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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 욕설과 모욕죄 사이, 형사처벌의 경계는 어디에 있는가

KY파트너스2026년 8월 1일

일상에서 욕설은 상대방에게 강한 불쾌감과 모멸감을 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욕설을 들은 사람은 곧바로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형법상 모욕죄는 단순히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만으로 성립하지 않습니다.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려면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정도에 이르러야 합니다.

대법원은 최근 층간소음 문제로 이웃 간 말다툼이 벌어진 과정에서 욕설을 한 사건에 관하여, 해당 발언이 형법상 모욕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 대법원 2026. 5. 29. 선고 2025도506 판결입니다.

이 판결은 욕설과 모욕죄를 구별하는 기준을 다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1. 층간소음 갈등에서 시작된 사건

피고인과 피해자는 같은 아파트에 거주하는 이웃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사건 발생 약 두 달 전부터 층간소음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었습니다. 사건 당일 피고인은 경찰에 신고하였으나, 출동한 경찰은 관리사무소의 중재를 통해 해결하라고 안내한 뒤 철수하였습니다.

이후 피고인은 아파트 관리직원과 함께 피해자의 집을 찾아갔습니다.

피고인과 피해자는 관리직원이 지켜보는 가운데 말다툼을 벌였고, 양측 모두 흥분하여 목소리를 높이며 서로 욕설을 주고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심한 욕설을 하였고, 검찰은 이를 공연한 모욕에 해당한다고 보아 기소하였습니다.

제1심과 원심은 피고인에게 모욕죄가 성립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2. 모욕죄가 보호하는 것은 ‘기분’이 아니라 ‘외부적 명예’입니다

형법 제311조의 모욕죄는 사람의 외부적 명예를 보호하는 범죄입니다.

대법원은 외부적 명예를 사람의 인격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평가라고 설명합니다. 따라서 어떤 표현이 모욕죄에 해당하는지는 상대방이 실제로 기분이 나빴는지, 모멸감을 느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그 표현이 객관적으로 상대방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것인지 여부입니다.

대법원은 이를 판단할 때 다음과 같은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 당사자들의 관계

  • 발언에 이르게 된 경위

  • 구체적인 표현방법

  • 발언 당시의 상황

  • 표현이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정도인지

상대방을 불쾌하게 할 수 있는 무례한 표현이나 예의에 벗어난 말이라고 하더라도, 개인의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정도가 아니라면 형법상 모욕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법리는 모욕죄가 단순한 언어 예절 위반을 처벌하는 범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3. 대법원이 유죄판결을 파기한 이유

대법원은 피고인의 욕설 표현만을 따로 떼어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이 층간소음 문제로 장기간 갈등을 겪고 있었던 점, 사건 당일에도 말다툼 과정에서 쌍방이 흥분하였던 점, 양측 모두 욕설을 주고받았던 점을 함께 고려하였습니다.

그 결과 피고인의 발언은 흥분한 상태에서 피해자에 대한 부정적 감정을 드러낸 단순한 욕설에 불과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물론 해당 표현은 피해자의 감정을 상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그것만으로 객관적으로 피해자의 인격적 가치에 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모욕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결국 대법원은 원심이 형법상 모욕의 의미를 지나치게 넓게 해석하였다고 보아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환송하였습니다.

4. 욕설의 수위보다 중요한 것은 전체적인 맥락입니다

이번 판결을 “욕설을 해도 처벌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같은 욕설이라도 어떤 상황에서 누구를 상대로, 어떤 방식으로 사용되었는지에 따라 형사책임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 사람이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특정인을 지속적으로 조롱하거나, 상대방의 인격적 가치를 깎아내리기 위한 목적으로 반복적인 경멸 표현을 사용하였다면 모욕죄가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갑작스러운 언쟁 과정에서 쌍방이 흥분하여 일회적으로 욕설을 주고받은 경우에는, 표현 자체가 거칠고 부적절하더라도 형법상 모욕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욕죄 사건에서는 욕설의 문구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다음과 같은 요소를 구체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 일방적인 비난이었는지, 쌍방 간 언쟁이었는지

  • 발언이 우발적이었는지, 계획적·반복적이었는지

  • 여러 사람 앞에서 상대방을 깎아내리려는 의도가 있었는지

  • 갈등의 원인과 발언 직전의 상황이 무엇이었는지

  • 발언 전체의 흐름 속에서 어떤 의미로 사용되었는지

형사사건에서는 일부 표현만 발췌할 경우 전체 상황이 왜곡될 수 있습니다.

5. 공연성과 모욕은 별개의 요건입니다

모욕죄 사건에서는 흔히 “제3자가 들었으니 모욕죄가 성립한다”는 식의 주장이 제기됩니다.

그러나 다른 사람이 발언을 들었다는 사정은 공연성에 관한 문제일 뿐입니다. 공연성이 인정되더라도 해당 표현이 형법상 모욕에 해당하지 않으면 모욕죄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표현의 수위가 매우 심하더라도 아무도 인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졌다면 공연성이 문제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모욕죄는 다음 요소를 구분하여 판단해야 합니다.

첫째,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였는지
둘째, 표현이 객관적으로 외부적 명예를 침해할 만한 모욕인지
셋째, 행위자에게 모욕에 대한 인식과 의사가 있었는지

이번 사건에서는 관리직원이 현장에 있었지만, 대법원은 그 점만으로 모욕죄 성립을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핵심은 해당 욕설이 전체 맥락에서 형법상 모욕에 해당하는지였습니다.

6. 실제 수사와 재판에서 중요한 증거

모욕죄 사건에서는 발언의 존재 자체보다 발언 전후의 상황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음과 같은 자료가 있다면 초기 단계부터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 전체 대화가 담긴 녹음파일

  • 현장 CCTV

  • 문자메시지와 메신저 대화

  • 사건 전후 통화내역

  • 현장 목격자의 진술

  • 갈등의 경위가 확인되는 민원자료

  • 상대방도 욕설하거나 공격적인 행동을 했는지에 관한 자료

특히 녹음파일의 일부만 제출될 경우 상대방의 선행 발언이나 전체 대화의 흐름이 드러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발언의 전후 맥락을 복원하고, 해당 표현이 일방적인 인격 공격이었는지 아니면 쌍방 간 언쟁 중 우발적으로 나온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7. 형사처벌은 무례한 표현과 구별되어야 합니다

상대방에게 욕설을 하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모든 무례한 표현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삼을 수는 없습니다. 형법은 도덕이나 예절을 위반한 모든 행위를 처벌하는 수단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한 표현과 상대방의 외부적 명예를 침해한 표현을 구별해야 한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결국 모욕죄 성립 여부는 욕설의 존재 자체가 아니라, 그 표현이 이루어진 전체적인 상황과 객관적인 의미를 중심으로 판단하여야 합니다.

맺음말

모욕죄 사건은 표현의 수위만 보면 단순해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당사자들의 관계, 갈등의 경위, 발언 장소, 주변인의 존재, 쌍방 발언의 내용과 반복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특히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일부 욕설만을 기준으로 사건을 판단하지 않도록, 발언 전후의 맥락을 구체적인 증거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법원 2025도506 판결은 욕설이 있었다는 사실과 형법상 모욕이 성립한다는 판단 사이에는 엄격한 법적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한 판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