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서 나온 토사를 농지에 반입해 성토하는 일은 흔히 '농지 개량'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허가 없이 이루어진 성토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상 무허가 개발행위와 농지법상 무허가 농지전용으로 처벌될 수 있고, 규모에 따라 징역형이 선고되기도 한다.
정동욱 변호사가 변호인으로 수행한 사건에서는, 여러 필지의 농지에 허가 없이 성토한 피고인이 1심에서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항소심인 지방법원 합의부는 2022년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하였다.
경작 목적이라는 주관적 의도만으로 허가 의무가 면제되지는 않습니다
국토계획법은 절토·성토·정지 등으로 토지의 형상을 변경하는 행위를 개발행위허가 대상으로 정하면서, 경작을 위한 형질변경은 제외한다. 농지법도 농지개량에 해당하는 성토는 전용으로 보지 않는다.
항소심은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여, 경작을 위한 형질변경이란 이미 조성된 농지에서 지력 증진을 위한 단순한 객토나 소규모 정지작업 등 농지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형질변경을 뜻한다고 하였다. 토지소유자가 경작하려는 의도로 성토하였더라도 토지의 근본적인 기능을 변경 또는 훼손할 정도에 이르면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 사건 법원은 나아가 2m 이내의 성토라 하더라도 경작을 위한 경우가 아니라면 예외에 해당하지 않고, 높이 50cm 이내의 경미한 변경이 아닌 이상 허가가 필요하다고 정리하였다. 농지법상으로도 경작에 부적합한 흙을 사용한 성토는 농지개량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경작 목적은 흙의 성질, 시공 방식, 사후 이용, 비용 부담으로 판단됩니다
변호인은 성토가 경작과 배수 개선을 위한 것이고, 성토재에 특별한 오염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객관적 사정을 들어 이를 배척하였다.
성토재에 큰 돌이 다량 섞여 있거나 뻘흙이 포함되어 있었고, 성토 후 토양 검정에서 일부 토지의 산도와 전기전도도가 적정 범위를 벗어났다.
기존 표토를 걷어 내고 반입토를 깐 뒤, 경작이 원활하지 않던 기존 흙으로 다시 덮었다.
성토 후 대부분의 토지에서 경작이 이루어지지 않았고 일부는 다른 용도로 제공되었다.
토사를 처리해야 하는 측이 비용을 부담하였고 토지 소유자들은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다.
법원은 오염 토양에 이르지 않았다는 사정과 재배에 적합한 흙이라는 사정을 구별하였고, 배수 개선 목적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성토 높이와 성토재의 입도가 그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하였다. 결론적으로 성토의 주된 목적은 공사 현장 토사의 처리에 있었다고 인정하였다.
관청의 중지 요청 이후의 행위는 위법성 인식의 근거가 됩니다
피고인은 일부 필지에 관하여 뒤늦게 개발행위허가를 받은 사실이 있었고, 관할 관청의 공사 중지 공문을 받은 뒤에도 성토를 계속하였다. 법원은 이를 근거로 위법성의 인식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다.
한편 변호인이 항소심 진행 중 추가한 "일부 필지에는 성토 사실이 없다"는 주장은, 항소이유서 제출기간 경과 후의 주장이어서 적법한 항소이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되었다. 법원은 직권으로 살펴보아도 성토 사실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양형에서는 토지의 회복 가능성과 위반의 실제 범위가 따로 평가됩니다
항소심은 죄질이 좋지 않고 면적이 광범위하여 엄벌의 필요성이 작지 않다고 전제하였다. 그럼에도 원심의 형이 무겁다고 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성토로 인해 토지에 오염이 발생하는 등 경작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뻘흙이 포함된 흙은 한 필지에만 성토된 것으로 보이고, 나머지 토지는 경작에 적합한 흙으로 성토·객토하면 정상적인 경작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산림 훼손의 경우처럼 원상회복을 요하는 행위라고까지 단정하기 어렵다.
피고인이 일정 기간 구금생활을 하였고, 토지 소유자들이 선처를 탄원하며, 동종 전력이 없다.
성토재가 경작에 부적합하다는 점은 범죄 성립을 인정하는 근거였으나, 그 부적합의 정도와 범위가 제한적이고 회복이 가능하다는 점은 형을 정하는 단계에서 유리한 사정으로 고려되었다. 법원은 불리한 정상을 고려하여 사회봉사명령을 부가하였다.
Q&A
무허가 성토로 기소되면 벌금형으로 끝나는 것이 보통입니까?
일률적으로 말할 수 없다. 국토계획법 위반과 농지법 위반은 모두 징역형이 규정된 범죄이고, 이 사건처럼 면적이 넓고 중지 요청 후에도 행위가 계속된 경우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된 예가 있다.
현재도 동일한 기준이 적용됩니까?
이 판결에는 행위 당시의 법령이 적용되었다. 농지 성토·절토에 관한 농지법령은 이후 개정되었으므로, 현재의 허가·신고 기준과 벌칙은 최신 법령으로 확인하여야 한다.
맺음말
이 판결에서 유무죄에 관한 변호인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다만 토지의 실제 상태와 회복 가능성, 위반의 범위에 관한 사정이 양형에 반영되어 형의 집행이 유예되었다. 성토에 앞서 허가 대상 여부를 확인하고, 분쟁이 생기면 현장의 객관적 상태를 자료로 확보해 두어야 한다.