 공사가 주된 공사의 일부인지 부대공사에 해당하는지, 하도급업체가 보유한 등록업종으로 해당 공사를 수행할 수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하도급계약의 형식도 결정적인 기준은 아닙니다. 구두계약이라 하더라도 실질적으로 하도급업체가 공사에 착수하였다면 하도급 제한 위반이 성립할 수 있습니다(대법원 1983. 12. 13. 선고 83누383 판결).
등록기준 미달 사건에서는 미달 사실뿐 아니라 그 원인과 기간도 함께 보아야 합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일시적으로 등록기준에 미달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를 처분사유에서 제외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예외 규정이 비례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것이며, 시행령상 예외사유를 기계적으로 한정하여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20. 1. 9. 선고 2018두47561 판결).
따라서 기술자의 갑작스러운 퇴사 후 신속히 대체 인력을 채용한 경우, 일시적인 회계상 사정으로 자본금 기준에 미달한 경우, 미달 사실을 인지한 직후 바로 보완한 경우에는 처분사유 자체가 성립하는지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2. 시행령 별표 6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 처분기준입니다
건설산업기본법 시행령 제80조와 별표 6은 위반행위별 영업정지 기간, 과징금 부과기준, 가중·감경 기준을 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행정청 내부의 단순한 업무처리지침이 아닙니다. 건설산업기본법의 위임에 따라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법규명령이므로 행정청과 법원을 구속합니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누15418 판결).
따라서 처분청은 원칙적으로 별표 6이 정한 기준과 범위 안에서 처분해야 합니다. 다음과 같은 오류가 있다면 처분의 위법성을 다툴 수 있습니다.
위반행위의 유형을 잘못 분류한 경우
위반 횟수를 실제보다 많게 산정한 경우
등록기준 미달 기간을 잘못 계산한 경우
적용 가능한 감경사유를 누락한 경우
과징금 대체 가능성을 검토하지 않은 경우
특히 위반기간과 위반 횟수는 처분수위에 직접 영향을 미칩니다. 조사보고서나 처분사전통지서에 기재된 내용이 실제 계약서, 공사일보, 기술자 입·퇴사 자료, 재무자료와 일치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3. 감경사유를 전혀 검토하지 않았다면 재량권 일탈·남용이 될 수 있습니다
별표 6은 위반행위의 동기, 내용, 횟수 등을 고려하여 일정 범위에서 처분을 감경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습니다.
실무상 다음과 같은 사정이 감경사유로 주장될 수 있습니다.
위반행위가 고의가 아니라 법령 해석상 착오에서 비롯된 경우
위반기간이 짧은 경우
위반사실을 확인한 즉시 시정한 경우
최근 제재처분 전력이 없는 경우
부실시공이나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
위반으로 얻은 경제적 이익이 크지 않은 경우
등록기준을 신속히 회복한 경우
영업정지로 진행 중인 공사나 하수급업체에 큰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다만 이러한 사정이 존재한다고 해서 처분청이 반드시 감경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처분청이 감경사유를 충분히 검토한 후에도 감경하지 않기로 판단하였다면 그 처분이 곧바로 위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감경사유가 존재함에도 이를 전혀 검토하지 않았거나, 감경대상이 아니라고 잘못 판단하였다면 재량권 일탈·남용이 인정될 수 있습니다.
대법원은 등록기준 미달에 따른 영업정지처분에서 처분청이 감경사유를 고려하지 않거나 감경사유의 존재를 오인한 경우 처분이 위법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2. 12. 26. 선고 2012두18660 판결, 대법원 2016. 8. 29. 선고 2014두45956 판결).
따라서 취소소송에서는 감경할 만한 사정이 있다는 주장에 그칠 것이 아니라, 처분청이 해당 사정을 실제로 검토하였는지, 검토하였다면 어떠한 이유로 배척하였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4. 동일한 사유로 중복 감경을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미 별표 6에 따라 일부 감경이 이루어진 경우에는 동일한 사유를 다시 들어 추가 감경을 요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됩니다.
대법원은 별표 6의 가중·감경 규정이 위반행위의 동기, 내용 및 횟수 등을 구체화한 것이므로, 같은 사정이 이미 처분에 반영되었다면 동일한 이유로 추가 감경을 요구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6. 8. 29. 선고 2014두45956 판결).
예를 들어 최근 제재처분 전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미 감경받았다면, 장기간 제재전력이 없다는 동일한 성격의 사정을 들어 다시 감경을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감경 주장을 준비할 때에는 이미 반영된 사정과 아직 반영되지 않은 사정을 명확히 구분해야 합니다.
5. 비례원칙 위반 여부도 중요한 판단 대상입니다
영업정지처분은 건설업체의 영업을 직접 제한하는 침익적 처분입니다. 따라서 위반행위의 정도에 비하여 처분이 지나치게 가혹하다면 재량권 일탈·남용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재량권 일탈·남용 여부는 위반행위의 내용과 정도, 처분으로 달성하려는 공익, 업체가 입게 될 불이익 등을 비교·교량하여 판단합니다(대법원 2019. 9. 26. 선고 2017두48406 판결, 대법원 2022. 4. 14. 선고 2021두60960 판결).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사정이 고려될 수 있습니다.
위반행위로 부실시공이나 안전사고가 발생하였는지
위반기간과 공사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위반행위가 고의적·반복적이었는지
업체가 취득한 경제적 이익이 있는지
위반 후 신속하게 시정하였는지
영업정지로 진행 중인 공사에 차질이 발생하는지
근로자, 하수급업체, 자재업체 등 제3자에게 피해가 발생하는지
다만 영업정지로 매출이 감소하거나 입찰에 불리해진다는 일반적인 사정만으로 처분이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위반 정도와 처분으로 인한 불이익 사이에 현저한 불균형이 있다는 점을 객관적인 자료로 입증해야 합니다.
한편 처분기준 자체가 법령에 위반되거나 그 기준을 적용한 결과가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다면, 법원은 처분기준에 따른 처분을 쉽게 재량권 일탈·남용으로 판단하지 않습니다(대법원 2007. 9. 20. 선고 2007두6946 판결).
6. 영업정지 대신 과징금 부과가 가능한지 검토해야 합니다
건설산업기본법은 일부 위반행위에 대해 영업정지를 갈음하여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처분사유가 과징금 대체 대상에 해당한다면, 진행 중인 공사와 발주자, 근로자, 하수급업체에 미치는 영향을 근거로 과징금 부과를 요청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영업정지 사유가 과징금으로 대체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과징금 대체가 가능하더라도 처분청이 반드시 과징금을 선택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시행령 별표 6의 과징금 선택 기준이 영업정지와 과징금 중 어느 처분을 선택할 것인지에 관한 재량 행사의 한계를 정한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대법원 2017. 10. 12. 선고 2017두43968 판결).
따라서 과징금 대체를 주장하려면 단순히 영업정지가 부담된다는 사정만으로는 부족하고, 과징금으로도 제재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점과 영업정지로 인해 제3자에게 미칠 피해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합니다.
7. 처분 전 청문과 의견제출 단계부터 대응해야 합니다
영업정지처분 취소소송은 처분 이후에 제기하지만, 실제 대응은 처분사전통지를 받은 때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청문이나 의견제출 단계에서는 다음과 같은 자료를 제출할 필요가 있습니다.
도급계약서 및 하도급계약서
견적서, 공사내역서 및 공종별 산출자료
실제 시공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사진과 작업일보
하도급업체의 건설업 등록증
기술자 입·퇴사 자료
기업진단보고서와 재무제표
등록기준 회복 및 보완자료
위반상태 시정자료
과거 행정처분 내역
영업정지로 인한 구체적인 피해자료
행정처분의 위법 여부는 원칙적으로 처분 당시의 법령과 사실상태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따라서 처분 후에 비로소 발생한 사정보다 처분 전에 이미 존재하였고 행정청에 제출된 자료가 중요합니다.
처분 전 단계에서 충분한 소명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후 소송에서 처분청이 당시 확보된 자료를 기준으로 합리적인 판단을 하였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8.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검토해야 합니다
영업정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더라도 처분의 효력은 자동으로 정지되지 않습니다.
영업정지 시작일이 도래하면 본안소송이 진행 중이더라도 처분의 효력이 발생합니다. 따라서 영업정지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예상된다면 취소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해야 합니다.
집행정지신청에서는 다음 사항을 소명해야 합니다.
영업정지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
집행정지가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
본안청구가 명백히 이유 없는 것이 아닐 것
이를 위해 진행 중인 공사계약, 입찰 예정 내역, 근로자 고용현황, 보증기관 거래자료, 계약해지 위험 등을 구체적으로 제출해야 합니다.
집행정지결정은 본안소송이 계속 중인 것을 전제로 합니다. 본안소송이 취하되면 집행정지결정의 효력도 소멸합니다(대법원 1975. 11. 11. 선고 75누97 판결).
또한 집행정지결정 전에 이미 영업정지처분을 위반하여 영업한 사실이 있다면, 이후 본안에서 원래 처분이 취소되더라도 영업정지 기간 중 영업한 행위에 대한 후속 처분이 당연히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대법원 1995. 11. 24. 선고 95누9402 판결).
9. 처분사유와 처분수위는 나누어 다투어야 합니다
건설업 영업정지 사건은 다음 두 단계로 나누어 검토해야 합니다.
첫째, 위반행위 자체가 성립하는지 다투는 단계입니다.
둘째, 위반행위가 인정되더라도 영업정지 기간과 처분방식이 적정한지 다투는 단계입니다.
무자격 하도급 사건이라면 실제 공종과 등록업종의 상응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등록기준 미달 사건이라면 미달의 원인, 기간 및 회복 시점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다음 별표 6의 처분기준, 감경사유, 비례원칙, 과징금 대체 가능성을 순서대로 살펴야 합니다.
재량권 일탈·남용에 관한 주장과 증명책임은 원칙적으로 처분 상대방에게 있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처분이 과중하다는 주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처분청이 어떤 사실을 잘못 판단하였는지, 어떤 감경사유를 누락하였는지, 영업정지로 어떠한 구체적인 손해가 발생하는지를 자료로 입증해야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1. 시행령 별표 6에 따른 처분이면 취소가 어렵나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처분청이 위반행위의 유형, 위반기간, 위반 횟수 또는 감경사유를 잘못 판단하였다면 별표 6에 따른 처분이라도 위법할 수 있습니다.
Q2. 위반사실이 인정되면 취소소송은 의미가 없나요?
그렇지 않습니다.
위반행위가 인정되더라도 감경사유 누락, 비례원칙 위반, 과징금 대체 가능성 등을 근거로 처분수위를 다툴 수 있습니다.
Q3. 등록기준 미달 기간이 짧으면 처분을 피할 수 있나요?
미달 기간이 짧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처분사유가 부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미달이 일시적·경미하고 신속하게 회복되었다면 처분사유 부정 또는 감경사유로 주장할 수 있습니다.
Q4. 영업정지를 과징금으로 변경할 수 있나요?
해당 위반사유가 법령상 과징금 대체 대상인 경우 가능합니다.
다만 과징금 대체 여부는 처분청의 재량에 속하므로, 진행 중인 공사와 제3자 피해 등을 구체적으로 소명해야 합니다.
Q5. 취소소송을 제기하면 영업정지 효력이 멈추나요?
아닙니다.
취소소송만으로 처분의 효력이 정지되지는 않습니다. 별도로 집행정지를 신청하여 법원의 결정을 받아야 합니다.
Q6. 영업정지처분 취소소송은 언제까지 제기해야 하나요?
원칙적으로 처분이 있음을 안 날부터 90일 이내, 처분이 있은 날부터 1년 이내에 제기해야 합니다.
행정심판을 거친 경우에는 제소기간 계산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처분서를 받은 즉시 확인해야 합니다.
마치며
건설업 영업정지처분은 처분기간 자체보다 그로 인한 수주, 입찰, 보증 및 금융거래상 불이익이 더 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처분사전통지를 받았다면 위반사실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만 검토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공사내용과 등록업종의 관계, 등록기준 미달의 경위와 기간, 처분기준 적용의 오류, 감경사유 누락, 과징금 대체 가능성, 집행정지 필요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무엇보다 처분 전 청문과 의견제출 단계에서 사실관계와 증빙자료를 충분히 정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처분이 내려진 이후가 아니라 사전통지를 받은 시점부터 대응을 시작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